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을 올라와 고개를 돌려보니 안경점의 간판이 환하게 불 켜져있다.

상가들 중에 가장 실내가 밝은 곳이 안경 점이 아닐까? 안경점은 어딜가나 대낮처럼 환하게

불켜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 눈이 환해지는 것이 기분이 좋아진다.

안경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늘 희미하게 흐려져 보이는 사물을 보는 것이기에

환한고 선명한 사물을 볼때의 쾌감이 있는 것 같다.

안경을 새로 했을때,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을 본 경험이 있으신 분은 같은 쾌감을 알 것이다.

그 선명함에서 오는 상쾌함에 안경점의 문을 밀게 되었다.

지금의 안경을 한 곳이라 주인과는 안면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안경을 바루기 위해서 였다. 한번은 축구공에 맞고

또 한번은 애기한테 맞아서 안경이 삐뚤어졌다.

안경 테의 축이 삐뚤어진 것을 안경 다리만 만져서 계속 끼고 다닌 탓에 불편함이 있어

그것이라도 고치면 조금 더 잘 보일까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지금 끼고 있는 안경을 새로할때가 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것도 잊지않는다.

주인장은 안경테를 몇번이고 휘었다 맞추어 보고, 또 휘어져 바로기를 몇번 한다.

안경을 낀지 30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혼자 바룰 줄을 모른다고 자책의 말을 하니

원래 안경점 하는 사람도 몇년은 지나야 할 수 있는 어려운 기술이라고 한다.

고쳐진 안경을 끼니, 선명하게 보일 줄 알았던 생각과 달리 세상은 다소 휘어져 보인다.

낭패감이 든다. 그것은 휘어진 안경을 오래 낀 탓에 눈이 안경에 적응을 해서 그렇단다.

인체의 신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사는 것과 닮은 것 같다. 처음 옳바르지 못한

것을 바루어 놓지 않으면 어느 틈에 스스로도 그 속에 섞여 익숙해져 버리는 것.

세상사 명확하게 옳고 그름을 구분 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냐 만은

그래도 스스로 정한 최소한의 잣대만은 삐뚤어진 안경에 적응해버리는 눈처럼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이는 오로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