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전술(brinkmanship)

박 사범은 5만원을 가지고 왔었나 보다.

만 원짜리 첫판과 2만 원짜리 두 번째 판 을 진다.

2 만원씩 대고 두는 세 번째 편 바둑에 시작하려다 다시 돈을 빼 내게 만원을 준다.

전판에 한번 지고 마지막 밑천으로 하려던 것 인가 본데 지난 판이 6집 반을 져 꼴찌로 더블 이어 열 집을 이겨 1등인 내게 만원을 벌금으로 주어야 하는 것 이었다.

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하고 2만원을 내고 시작했지만 져도 많이 지지는 않을 테니 싶어 꼴찌는 생각도 못 해보았겠지만 빅 으로 덤 6집 반을 진 것이 벌금까지 낸 것이다.

2만원 만 가지고 두면 만약 또 꼴찌를 하게 되면 벌금을 낼 만원도 없는 것인데 설마 또 지랴 하는 심정이겠지. 체면을 지키느라 판돈을 다시 빼 편 바둑에 참가도 못하고 뒤에 서서 관전을 한다.

함바집(공사장의 밥집) 여주인은 현장 감독들의 걸쭉한 농과 치근댐은 예사이다. 월말에 결재하는 몇 백 단위의 밥값을 떼이기도 다반사 이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공사를 하려면 거점이자 사무실이자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여인의 처소 이다. 가방 끈은 짧아도 사람 좋고 정이 많은 박 감독은 여인에게 다가서는 재주는 일품이다. 뻥 과 거짓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진심으로 마음을 주니 함바 여주인을 사로잡았다.

국방부는 기원 뒤 켠 방에서 점심 무렵 일어나 염색도 거반 지워진 허연 머리를 쓸며 기탁에 앉는다.

“만원 밖에 없네”

“이걸 밥을 먹어야 하나 담배를 사야 하나?”

“그걸로 바둑 둬서 십 만원을 만들어야죠” 오락부장은 곁에 서서 용기를 일깨워 주려는 듯이 이야기 한다.

사관학교를 나와 국방부와 관련 연구소에서 삼십여 년 근무하며 몇 천짜리 내기도 많이 두었다던 그분의 현재 모습이 안쓰럽다.

치과 임원장이 기원에 들어서자 박 사범은 반색을 하며 “한판 둬야지” 한다.

오로 7단 수준인 임은 동네 기우회 총무도 몇 년씩 마다치 않을 정도로 애정과 열성이 대단하다. 아마 강호 들과 프로 들에게 식사대접도 스스로 자리를 청하며 즐긴다.

일 오 짜리 방내기라도 하려면 최소 6 만원은 가지고 시작해야 예의인데 수중에 만원밖에 없을 박 사범이 드디어 사냥감을 만난 것인가.

있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야 경제도 좋아진다지만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봉이 김선달 마냥 북의 핵 마냥 벼랑 끝도 마다하지 않는, 만약 졌을 때는 줄 돈 도 없는 체면을 잃을 수도 있음은 잊은 몸부림일까?

관광 요충지 대로 변에 땅만 빌리면 건축은 외상으로 하고 음식점을 하면 벌어 집값을 갚은 경우가 많다는 박 감독의 말에 끌린 여주인은 정에 더해 신뢰까지 깊어간다.

이혼을 했다는 그의 말에 장래의 계획도 함께 세우며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았지만 어느 날 박 감독의 전화기에서 이상한 문자가 온다. 그는 처에게 핸드폰을 뺐꼈다.

“이제 그만 헤어지자”

“자기 왜 그래?”

“제 남편을 계속 추근대면 약을 먹어버리겠어요” 처 라는 문자.

“아빠를 돌려보내주세요” 딸 이라는 문자.

기원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할 일이 태산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23일을 1차 마감으로 30일을 최종 마감으로 이번 방글라데시 팀을 완성해야 한다.

메일과 문자 전화통에 매 달려 있어도 쉽지 않을 일인데 우선 먼저 발송한 메일들의 회신을 기다려야 한다는 본능적인 느낌과 시간이 조금 더 흐르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학창시절 시험 전날까지 공부도 안하며 버티다 벼랑 끝까지 가서야 벼락치기로 공부하던 습관일까?

낙관을 하며 잘 되겠지 하는 요행 심이 몸에 배어서 일까?

박 감독과 여인은 서해바다로 며칠간 사랑의 도피여행을 떠났다.

처 와 딸 과 친구들, 모두들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식적으로도 모르지 않을 텐데.

진정 그녀를 사랑한다면 오히려 타일러서라도 시간을 두고 의심을 덜거나

진정 처자식을 사랑한다면 돌아서야 할 때가 아닐까?

들쥐나 산돼지가 큰 무리를 이뤄 수천 마리씩 벼랑에서 떼지어 떨어져 죽는다는 기사 나 돌고래 들이 수십 마리씩 떼를 이뤄 백사장에 올라와 죽는다는 경우를 보았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의 노래가사 나 태종대 절벽이 명소인 것은 인간의 본능 속에도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본성이 잠재해 있어서 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