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수염

“아니 근데 염색 한 거 맞아요?” 건축사 김사장

“궁금한데 알 수가 없네”

“그럼 염색한 것 맞지”  오파상 박사장

“수염이 어떻게 저렇게 노란색일까?”

네 명 이 편 바둑 두는 것을 관전하던 건축 김 은 또 그 예기다.

주로 관전을 즐기며 편 바둑에 참여는 잘 안 했는데 지난번 모처럼 둔

편 바둑 에서 내게 따블 을 당하고 한판에 35,000원을 잃었다고 혀를

내두르더니 앙심을 품어서인가?

지난번에도 그 소리를 하길래 가만 있었더니 오늘도 또 같은 소리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다니다 보니 공항직원이나 세관 현지 경찰 등에서

틈만 나면 뜯어내려는 이들이 많아 현지에 익숙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현지에 나가기 얼마 전부터 는 기르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익숙해 졌다.

무슬림 이나 현지인 들 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현지에 동화된듯한 익숙한 느낌을

편안함을 주려고 현지 선교사들은 대부분 콧수염을 기른다. 아프간 의 탈레반 시절

현지 종교경찰은 콧수염을 기르지 않은 남자들은 잡아다가 태형을 했다지.

“노란 수염을 왜 길러?”  땅딸이 정원장

반상에 눈을 고정 시킨 채 대꾸도 안 해 버린다.

내 대국 상대 강원장은 미소만 지으며 반상에 집중한다.

조선시대 말 역관 의 집안 자제 이었다던 그는 항상 점잖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라치면 바로 형세가 불리해질 테니 그렇기도 하겟지만..

며칠 전 방송국의 TV출연 녹화를 하기 전 잠시 망설였다.

수염을 깍을까 말까?

시청자들의 일반 정서에 안 맞지 않을까?

아냐 내 모습 그대로 보이는 것이 낫겠지.

제3세계에 초등학교를 짖기 위한 기금 모금 프로젝트 의 소개인데 내 모습과 나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필요 하겠지.

반상은 언제나처럼 일촉즉발의 포연과 총성을 한발 뒤로 숨긴 채 평화로운 그러나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음을 상호 아는 채 진행된다.

조금만 물러서면 이길 수 없음을 수없이 경험했고

지나치게 강하면 수습할 수 없음을 많이도 겪엇지.

결국 최선을 다하며 내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이 반상에서 최선임을 알고 있지.

건축 김이 땅딸이 정 이 뭐라 하든 개의치 말고 내 바둑을, 반상에 집중해야지.

건축 김은 지난번 학교건축에 대해 자문을 받아 고마운 입장이고 앞으로도 많이 자문을 받아야 하고..

땅딸이 저 인간 저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어느 집 개가 짖던 말던..

편 바둑은 결국 내 쪽이 이겨 몇푼 집어 넣는다.

돈을 따러 바둑 두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보내려 온 것 뿐인데

목숨 걸고 바둑 두며 그리도 절실히 돈이 필요할 강원장은 말 한마디 없이 반상에 최선을 다해도 주로 잃는 편 이다.

세상의 섭리 일까?

위기십결의 탐부득승 이겟지.

3세계 오지에 우선 초등학교를 짖고 이제 10년 후면 중고등 보건대학 까지 완성이 될까?

이제 필생의 마지막 숙원사업이 될 일인데..

앞으로 십 년간 도 바둑을 벗 하겠지? 시간이 빨리 지날 필요가 있을 때,

바둑 벗 들이 그리울 때,

어린 시절 이래 그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던 바둑이 아니었던가?

반상에 돌을 놓을 때 만이 아닌 오로 소설의 이청 여설화 선생님의 노작 을 읽는 것도 내겐 바둑이 아니던가?

망중한 의 영원한 벗 이겠지?

노란수염 소리도 영원히 기억되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