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3.

최기자님이 사진을 찍으러 2층 제일화재 진영에 오셨다가 심각하게(!) 검토를 하고 있는 은하와 목사범님께 다가오셨다.

최기자님 : 어릴 때 둘이 바둑도 뒀어요?

은하 : 첨엔 뒀는데 나중엔 얘가(얘..라고 하자 목사범님이 째려봄) 아니, 오빠가 오면 제가 도망갔어요.

목사범님 : (쑥스러운듯, 그러나 으쓱거리며 웃는다.)

은하 : 오빠가 얼마나 못되게 바둑 뒀는대요~ 제가 9점인가 깔고 뒀었는데~

최기자님 : 그게 몇 살때에요?

목사범님 : 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던가? 연구생일때니까..

은하 : 그쯤인가? 그때 연구생이었어?

목사범님 : 그랬지~ 니 동생 ㅇㅇ도 연구생이었자나..(동생의 이름과 얼굴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대단한 기억력의 목사범님..)

은하 : 내 동생은 힘들다고 포기했어.. 아니 근데.. 그때 연구생이었어? 근데 그렇게 못된 바둑을!!! (버럭!!)

최기자님 : 어떻게 뒀길래요?

은하 : 절대 안봐주는데다가.. 사석.. 괜히 안들어내도 되는걸 꼭 끝까지 따내가지구 옆에다 막 쌓아놓구 그랬어요.

목사범님 : (얼굴붉히며) 그만그만~!!

최기자님 : 폭로할꺼 많네요.. ㅋㅋ

episode 4.

이영구 사범님의 건망증으로 인해 널리 뿌려진(?) 부채들..(월간 바둑8월호에 최기자님이 쓰신 글을 참조하세요^^)

꽤 여러 사범님이 같은 부채를 들고 계셨는데.. 나는 최기자님의 카메라를 피하느라 목사범님이 들고있던 그 부채를 빌려(!)서 얼굴 가림용.. 매(누굴 때렸을까..)용.. 부채질용.. 등등으로 쓰고 있었다.

헤어질때가 되어..

목사범님 : 간다~

은하 : 부채.. 나 주는거?

목사범님 : (눈치본다)에.. 에..

은하 : 설마 뺏어갈껀 아니지?

목사범님 : (부채에 미련이 남는듯) 누나..!

은하 : ....(십년만에 들어보는 누나소리ㅋ 그래도 못준닷!) 고마워~ ^^

결국 은하는 부채 뺏기 성공^^ (예나 지금이나.. 은하는 (아주 조금)못됐다..)
목사범님은 아쉬운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집에갔다.

10년.. 정확히 말하자면.. 12년? 13년만에 만났나보다.. 그래도 목사범님.. 어린시절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성격은.. 어릴땐 좀 음흉(!)하고 조용했던 것 같은데..(음흉하다고 판단한 근거? : "단수!"라고 말도 안하고 대마를 따먹곤 했다.. 그때 우리 '어린이'들은.. 꼭 단수라고 말해야 하는줄 알았다.. ^^ )

어른이 된 목사범님은 밝고 쾌활하고, 동료 기사들 사이에서 리더쉽도 있어보였다. 바둑 외에 재주도 많다고 하는데.. 루이 사범님과 중국어로 대화도 하고(놀랐다).. 그리고.. 듣진 못했지만.. 노래도 아주 잘한다고 한다.

현재 다승1위라는 목진석 사범님.

그의 어린시절을 봤던 나로서는 끄덕끄덕.. 이다. 어린 나이에도 혼자 버스(812번)를 타고 도장에 나오던 착실한 아이.. 힘든 공부 하면서도 힘들다는 내색한번 한적 없었던 우직한 아이..

어제..  자신의 경기는 없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검토하고 연구하는 목사범님을 보면서.. 어떻게 프로기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왜 다승 1위인지..  알 것 같았다.

비록 ‘괴동’이라는.. 아주 내 맘에 쏙(!) 드는 별명이 하나 있긴 하지만.. 
노력하는 천재 목진석. 나는 그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바둑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승리하는 이도 있고, 타고난 재능만 믿다가 노력이 부족해 금방 사라지는 이들도 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목진석 사범님이 돋보이는건.. 그가 노력하는 천재이기 때문.. 아닐까?   그의 노력이 계속되는 한 다승기사 명단. 그 윗부분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질 리는 없을꺼라고 조심스레 단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