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살다 죽으련다

선비만석

  세상사 참 복잡하고 껄끄럽다.  요새 같아서는 사는 것이 지겹다. 아니 빌어먹을 월급은 2%오르는데 물가는 가히 살인적 수준으로 오른다. 그동안 물가를 못 올려서 안달이던 기업들이 옳다구나 기회가 왔을 때 왕창 올리자는 심보인지 뭘 하나 사려면 마음이 무거워 진다. 만원의 가치는 이미 똥값이 된지 오래이다. 김치찌개 오천 원이 육천 원으로 올랐다. 그럼 20% 오른 것이다. 원유, 원자재,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오르는 것은 실용정부의 경제논리 때문인가? 촛불집회 하는 사람들 때문인가? 답은 다 알고 있다. 더러워서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서민들도 그렇지만 병들고 노쇠한 수급자들은 어쩌랴  허긴 수급자야 정부가 기초생활비라도 지급을 하니 그나마 입에 풀칠은 한다. 직업이 없어 돈벌이를 못하는 가정은 어찌해야 할까 일자리 몇 만개 창출 하신다는 약속은 고사하고 직장 잘 다니는 사람들을 구조조정 하라고 인원을 할당하여 내몰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집단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쿨하게 살다 죽으련다. 여직 쿨하게 살지 못하고 찌질이로 산 것 같아 속은 상하나 이제부터라도 쿨하게 살다 죽고 싶다. 하지만 쿨하게 살려니 문제는 그놈의 돈이다.  요즘은 돈 없으면 살기 어렵다. 바둑도 두 집 못 내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죽는다. 그러니 최소한 두 집 낼 돈을 가지고 있어야 쿨하게 살 것인데 산다는 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어야 말이지......

  어제 달력을 보니 아내의 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큰마음 먹고 집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외손자였다.

   “할머니 바꾸어라”

  하였더니 잠시 후 아내가 받는다.

   “당신 7월 6일날 일하는가?”

  아내는 요양원에 호스피스로 나간다. 그러니 하루 3교대인가 근무를 한다. 야간근무를 하는 날에는 밤을 꼬박 새우고 들어온다. 이래저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생일핑계대고 밥이라도 한번 사주려는데....

  “왜?”

  “왜는 무슨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나 그날 일 가는데........근데 왜?”

  “그 날이 당신 생일이라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아이고 그만 두어요 전화 끊어요.........”

  저녁을 먹던 아내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내참........다시 전화를 하려니 자존심이 팍 상한다. 아내는 물론 돈 쓰는 것이 맘에 걸려서 그랬으리라 생각하지만.........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쿨하게 살다 죽으려는데 도움이 안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