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키 재기

선비만석

  어느새 2008년도 반년이 훌쩍 지나간다.  세월 참 빠르다. 마냥 젊었을 것 만 같았던 내 청춘도 이제는 저 멀리 시간의 뒤편으로 숨어버리고 아침마다 보는 거울속의 나는 보잘 것 없는 촌놈이다. 사는 것이 무척이나 팍팍하여진 요즘, 어디 좋은 친구에게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할 여유도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조금 가엽다.

  국민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글쓰기가 취미였다.  실기대회라는 것이 그 시절에는 있었다. 군 관내의 국민 학교(지금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고학년(4~6) 어린이 들이 모여서 겨루는 실기대회에 나는 학교의 대표로 글 짖기를 나가곤 하였다. 5학년 때였다. 실기대회에 나갔을 때 주어진 글제는 “절미”였다. 節米라는 말은 그 당시 한참 곤궁한 시절이던 때라 쌀을 아끼자는 군사정부의 궁여지책인 정책 이었다. 1962년 이었으니 5.16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나 보다.

  난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안다고 정부에 대한 공격성향의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등수에 못들은 것은 당연하다. 아마도 야당의 기질은 그 때부터 이미 싹터왔던 것 같다. 요즘 오로에서 가끔 바둑을 둔다.  퇴근 후에 딱히 할일이 없는 내가 바둑을 두거나 글을 쓰는 것은 그나마 생산적인 활동이라 생각한다.  오로공인 5단 .......헌데 이 바둑 실력이 그야말로 거기서 거기다. 6단은 몇 번 올라가서 7단 문턱까지 갔다가 주르륵 미끄러진 후에는 내 바둑이 추위를 타는지 지난번은 4단으로 곤두박질을 하였다. 한데 4단은 만만 하다는 생각으로 두다가는 덜컥 수를 두어 지기도 한다.  도토리 키 재기처럼 5단이 되면 4단과는 두어주지 않는 편이 많다. 머 그리 대단한 실력 이라고......... 속이 훤히 보이는구먼.......

  인터넷상에서도 내가 어떤 사람이니 하는 내세움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야 요즘이 자신의 PR시대라서 그러려니 한다.  나도 그런 부류의 한 사람이다. 나도 작가 란에 글을 쓰는 것도 나를 나타내고자 하여 글을 쓰는 것이 정확한 마음이다. 나는 독자의 수준에 맞추어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내 글을 읽고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어떤 대목에서는 즐거울 것이고 어떤 대목에서는 기쁘기도 할 것이지만 또 다른 사람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머 이 따위 글을 쓰는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에 좀 웃자고 쓴 글이 하나 있다.  아래의 글이다

  한가위 특선대국

선비만석

  여기는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

   한국기원에서 우리고유의 명절을 맞이하여 특선 대국을 생방으로 진행 하고자 합니다. 

오늘 계시원은 은빛하늘 이라 불리는 미모의 계시원입니다. 

  저는 이 대국의 생중계를 맡은 아나운서 선비만석 입니다.

  조금 염려되는 것은 두 대국자가 미모의 은빛하늘 계시원에게 눈이 팔려 착수에 실수를 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두 대국자 모두 세계 정상의 기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을 꺼라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대국자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청 코너 이 쎄돌  홍 코너 이 창호 선수가 입장합니다.

  두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조 제비라 불리는 조 훈현 국수와 , 제2의 신산 이라 불리는 박영훈 왕위를 물리치고 오늘 이 자리에 마주 앉아 대국을 펼칠 것입니다.

  상금은 우승자가 일십 억원,  준우승자 오 억원 이라는 한국기전 사상 초유의 상금을 걸고 대국이 벌어집니다.

  벌써 도박사들은 양 선수의 승률을 흑번인 선수가 51:49라고 점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승부는 흑을 누가 잡느냐 하는데 달린 것 같습니다.

  오늘 돌을 가르는 방법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알까기로 돌을 가른다고 합니다.

  공이 울리는 순간 이 쎄돌 선수 회심의 일격을 이 창호 선수에게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 창호 선수 돌부처처럼 묵묵히 앉아서 이 쎄돌 선수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이쎄돌 선수 그만 사각의 링에서 밑으로 떨어집니다.

