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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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그날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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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을까? 혜영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심호흡을 한번 한후 문을 열어 주었다. 오셨어요? 음. 혜영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이차룡은 잠간 실내를 쓱 훑어 보았다. 얼굴이 찌푸려졌다. 혜영은 순간적으로 창피한 느낌을 가졌다. 몸이 아픈 관계로 일주일이나 집안 청소조차 하지 않은것이다. 그러고보니 옷도 급하게 걸친다고 남방하나만 입고 머리도 어수선하다. 이차룡은 뒤에 따라온 김인수에게는 기다리라고 명령 하고는... 일단 너 방으로 가자. 할말이 있다. 김인수는 홀로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대체 이차룡은 오늘밤 왜 이곳으로 왔을까? 그는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으나 감히 뒤따라가 확인해볼 용기는 없었다. 오랫만에 마주친 두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차룡은 혜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헤영의 안색은 창백하였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 에다 며칠동안 병에 시달린데다 식사까지 하지않고있어 얼굴색은 좋지 않았으나 천생의 미모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처연함이 더해져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중국의 전설적인 미녀 서시를 연상 시킨다. 대충 걸쳐입은 남방이라 위에 단추 몇개가 풀려있어 선명하게 보이는 하얀 가슴골. 이마에 맻힌 식은땀 한방울 까지...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차룡은 내심 치미는 정욕을 억지로 누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고 싶은거냐? .......? 무슨 뜻이지? 의아하는데... 죽고싶은게 아니라면 식사는 제대로 챙겨먹어야지. 김비서 에게 들어니 요즘은 아예 굶다시피 한다든데... ........ 혜영은 어쩐지 혼란 스러웠다. 그녀는 이차룡의 의중을 짐작할수가 없었다. 병주고 약주기도 아니고... 그녀는 안그래도 어지러운 머리속이 더 헝클어지는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차룡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괴롭다면... 왜 나를 찾지 않는거냐? 집으로 오기 어렵다면 회사로 오던지 ... 아니면 김비서에게 전해도 될것인데.... 혜영은 이차룡의 말에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말하는 내용은 따뜻한데 어조는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무언가 억지로 꾸민듯한 부자연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거기에 반발하듯 날카롭게 말했다. 그렇다면 왜 저를 그리 괴롭히는거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뜻밗의 쏘아붙임에 이차룡은 흠칫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감상에 젖어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조금이나마 온기가 스며있던 얼굴에 차가운 시멘트가 굳는듯 따뜻함이 급속도로 사라졌다. 입가에 갑자기 악의로 비틀어진 웃음이 떠올랐다. 이런... 이런... 너는 아직도 너가 처한 위치를 잘 모르는구나? .....? 너란 존재가 나 이차룡에게 얼마나 부담스럽고 자존심 상하게 하는지 아직 모른단 말이지. 대체 무슨소리이지? 저 사람이 말하는 의미가...왜 나는 통 닿지 않는거지? 알수없는 경계심에 가득찬 혜영의 눈을 바라보며 이차룡은 조금씩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저녁부터 마신 술도 서서히 취기를 일으키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 너희는 항상 그랬지. 겉으로는 순종 하는체 하면서 절대로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어! 너도 네 엄마도! ...... 그는 갑자기 치미는 분기에 참지못하고 소리쳤다 도대체 쥐뿔도 없는것들이 뭐가 그리 잘난거야! 뭐가 그리 대단한거냐구! 이차룡이 화가 나서 소리치자 혜영은 겁도나고 이해할 수 없어 간신히 대꾸했다. 우리가... 언제 자존심을 내세운거죠? 엄마도 항상 머리를 숙였고 사모님 하고... 도련님 하고 불렀는데..... 흐흐흣~ 말로만? 이차룡은 혜영을 무섭게 흘켜보았다 너는 네 엄마가 진짜로 우리 가족에게 머리를 숙인줄 아느냐? 천만에 그 여자는 단 한번도 우리에게 진심으로 굴복한적이 없어! 처음부터 죽을때까지! ......! 이차룡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며 방바닥을 발로 쿵쿵 소리나게 밟았다. 얼굴은 열로 붉게 물들어 있고 ... 혜영은 그 모습에 오마조마한 심정으로 고양이처럼 웅크리며 지켜볼수 밗에 없었다. 흥분은 취기를 불러오고 취기는 더욱더 흥분을 자극한다. 이차룡은 갈수록 자신을 자제하기 힘들어져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고함을 치다가 힘들면 조금씩 숨을 돌리고 다시 흥분하여 고함을 치고 그렇게 그의 말은 점차 과거로 이동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몇달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때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양반은 몇년에 한번씩은 행사처럼 계집을 들였으니까 그때도 으례히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데 그 양반이 갑자기 아이 하나를 호적에 들인다고 할때 그야말로 집안이 벌컥 뒤집혔지. 그이전에는 한번도 그런일이 없었으니까! 혈통 이란면에서는 항상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왔으니까! ....... 여자를 데리고 살수도 아이를 낳을수도 있단 말이지. 그런데 그걸 왜? 집안에까지 끌어들이느냐구? 왜? 난데없이 당신의 호적에 넣겟다고 하느냐구? 왜? 우리에게 더러운 피를 섟으려는냐구? 이차룡의 말은 점차로 핵심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더 그는 흥분과 취기에 물들어갔고 방 전체를 쿵쾅 거리며 왔다갔다 했다. 그것은 헤영에겐 마치 광기와 같이 다가왔다. 그녀는 점차 두려움에 휩싸여 마침내 방 한구석에 주저 앉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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