월요일 화요일은 겨울 바지를 입고지냈습니다.

추운 곳에 가서 겨울바지를 입은 것이 아니라 사정이 있어서 겨울 바지를 입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춘추복입니다.

금요일 퇴근 길에 양복바지 두벌을 세탁소에 맞겼습니다.

꼭 찾아야한다는 생각에 토요일 오전까지 할 수 있겠냐는 다짐을 세탁소 주인으로부터

받고도 정작 나는 토요일 내내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 건망증 덕분에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두꺼운 바지로 지내야했습니다.

여름바지와는 천 자체가 너무 다르더군요. 바람도 통하지 않고 흐른 땀은 마르지 않아

달아 붙었습니다. 제 부끄러운 이야기라 남들에에 입도 벙긋 못하고 고생했습니다.

혹시, '상보'가 무슨 뜻인 줄 아십니까?

저는 방금 네선생님(무엇이든 물어보면 가르쳐준다는 '네이버'를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께

물어보고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고하거나 보도함. 또는 그런 보고나 보도'이 상보의 뜻이랍니다.

월간바둑 '상보 Section'...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월간바둑에서 변화를 준 것중에 하나가 관전기라고 했습니다.

평소 낮은 기력 탓인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증편한 것입니다.

7장짜리 코너를 10장으로 했으니 말입니다.

시원함. "후지쯔배 결승전 관전"는 가을바지로 여름을 맞고 있는 저에게 시원함을 주었습니다.

관전기. 관전기는 그동안 저에게 바둑해설이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읽으면

재미가 없고 또 재미가 없으니 손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번 이 관전기를 보면서 관전기도

창조의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기보를 가지고 적더라도 적는 사람에 의해서

창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기보를 가지고 두편의 관전기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싶습니다. 과연 같은 내용이 될까요? 관전기가 바둑의 해설이라는

면에 치우친다면 대동소이하겠지만 '관전'이라는 의미에서 접근한다면 분명 수많은 종류의

관전기가 나올 것입니다. 저는 이번 월간바둑에서 그것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던 관전기가 시인의 눈으로 적을 수도 있고, 바둑 칼럼가의 눈으로도

적을 수 있고, 이번 호의 정동환팀장님처럼 실무진의 눈으로 생생하게 적을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정동환팀장님의 이번 관전기는 본인은 중압감이라는 단어로 엄살을 내 보였지만

정작 내용은 제가 처음보는 형식의 관전기였습니다. 제가 관전기를 너무 적게 본 탓도

있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구성이 너무 좋았다고 봅니다.

이창호 9단과 박영훈 9단의 대국이 흐르고 있고 또 정팀장님이 대회를 위한 출발에서부터

귀국까지의 여행기가 이중구조로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자는 기보를 따라 보지만, 기보해설 밑에는 여행기가 깔려있어 마치 직접 관전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것입니다. 입체감입니까? 관전기에서도 그런 이야기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마 이번에 처음 시도된 형식이라면 앞으로 관전기

발전에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0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딱딱한 기보해설에 치우치지 않아 대국자 입장에서 또는

프로기사가 보는 대국의 분해, 대국의 연구적인 측면 보다는 관전자의 측면에 충실해서

독자와 쉽게 동일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화요일 퇴근길 바지를 찾으러 갈까 고민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 밥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왔는데 문을 열자 말자 세탁된 깨끗한 바지가 걸려있는 것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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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이야기 적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독자의 월간바둑 독후감이라 생각하시고

직접 관련되시는 분에 대해 누가 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투비컨티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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