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사냥

꿈의구장 에 들어서며 왕장고 는 티브이 밑 책상 설합 속에서 칫솔과 치약을 꺼내 양치를 한다.

“가서 좀 자야 되는데 바둑이 재미있어서 오네~”

K농산물 시장에서 나오는 길인 듯 두툼하고 허름한 복장의 그는 나름대로 소싯적부터 두어온 바둑에 꽤나 자부심이 강하다.

편 바둑은 단체전 이어 가능하면 지지 말고 지더라도 적게 져야 팀에 공헌을 한다.

승률이 높고 지더라도 몇 집 이내 여 서 내가 같은 편이 되면 모두 든든해 한다.

한방 이상 지면 거의 꼴찌여서 벌금까지 내야 한다.

왕장고 는 마냥 장고 중이다.

편 바둑에선 지더라도 조금 져야 같은 편에 피해를 줄이고 욕을 덜 먹는다.

둘 때마다 만방으로 지니 나를 만나면 견실하고 쉬운 반면운영으로 가면 많이 지지는 않을 텐데도 부분부분 쓸데없는 가 일수를 하다 보니 발이 늦어 여러 곤마로 나뉜다.

만만한 상대만 고르느라 잠자던 국방부를 깨우고 신문 보던 네 점 하수 식당 최사장을 부추겨 두거나 웬만하면 편 바둑 에 끼지 않는데 오늘은 둘 이가 없어 편 바둑 에 들어 싫어하는 나를 만난 것이다. 안 그래도 장고에 의도적 전략적 장고까지 하느라 딴에는 노력을 하는 것 이겠지.

엊그제는 빛나리 에 몇 십 집 져있던 판을 두지 않고 20여분 장고를 하여 졸다가 눈을뜬 빛나리 가 실착을 하여 역전을 시켜 빛나리 선생 팀을 기막히게 만들었다나.

장사로 단련된 끈기와 경륜도 포함된 의도적 전략적 장고의 성공작일까?

하염없는 장고에 티브이 뉴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의 돌 놓는 소리에 반가워 얼른 두고 보니 하변 의 50여 호 대마가 끊기는 곳을 잊은 채 귀에 두었다. 아차 싶지만 무를 수는 없고 반상을 보고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좋아라 끊는다.

“여긴 잇고 가야지”

“내가 지더라도 바둑은 바둑답게 둬야지”

상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순간 나라면 어쨌을까 마음속으로 생각해보며 웃음 짓는다.

곁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관전을 하던 여러 명은 모두 아무 말도 없이 반상만 응시를 한다.

이 사범과 이교장의 세 점 바둑을 관심을 가지고 옆에 앉아 관전을 한다.

세 점은 버거운 치수 인데도 외려 양곤마로 이리저리 비틀대며 살기 바빠 줄행랑을 치면서도 상대의 안형은 없애고 나간다.

자기의 숨을 죄며 압박하던 상대의 세를 외려 기회가 닿을 땐 대마를 잡아보겠다는 발상인데 세 점 바둑 이긴 해도 자신의 발을 느리게 하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무모한 발상 같다.

고수의 횡포이고 하수의 설움 이겠지만 결국 이교장의 대마는 몰살된다.

이교장도 오로 5,6단은 될 실력인데 서로 무시를 하다 저런 결과가 나는 것 이겠지 싶다. 두 점이 피차 옳은 치수 이겠지.

대마를 잡겠다는 발상은 고단자 에게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무모한 운영일 것 같은데 무한한 욕심의 인간본성에 기인하는 것일까 이사범의 그릇 때문일까?

관전을 하며 의아한 생각만 여러 가지로 든다.

큰 액수의 방내기를 하다 보면 욕심을 내면 낼수록 돈이 나가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전운행과 몸조심을 한다. 상대가 평정심을 잃거나 진 바둑을 무리하며 대들 때 점수차가 절로 더 커지는 것임을 무수히 겪어 보았지.

오파상 박사장과 편 바둑에 만났다.

하수들엔 큰 차이로 대마를 잡으며 잘 이기는 그는 무리한 수 와 뛰어들기로 스스로 고행을 자초하며 맞수들에겐 많이 지는 편이다. 초반부터 곤마를 몰며 좌하 양변을 돌아가는 대가를 만들고 중앙의 요석 대마까지 잡아놓아 질 수가 없는 판을 어이없는 사활의 착각으로 50여 호를 헌납하였다. 그래도 겨우 9집 차이이다.

박사장은 몰리고 쫓기고 죽으면서도 상대를 대마를 노리고 있었던 것인가?

반전의 계기를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 한방을 노리는 것은 사업가의 미덕일지 몰라도 그 보다는 조화와 유연함 속에 작은 차이를 벌리며 승리를 도모 하는 것이 바둑의 순리이자 생활의 지혜 아닐까? 한방과 대 박을 꿈꿔봐야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고 그런 미망 보다는 매 순간의 성실함이 더욱 돋보이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은 나만의 미몽인가?

이기던 지든 항상 몇 집 차이 정도인 내가 최근에는 대마도 죽여보고 잡아보기도 했다.

다 이겨놓은 판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놓치기도 여러 번이다.

시간을 보내려 들린 두던 판이니 이기건 지건 잃건 따건 그건 상관이 없지만 운동선수가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심신을 단련해야 하듯이 나 자신의 모습과 스타일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잘못하고 있었군 반성을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