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초단에 대한 상상

한상훈 초단이 세계 바둑계의 거함중에 한명인 구리 9단에게 이겼다. 야구에서는 행운의 텍사스 안타가 있을지 몰라도 바둑에는 실력이 뒷받침되l지 않는 그런 승리란 없을 것이다. 한상훈 초단은 말 그대로 초단. 작년연말에 프로기사가 되었다. 그렇다보니 올해 전적이 그의 프로 전적의 전부다. 32전 25승 7패. 78%의 승률. 랭킹 42위.

‘어제 구리9단에게 이기고 난 뒤의 기분은 어땠을까?’

프로기사의 근처는 고사하고 오로에서도 겨우 '급'을 벗어나 ‘단’에 턱걸이 해서 있는 나로서는 상상조차할 수도 없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나의 상상력에 무리수에 무리수를 더해서 가정을 해본다. 내가 한상훈 초단이라면 과연 구리9단에게 이긴 기분이 어땠을까? 과연 실제 느낄 수 있는 기분의 몇퍼센트나 느낄 수 있을까? 정신이 없어서, 감각이 마비가 되어서 이겼다는 사실만 인지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상무인 경지에 도달한 전문기사인 한상훈 초단은 모든 감각이 살아있어 밀려오는 느낌의 해일을 다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한상훈 초단을 조금 더 들여다 보자. ‘88년생 본선리그에서 9승 2패의 수위성적으로 가장 먼저 입단을 확정지었다’ 2006.12월의 기사이다. 8살에 바둑에 입문해서 만 18세에 입단했으니 바둑 공부만 죽어라 10년을 했는 것이다. 나 같은 둔재도 10년을 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엄청난 경지에 올랐을 것인데, 기재가 있는 상태에서 10년을 공부했으니 그 경지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입단 첫해 한국바둑리그 본선,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 그리고 현재 세계대회 8강이니 10년간 그를 묶어둔 족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족쇄가 풀리자 말자 기는 것과 걷는 것, 달리는 것도 생략하고 비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긴 시간을 프로가 되지 못하고 연구생이라는 족쇄에 잡혀있었으면 오래 앉아있는 사람이 다리가 저리듯 몸 푸는 시간도 필요할터인데 그는 탄성체인가보다. 억압한 힘을 모두 저장하였다가 튕겨나가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는 왜 시야에서 한상훈 초단을 놓친 것일까? 작은 찻잔 속의 돌풍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일까? 박영훈 9단에게도 이겼고 윤준상 국수와의 대결에서도 조한승 9단과의 대결에서도 그의 비상함을 짐작할 수 있었어야했는데 단순히 ‘올해는 초단들의 기세가 돋보입니다’라는 말에 뭉뚱거려진 것 같다. 아마 윤준상 5단의 국수 등극의 충격이 너무 컸나봅보다.

한국 바둑은 지난 10년간 영광도 있었지만 그 10년동안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한상훈 초단은 한국 바둑의 10년의 전성기를 이끌고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그들이 잃어버리고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때문에 늦은 나이에 입단했지만 그것이 힘이 되어 질주하고 있는 같다. 중국은 그들의 젊은 기사들을 보면서 열광을 한다. 우리도 다시 한상훈 초단과 같은 다음 세대의 기사들을 응원하면서 다시 열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