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장의 고구마

손바닥 위의 테니스 볼을 2미터 높이를 목표로 토스한다.

토스가 정확해야 서브를 넣을 때 안정된 높이에서 칠 수 있는데

높이와 방향이 항상 일정치 않다.

토스 한 볼은 정확히 다시 내 손바닥에 떨어져야 하는데..

바구니에 담긴 연습 볼을 두 번 반복하니 조금씩 감이 잡힌다.

관악산 뒷자락인지 삼막사 라는 절이 근처에 있다는 이곳 캠퍼스 의 테니스장은 정말 좋은 환경이다. 병풍처럼 둘러친 산자락을 깎아낸 밑의 테니스장과 아름다운 교정 건축물들과의 조화는 자연 속 에 서린 정기까지 절로 얻을듯싶다.

토요일 오후의 고교 바둑모임은 연기 자욱한 기원에서 늦은 저녁까지 있다가 삼겹살과 소주 노래방, 그 후엔 밤샘 맥주 등이 항상 정해진 코스였는데 부인들이 동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집에 돌아가면 구박을 안 받으면 다행이었지.

처와 저녁겸상에 소주한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한다.

옳은 판단을 위하여 그리도 수많이 생각 또 생각을 해도 항상 올바른 판단이 쉽지 않았고 지난 후에야 그땐 그렇게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고, 탈출이나 돌파가 가능할 때 는 그리하지만 모든 것이 불가능 할 때는 다만 견뎌내야 할 뿐이라고..

매 수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 한판의 바둑에서 배우는 건 매 순간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 이라고..

고개를 끄떡 거리며 이해와 수긍을 표해주는 처에게 마음속 고마움을 느낀다.

세면 짜리 코트 두 곳 중 교직원 용은 락카 설비가 조금 더 좋을 뿐 인데 서울시의사회 소속 멤버들이 항상 모른 척 먼저와 치고 있다. 그들은 다른 곳 에 예약이 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항상 먼저와 있는 것 이다.

 우리친구들이 들어서며 아는 의사들과 인사도 하며 굳이 비켜달라 소리를 안 해도 다른 코트로 말없이 들 이동하는데 한 여인만 예약을 하셨냐 하며 외레 소리를 낸다. 부인도 아니고 그저 꽤 치는 아마츄어 이라는데 그녀가 학교의 시설팀장을 아는 사이란다.

병원에선 의사가 제일이지만 교정에선 선생이 더 낫군!

편을 갈라 복식 시합들을 하는 동안 부인들은 장작난로에 고구마를 굽고 떡 과일 음료등을 차려놓곤 산행을 간다.

베이스라인에 서서 서브를 넣기 위해 토스를 준비하며 생각한다.

이런 좋은 시설의 코트에서 친구들과 이런 행복한 순간을 가졌으니 만끽을 해야지.

정확한 토스, 서브에 파워를 싫기 위한 백 스크래칭, 볼에서 눈을 떼지 말자, 무릎은 가능하면 조금 구부렸다 펴서 파워를 더 실어보자..

펄트 와 미스 도 하지만 가끔 강력한 서브도 들어간다.

자신감이 붙어 서브 앤드 발리로 시도 해 본다.

거의 20년만에 다시 해보는 운동은 영 몸이 마음을 안 따라준다.

바둑은 늘지 않는 것을 불평은 해도 줄지는 않는데 운동은 체력과 세월을 못 이기나 보다. 단과대학 대표로 총장배 에 나가 치대선수 들에게 졌던 기억은 지난 젊은 날의 꿈으로만 남는 것인지 배운지 얼마 안된듯한 고교동창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쳐라 잔소리를 해댄다.

4:4의 편바둑 에서 전체 7집을 진다.

내가 진 것이 7집인데, 유리하길래 조금 양보하며 느슨했던 것이 결국 패인이다.

한 수 한 순간의 양보 와 방심이 원치 않던 결과를 만드는 것 이라며 처에게 이야기 하던 내가 결국은 같은 실수를 했군.

테니스모임의 송년회로 내방 역 인근 식당으로 부인들도 거의 모였다.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사와 노래방의 여흥, 세월의 겸손함인지 화기애애한 모임에 마음도 훈훈하다.

순간에 충실하며 순간의 기쁨도 만끽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

낮에 서브를 하며 토스를 할 때 최선을 다하려던 생각이 난다.

고적한 조용한 테니스장에서 기쁨을 느끼던 생각이 난다.

추운 날씨에 따라와 화로에 장작을 넣으며 구경하던 처에게 감사하다.

바둑모임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