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얼음이 녹는다, 지구 온난화도 뭐다 하면서 늦 더위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그래도 계절의 힘은 이기지 못하는 지 밤의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열고 자던 창문을 닫고 발로 차버리던 이불을 끌어 당기며

가을의 상념에 잠겨 있는데,

지난 밤에 오랜만의 낭만을 머리 속에서 날아가버리게 한 놈이 있었습니다.

새벽이었을 것입니다.

이불의 따뜻함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내어 놓고 자고 있는데

발을 물더니 그리고 손을 무는 모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혼자 자는 방인 탓에 모기도 다른 곳으로 갈때도 없는지 계속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일찍 자리에 누운 탓에 한 밤중이었지만

쉽게 잠에서 깼습니다. 불을 켜니 벽에 까만 모기 한마리가 있더군요.

날씨가 추워지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도 있어

이 녀석도 날아갈 힘도 없는 가을 모기이겠지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손으로 천천히 벽을 툭 쳤는데

벽에 납짝한 모습으로 붙을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모기는 흔적도 없더군요

손쌀 같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바둑처럼 손속을 봐주지 않고 죽을 말은 일격에 죽여야 했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모기를 못찾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1시간도 못되어 겨우 잠이 들었을만 한 시간에 모기의 왱왱거림에

다시 눈을 떠야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일어나 불을 켜고 모기를 찾아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어나기를 세번을 채우고서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불을 뒤집어 서고 잠을 잤습니다.

상수들과 바둑을 두면

초반에는 상수가 실리를 창기는 탓에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세력을 만들어 놓게 되고

중반에는 백돌 하나가 그 세력으로 날아와 이리저리 도망가며 하수의 집을 다 깨어놓고

대궐을 짓고 살게 되지요. 심지어는 세력의 흑돌을 잡아 먹으면서 말입니다.

한밤의 모기도 바둑 속에 특공대로 투입된 상수의 돌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이리저리 날렵하게 도망다니고

잡으러 오는 상대를 힘들어 지치게 하고 말입니다.

모기든, 바둑돌이건 초반에 빌미를 주기 않고 잡아야하는데 말입니다.

조금만 봐줘도 비실비실 대마가 되면서 살아버리니 말입니다.

언젠가, 언젠가...

바둑해설을 할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흑 집 속에서 살아버리는 백돌에 대해서

추문(秋蚊)이라고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