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사

푸른계곡이라 깊은 산속에 있었으나 이제는 세속에서 파고들어 먼발치로
시멘트 건물이 희뿌옇게 보인다
대구 시지동의 월드컵 경기장 뒷쪽 계곡 깊은곳에 자리잡은 청계사
만보 등산로의 코스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은곳으로 이제는 제법 알려졌다
설정스님이 주지로 계시고 조계종이나 개인 사찰이란다
1930년에 이자리에 원력을 일으켰다 하니 8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마음 가는대로 인연 이끄는대로 따라 다니는데 가는곳마다 감회는 다르다
개인 사찰이라...

한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다른손으로 경전을 넘기고 있다
대여섯의 식솔들은 거푸 절을하고 갑자기 들어선 나를 힐끗 보더니
한 사내가 돈을 주섬 거리며 꺼내 들고 앞으로 나서며 연신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구석 자리로 가서 절을 한다
그제서야 제를 올리는 법당은 잠깐의 어색함을 지나 평온을...

나도 돈이 있어 저렇게 하고 싶은데 울 할머니는 가시는 복도 없으시네.
내공이 모자라서 마이크를 잡았나... 저들이 원해서 저러나...
망자가 원하지 않았음은 분명한데 명복을 비는가. 현세의 보살핌을 비는가.
내가 할수 있다면 마이크를 치우고 염불도 치우고 목탁만 쳐달라고 하리라
내마음이 목소리요 내바램이 염원이니 목탁으로 기침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절집이 산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네
목탁소리 낯설다고
산새 다람쥐 놀라 달아나지 않고
스님행세 상관없이 꽃들은 피고지고
마음에 있던 잿밥에 있던 
서푼어치 공양하고 만냥 복을 지고간들
누구하나 말리더냐
휘돌아가는 시냇물도 비켜가지 않음이니
절을 산을 핑계하고
내가 여기있어 뭔 대수겠나.

선지식도 굶주리고
선지식에 굶주린 세상이라
목탁소리 앞서가는 확성기의 염불소리
수양위한 일신공양 모두가 허영인가
마굿간에 말매두고 공양보살 기다린다
칡덩쿨 솔밭 오솔길을 힘들여 올라올라
등잔불 아래 큰스님 헛기침에
설레임이 그립구나.

인연따라 무작정 달려가는 산사길에

실망도 하고 감격도 하더라.

존재란 무엇인가
우리는 존재 자체를 보기보다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매달린다
아쉬운것 채우고 가진것을 지키고 부풀려 영원을 추구함이라 말하는가
이에 얽매여 진작 우리는 잠시도 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추구하다 가리라
지금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누리지 못하리라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을 누려야 한다.
그리고 거울을 보듯 살아야 한다 보여지지 않는것을 비추려 애쓰지 말것이다

거울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면 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진대로 보여 줄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단지 오늘만 보여줄 뿐인 것이다
지난일은 그리움으로 접어두고 잠깐의 미소로 더듬을 뿐이고
내일은 미리 머리숙여 감사하리다
더함과 덜함이 뭔 대수랴 거울로 다가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겠지.

이세상에 의미없는 움직임은 없음이니 무엇을 선별하리요
옳고 그름은 내 생각일뿐 모두가 실체요 모두가 허상이라허니
내가 실체면 나머지는 공간이고 보이는게 실체면 나는 공간 이리라
이것도 저것도 분별없는 선달이는 오늘도 구름타고 바람 잡으러
허공에다 그물을 던지고 있을뿐이던가.

▲ 대구 월드컵 경기장

10여년전의 함성이 그 행복함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제는 잊혀진 고향의 고목나무 같은 을씨년함 마저 느껴지고...
한여름날 시민들의 휴식처로 가끔 열리는 경기와 이벤트 공연장으로 물러나고
매년 수십억의 운영적자를 끌어안고 가는 애물단지로(?)...
우리의 관심과 사고는 이렇듯 단순한가

우리는 나의것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공통의것은 변화를 거부한다
무엇이 나의것이고 무엇이 공통의 것이냐는 소유권으로 분별하고
아니 내것외에는 공통의 것이고 반발에 부딪치면 상대것으로 억지 인정한다는게..
고향은 변하지 않아야 하고 고향 사람들의 불편은 무시한다
내가 잠시 들렀을때 내 편안함이 우선이고 아니면 아쉬워 한다
내가 고향이 되는것은 어리석음이라 외치면서
그렇게 고향을 그리며 나의것을 찾아 헐떡 거리며 달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