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는길을 같이 걸었다
하지만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매번 갈림길에서 수많은 이별을 하였다
그리고 헤어짐은 점점 익숙해져가고 세상은 가혹하고 나는 여리다는걸 확인한다
내가 나를 모르면서 나를 몰라준다 원망하며 또다른 나를 찾아 나선다
산이 보이고 들이 보이고...그리고 강이 보인다

나에겐 모두 넘어야할 장애물로 보이고 그들과 웃고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가 그것이라야 그것을 진정 알게 되고 그것에서 또 나를 알게 될터인데
내가 나로서 그것을 보니 그것 또한 나를 그것으로 대한다
서로가 장애물이 되고 그렇게 힘든 허들 경기를 계속해야만 하는것이다
매번 반복되고 매번 느끼고 또 새삼스레 다가온다

시련은 나를 나태하게 하지않는 축복이라 허영스레 다잡아도
매번 갈잎에 베인 속살은 그쓰라림이 한결같고 무심한 나 아닌것에 더욱 서럽다
귀함과 비범이 흔함과 평범속에 있거늘 나는 왜 문구멍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술병든 객을 기다리나. 무지가 안타까움으로 질책은 잠시 피한다만 면죄부는 아니니
알고는 버리라 하나 버릴게 없음을 탓할뿐이다.

새날은 밝았고 이내 땀방울을 훔쳐내고 있다
어제의 그날이고 내일신문은 오늘도 오지 않는다
아침을 열면서 사석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비운다고 애써 느스레 떨어도
눈을감고 등을 돌려도 마음은 그곳에 집착하여 늪에빠진 몸부림은 계속되고
요석과 사석의 혼돈으로 챙길수 없는 불안함에 손뺄 핑계를 찾는다

마음이 착잡하여 길을 나설 것이라 해놓고 주머니를 찔러보니...ㅎㅎㅎ
새마음으로 시작한지 몇일만에 또 애마가 큰 부담을 안겨주어 다리가 풀렸다
그래도 우짜겠노. 추스려야지.
한잔의 소주로 마음 달래고 들어오니 그또한 대세점을 놓친거라네
그리고 가까운 동네 절집을 찾아 나선다

낙가산에 자리잡은 이절은 670년(문무왕 10년)에 의상대사가 창건 하였다 전하고
고려 광종때 심지대사가 중창하고 1933년에 해인대사가 중수하였다 한다
이고장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임에도 발길은 한산하다

산허리 돌아 실개천 흐르던 나즈막한 절벽에 앵두같이 매달린 암자
이제는 신작로가 생기고 개울도 넓혀 마을의 한켠으로 들어왔다
조금 멀리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암자뒤로는 천연기념물(1호) 측백수림이 있고
얼마전에도 개울가에서 통발로 피래미를 잡아 왁작지껄 히덕 거리면서도
우러러 어색하지 않을 동네의 터넓은 큰집같은 관음사.

▲ 대구시 도동 측백수림(천연 기념물 제 1호)

심심산골이 아니라 뭔가 신비롭지도 않고 외딴곳이 길이나고 사람들이 들어오고
목탁소리와 독경소리가 세상소리에 묻혀버린 이곳 관음사.
늙으막한 아낙네들이 드나들고 마당 한가운데 무설전이 처연스럽다
다리가 불편해 절룩 거리는 주지스님. 하지만 인심이 후덥해 차비를 듬뿍 안겨주신다
내오늘은 여기에 머리 조아리고 업장소멸 빌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