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선비만석

  내 뜻은 아니나 나는 태어났소. 애비의 피를 받고 어미의 살을 받아 이 세상 험한 곳에 이름석자 받아들고 세상살이 험한 길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리 살자 하였더니 나는 누구인가? 이런 우라질 철학도 아닌 개똥철학에 머리를 굴려보오.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악한 짓을 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하는 짓 마다 악행이요 남의 가슴에 눈물나게 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왔소.

  갑자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잡생각이 드는걸 보니 이제 철도 안 들고 노망이 나는가 보오. 이런 나를 내가 보니 한심한 놈이고 남이 보니 미친놈이오.

  세상살이 접을 때가 아직은 아닌 듯 하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조금은 남은 듯 하여 살아 숨쉬는 것이 고맙고 감사할 것인데 어쩌자고 이리도 오지랖 넓고 욕심 많은 인간으로 하루하루 보내게 되었다오.

  하루에도 열두 번 나는 누구인가? 하고 되 뇌여 보오. 어쩌다 보니 남들 세상 뜬 소식이나 듣고는 서류에다 빨간 줄 두 줄 그어 이 사람은 세상 마감했다고 하는 염라대왕 노릇이요. 나도 갈 길 그들이 먼저 갔지만 어차피 가야 할길 기다리지는 마시오.

  선달이는 108사찰 순례라도 하는데 나는 한다는 짓이 살아있던 사람 죽어지면 명부에 줄긋는 일이라오. 아침에 두 눈 뜨고 숨쉬고 있으니 살아있고 저녁에 잠들면 혹여 잠자다 갈길 가는지 그것이 궁금하오.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 모두가 헛것인데 살아있는 사람들은 왜 그리 욕심 부려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남들 가는 그길 갈 때 아무것도 내 것이 없는데 무에 그리 허덕이오. 오늘 하루 살아있음을 고마워하시오.

   바보상자 속에서 오바마가 어떻고 맥케인이 어떻고 그것이 궁금하오? 하늘에 수많은 별들 중에 지구라는 별에 사는 인간이란 먼지만도 못하거늘......

  무엇을 얻으려고 이리도 허덕이오...................

  나는 누구인가? 나도 아직 모르겠오........................나는 누구인가? 이것을 아는 날이 이 세상 하직하는 그 날이 될 것이오.    

   마지막 날 해야 할 일 바둑판을 닦아놓고 후손들이 한수하고 세상사를 잊어버리고 신선놀음 하게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