  오늘의 흑번은 이 창호 선수가 되겠습니다.

  계시원 은빛하늘 님은 빨리 바둑을 두라고 두 선수를 째려보고 있습니다.

  주눅이 든 이 창호 선수 화점에 놓는다는 것이 덜컥 고목에 놓았습니다. 

  이 창호 선수가 고목에 놓자 이 쎄돌 선수 당황하는 빛이 역력합니다.

  이 쎄돌 선수는 이 창호 선수가 변칙수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해설에는 순 우리나라 괸장 바둑의 원조인 서봉수 9단이 해설을 맡아 진행합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 쎄돌 선수는 첫 점을 소목으로 놓습니다.  철저한 실리 작전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검토실에서는 박 영훈, 조 훈현, 유 창혁, 윤 기현,  박 정상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두사람의 대국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 한수씩만 놓고 추석 차레를 지내러 간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봉수를 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때 은빛 하늘게시원도 자기도 추석차례를 지내러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오늘 대국은 이렇게 마무리가 될것 같습니다.

  바둑뉴스 선비 만석 기자도 추석을 맞아 집으로 달려 갈 것입니다.  이크....  

그럼 초시계는 누가 읽나?

  이것 참 ..한가위 특선 대국이 갑자기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럴 때는 대타가 필요 합니다.  신속하게 대타를 구하기 위하여 관전실로 달려갔습니다.

  박 영훈 : 내참 한수 두고 나보고 어쩌라고요?

  조 훈현 : 내참 내만 제비인줄 알았더니 나보다 더 날쌔게 내빼부렸네...

  유 창혁 : 나는 집에 가서 애 봐야 합니더....

  윤 기현 : 에이고 나이를 먹었더니 눈이 침침해서리....

  박 정상 : 지는 남 뒷설거지는 못합니다.

  아 이럴 때 루이 국수가 나타납니다.  그 옆에 장주주 9단도 나오는 군요...

  아마도 중국에 가기 전에 후딱 두고 갈라고 그러나 봅니다.  그러나 한수 두고 난 뒤의 판이라 수가    안 보인다고 하면서 냅다 도망갑니다.  한가위 륵선 대국은 아마도 두수를 두고 흑번인 이 창호 선수가 시간 승이 될 것 같습니다.

  공식 대국에서 두수로 승패가 나기는 처음 인것 같습니다.

  오로에서는 열수 이하는 무효로 처리하는데 여기도 이런 룰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이상 선비만석 춘천 집에 와서 보고 드립니다.....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달밤입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청자 여러분...

  에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헛꿈을 꾸었나 보입니다 그려 ...............

  내 딴에는 좀 뭔가 추석을 맞이하여 웃음을 드리자는 취지에서 안 굴러가는 머리를 굴려서 쓴 글이 모 오로 회원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런 걸 글이라고 올려놓고 남의 귀한 시간을 뺐느냐고........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으나 어쩌랴 인터넷상에서의 일이고 누군지도 모르는데........얼굴을 아는 사람 같았으면 그 날 아마도 나에게 멱살 잡혀서 십자 굳히기를 당했을지도.....^^* 독자에게 보이고자 하는 글이기에 무언가 좀더 신중하고 의미 있는 글이기를 독자들은 요구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창작수업을 전문적으로 받은 사람이 아니면 그런 것을 독자의 수준에 맞추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오로에 글을 읽으러 들어오시는 애기가 들의 연령층이 다양함으로 초점을 어디에다 맞출 것인가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나도 작가이니 책임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라는 말씀들이 귀에 약이 되고 가슴에 새길 것이다.  하나 무언가를 요구 하려면 독자 또한 댓 글에서 남을 비방하는 모습은 자제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의 권한이고 읽는 것은 독자의 권한이니 서로가 상충하면 결국 둘다 도도리키재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찌되었거나 이제 오로에서 나도 작가 란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조금은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으니 그로서 얻은 것이 있을 것이고 또한 댓 글을 다는 사람들도 익명성을 가진 것이라 하여 스스로의 인격을 실추시키는 아집적인 것을 버리고 좋은 격려와 건전한 비평을 하여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