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본향

“만원밖에 안되?”

“이 만원은 할 줄 알았는데~”

넓적한 냄비의 가득 담긴 탕 값은 2인분이니 만 원 이다.

K시장에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1층 최사장의 식당에서 동태 탕에 공기 밥 추가 소주 추가로 조선족 청년이 배달을 왔다.

세 명의 노인들은 낮부터 기원 한 켠 구석 바둑판 위에 신문지를 깔곤 트럼프를 하더니 저녁 무렵 그 중 몇 푼 딴 노인이 배달을 시켰다.

특별대국실의 안쪽엔 몇이서 포커를 한다. 며칠 전 돈을 딴 이가 저녁도 안 사고 가버렸다고 흉을 보더니 내내 그 멤버 들이다.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땅딸이 정원장이

“낮에 백 만원 찾아 놨는데 남은 게 없어”

하길래 꽤 크게 하나보다 추측만 해본다.

안에서 포커를 하던 노인 하나도 밖의 친구들 동태 탕 추렴에 동참하고 원장까지 다섯이 식사를 한다. 편의점에 소주를 더 사러 다녀오는 사범. 탕 2인분에 다섯이니 처량한 저녁일까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들을 가지는 즐거움일까?

타워크레인 기사 이씨 는 아침 일찍부터 종일 관전만 한다.

기료 5천원이 없어서는 아닐 텐데 거의 매일 관전만 한다.

황제장고 라는 별명처럼 쓸데없는 시간을 너무 오래 소비해 사람들을 질리게 해 두려는 이가 없고 편바둑 에 참가하면 항상 전패를 하고 게다가 왕창 많이 지는 편이라 사람들이 반기지 않고 본인도 지기만 하고 돈 나가는 것이 커서 관전만 하기로 했나 보다.

바둑 책을 손에든 채 복기에 열심인 그는 집에도 바둑 책이 천여 권은 되더라고 다녀온이가 전한 이야기는 전설이다.

나보다는 한 수 위인 듯 감각이나 대세 정석 신수 등이 앞선듯한데도 본인이 호선을 고집하여도 전투에서 물러서거나 사활을 그르쳐 여러 방씩 지고 판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

지고 잃고 무시당해도 꿈의구장 을 거르지 않는 것은 그만의 바둑사랑의 방정식일까?

노인들은 70대 중반일 듯싶다.

염색한 머리에 컴비 양복 노인은 평소 스포츠 선그라스, 타이트 한 바이크 전용 복에 길쭉한 바이크 모자를 쓰곤 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3층까지 올라와 스포츠 바이크를 소중히 한켠에 모셔 놓는다.

다른 두 노인도 평소 바둑 두는 모습은 거의 보기 어려운데 기원은 개근이다.

유선방송국의 경제전용 MBN 을 종일 시청하는 모습들은 노후대책들은 세워놓은 여유로움이 보인다.

기원중앙의 난로 앞에 앉아 전면의 TV를 보며 꾸벅꾸벅 졸다 눈을 뜨면 시간이 정지 했던 듯 항상 같은 모습이다.

나란 이 죽 앉아 편바둑 을 두는 이들.

주위를 둘러싸고 관전하는 이들.

욕을 먹어 가면서도 이러 쿵 저러 쿵 하는 소란들은 지겹지도 않을까?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앉아있지?

년례 정기행사 인 12월말 출발 의료봉사단 은 미얀마로 향하려던 것이 취소가 되고

내년 2월말의 팀은 방글라데시 로 발표했으니 준비에 바빠야 하는데 8월초 미얀마7기팀이 돌아온 이래

지난 8월에서 10월 사이의 큰 실수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반상에선 상대의 돌이 놓이면 그 돌의 의미만 생각하고 대처하면 되는데

그 돌을 놓은 사람의 인품이나 지위 재력 등은 모두 상관없는 일 이고

놓인 돌은 무슨 수 일까 그것만 생각했었지.

제3세계에 초교부터 대학까지의 종합교육 시스템 건립을 종단차원에서 돕겠다며 나선

승려이고 예일대를 나온 고교후배인 그의 다가섬은 반상의 현실이 아닌 반 외의 허장성세에 눈이 가려져 오판과 실수를 했던 것 일까?

속으로는 걱정이 많고 반기지 않을 터 인데 내색하지 않으며 바둑 두러 다녀 오시라는 처 의 예리함 이 아니었으면 후배에게 더 큰 상처와 손실을 입었었겠지.

처 가 없었으면 좌절과 실패를 극복을 못했겠지.

새해에는 처에게 기쁨과 비젼을 더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병원을 돌아 간호사들의 년례 후원금들을 모아 장애아동센터에 갖다 주어야 하는데 움직일 의욕이 들질 않는다.

상처 입은 짐승이 제 굴속에 웅크리고 있듯이 이곳이 내겐 치유의 장소일까 마음속의 본향 일까?

12월28일 금요일은 기원 송년회 라는 공고를 가리키며 원장은 묻는다.

“김단장 시간이 되지?”

“녜 그럼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