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甲

선비만석

  지질 거리는 장마 비가 아직도 멈출 줄 모른다.  이런 날은 호박 부침개나 감자부침개를 먹으면서, 반상에서 인생을 탐하여야  신선이 되는 것을, 다음주부터 휴가를 내고는 한가하게 좀 쉬려 했으나, 아니 세탁기 속에 웬 빨래가 한 가득이네......... 그러고 보니 일주일 내내 빨래를 하지 못했다. 우~~쒸 고달픈 홀아비 신세여,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은 우유 한 잔에 은행과, 마 가루를 섞어서 흔들어 마시고, 도리아우가 사가지고 온 참외를 두개 껍질을 벗기고서, 도마도 한 개를 같이 먹으며 아침을 때운다. 이렇게 다이어트? 를 하는데, 이 우라질 놈의 칠 겹 살은, 와 이리 안 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아니지, 이유는 딱 한 가지 나의 게으름 .......운동을 안 하니 땀도 안 나고 땀을 안 흘리니 살이 안 빠지고.........  머 이리 살다 죽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편히 살면 그만인데 인간의 욕심은 건강히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결국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히다가 오로의 나작 코너에 글 하나를 올린다. 사실 이글을 올리면서 착각전공님의 태클이 있을 거라 생각은 하였지만 진짜로 태클을 하신다. 착각전공님은 보수파로 보이신다.^^*  진보주의자는 안 되는 오십대 말의 연세가 느껴지는 그런 분 인거 같다. 아마도 전생에 나하고는 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만나 술 한 잔 나누는 좋은 시간이 올 수 있을는지......... 고성 모임에 오시나 했더니 오실 것처럼 하시고는 부도수표를 내셔서 못내 서운 했었다.  같은 오십대라도 자라온 환경과 교육의 정도에 따라서 가치관이나 인격이 다를 수 있으나 인간의 정은 같은 것이 아닐는지.........각설하고.........

  글 하나 올리고 바둑 세판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려댄다. 아니? 아침부터 오늘 따라 핸드폰이 자주 울린다. 그대그시절 형님이 비가 많이 와서 걱정 된다며 안부 전화 주시더니........이번에는 누군가?  전화번호를 보니 좀 낮 익은 전화다.

  “여보세요.”

  “어, 동생 나여......”

  “어, 누님, 웬일이유?” 

  “응 다른 일 아니고 읍사무소 식당을 오늘 오후에 예약 했는데 이따가 동생 그리로 오게나. 같이 밥이나 먹게......”

  누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머릿속이 멍해진다. 나 보다 네 살 위인 누님이 회갑인걸 알고는 있지만 아직은 아닌데.....음력으로 7월 초하루가 누나 생일인 것은 그래도 기억하고 있는데.....

  “회갑연을 하게요? 애들이 내려 왔나요?”

  “그래 애들이 왔어, 식구끼리 밥이나 먹으려고 하니 부조금 같은 거는 가지고 오지 말게”

  “알았어요.”

  “그럼 이따가 봐......”

  핸드폰을 끊고 나니 나는 누나에게 뭘 해주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저세상 가신지 오래 이고 허기는 내 나이가 벌써 오십대 말년이 되어가니...........

  누나에게 가정형편 어려울 때 손도 많이 벌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누이는 그 때마다 매형 모르게 내게 돈을 해 주었다. 그 돈 하나도 갚지 않았지만 돈 달라는 소리도 안한다. 난 참 뻔뻔한 놈이다. 어렸을 때는 누나랑 참 많이 싸웠다. 피난시절 젖을 제대로 먹지 못해선지 누나는 잘 크지 못했다. 난 전쟁 통에 태어나서 귀한 아들이라고 젖도 잘 먹고 밥도 잘 먹어서 이리 비만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2남 2녀를 두신 누님에게 딸년들은 그래도 효도하는데 아들놈들이 무척이나 속을 썩게 하였다. 그래도 장남은 그런대로 마음잡고 회사에 취직하고 장가도 가고 가정을 꾸렸으나 막내 조카 놈이 아직 미장가이고 서울서 직장에 다닌다는데.......누님 걱정보다도 내 코가 석자인데........아들놈과 막내 여식이 취직이나 되었으면 원이 없겠다.

  내가 회갑을 하려면 아직 4년이 남아있지만 그동안 아들놈이 취직만 하면..........그래도 맘 편히 식구들과 밥이라도 함께 먹을 텐데.........에이구..............내 팔자려니...............

  어찌 되었거나 회갑연에 가는데 빈손으로 가기는 그렇고 삼십 만원쯤 가지고 가서 옷이라도 한 벌 해 입으시라고 해야겠네........우쒸......... 돈 나간다. 

  용마형님 수술이 잘 되었는지 걱정되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착신이 정지되어 있으시단다.

으휴..............제발 수술이 잘되셔서 건강하셔야 하는데..............선달이는 밥이나 묵고 일하러 다니는지.........에잉.........괜시리 장마철이라 짜증만 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