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90, 후지쯔 배 조한승9단(아름다운 청년)

연휴의 나른한 오후 월간바둑 지난 호를 펼쳐본다.

후지쯔배 본선2회전 조한승 과 일본 야마시다 게이고9단의 대국보 는 윤현석9단의 해설과 시인 박해진님의 글이다.

[아름다운 청년 조한승. 그가 인생 최대의 승부처를 맞아 집중하고 있다. 만 27세로 턱 밑에 군 복무 문제가 다가왔다. 승부사가 바둑판을 떠나는 것은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이 치명적이다. 마침 대운(大運)이 열릴 조짐인지 후지쯔배가 반갑게. 아주 적절한 때에 그를 반겨주고 있다. 내게로 오라 후지쯔여! 너를 안고 세계로 나가리라 를 외치며 조한승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월간바둑 인용.

詩人의 글은 詩가 아니어도 함축과 용틀임을 담고 있나 보다.

꽃미남 기사라는 조용한 조한승 프로의 현재를 적시하고 있다.

야마시다 일본기성이 지옥의 사신 이라는 조치훈 으로부터 기성을 방어하고 난 뒤여서 느긋한 방심인지 저승사자보다 더 무섭게 치고 나온 조치훈을 상대하느라고 기가 쇠진한 것인지 무력하게 무너진다.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이던 타젬9단 청년과 집백으로 지도기를 하면서 수 십 명의 젊은 팬들이 둘러싸고 관전을 할 때도 조금도 변화나 흐트러짐이 없이 아마추어라고 얏 보거나 프로의 괴력을 보이려 화려함을 택하기보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의 바둑을 보여주던 그.

행사장에서 만나면 예의 그 조용하면서도 상큼한 미소를 보여주던 그 조한승.

詩人의 표현처럼 아름다운 청년 이란 묘사는 딱 들어맞는 듯 하다.

바둑티브이 화면 속의 반면은 종국에 들었는데 백이 조금씩 양보하는듯한 국면이다.

남으니까 저러겠지 싶으며 정확한 계가는 안 해보았어도 조9단이 승리하여 군 면제를 받기를 마음속으로 성원해본다. 4명의 한국기사 중 조 프로의 상대인 유싱 이 그나마 제일 약한 전력 이어 승리가 기대가 된다던 해설이 실현되나 싶었는데 그는 패했다.

역시 아마추어이던 프로 이든 치열함을 잃는 순간 승리의 여신은 돌아서는 것일까?

남는 듯 해 양보할 때 승부는 갈라지며 돌이킬 수 없는 것일까?

일본기성인 야마시다 에게 쉽게 얻은 승리도 있지만 품 안에 들어온듯한 파랑새가 저리 허망하게 사라지는 수도 있겠지.

아름다운 청년!

그는 반상에서 무수히 겪었을 승리와 패배 기쁨과 좌절에 익숙하겠지만

오늘 또 하나 뼈저리게 느끼며 얻은 것이 있겠지.

오늘 나도 하나 새삼 절감을 한다.

남는듯해도 치열함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진다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