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白山(2)

2부. 태백에 오르다.

(10월 3일)

  아침 다섯 시 십 분에 손전화통에 알람을 해 놓은 터라 새벽에 울리는 그 소리에 결국 잠을 깨었다. 영바모는 아직 꿈나라이고 새벽잠이 없는 이청 아우는 벌서 산책을 나갔나 보다. 주섬주섬 가지고 간 운동복을 주워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고산 지대인 태백의 아침 기온이 몹시 내려갔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침기온 치고는 높은 섭씨17도를 가리키는 안내판을 보니 날씨가 쾌청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침에 본 태백의 기온.....)

  평소 같으면 약수터까지 약 8키로가 넘는 아침 산행을 하겠지만 오는 태백산 천제 단에 내 생전 처음으로 오르는 영광을 맛보기 위하여 아침운동을 하지 않기로 하고 가벼운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세수를 하고는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태평역 형님을 모시고 아침식사가 준비된 식당으로 향했다.

   태백시는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프로기사 초청대국을 열어서 바둑을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도록 지원하는 지방자치 단체이다. 태백산 천제 단에서 산상대국을 하였던 프로기사들이 이후에 세계대회를 우승하는 것이 전례처럼 되어 기사들이 태백산의 정기를 받아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태백바둑협회 회장님의 말씀에 언 듯 공감이 간다.

  이번에 이 창호 사범님과 유 창혁 사범님에게 태백 시 바둑홍보위원으로 위촉패를  태백 시장님이신 박 종기 시장님이 전달하는 행사도 있다는 이야기를 빈삼각님이 귀뜸해 주셨다. 어찌 되었거나 응씨배 결승에 오른 이 창호 사범님이 좋은 성적을 올리시기를 기원해 본다. (이러면 최 철한 프로에게는 미안한 맘이지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행사장인 당 골 광장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청 아우님은 이번 행사를 취재하셔서 아주 좋은 글(칼럼)을 올리실 테니 부럽다. 나야 나도작가란에 이런 잡문이라도 쓸 공간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광장은 아마추어 강자들의 단체전과 공식행사인 개회식 준비에 바쁘다. 난 태백산에 오르기 위해서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꾸준히 약수터를 오르내린 덕분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는 터라 천제 단에서 제천행사가 열리니 그것을 보러 가기로 하였다.

(바둑행사장인 당골광장에서 좌로부터 플레이홀더, 이청, 영바모, 태평역형님, 필자,

  소라, 선비무도 내외분)

  걸음이 빠른 분들은 먼저 오리지만 난 이청 아우와 내 페이스에 맞게 쉬엄쉬엄 태백산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당 골 광장에서 약 두 시간 걸린다는 4.7km의 거리는 평탄한 산길이다가도 가파른 산을 오르는 힘든 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대구 팔공산 모임에서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내가 가파른 산을 오른다는 것이 기적이다. 그동안 몇 달을 힘들게 약수터를 오르내린 보람이 나타난다.

 (태백산 오르는 중턱에서 잠시 쉬는 영바모와 이청 )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태백산은 해발1567m로 우리나라의 개국기념일인 개천절의 제천행사를 천제단에서 매년 지내는 것은 1부에서 잠시 언급한 바가 있다. 오늘은 그 천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기위해 산으로 오른다. 또  이 창호, 유 창혁 두 프로기사의 산상대국을 보는 것도 목적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계곡의 물소리, 정산으로 오를수록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단풍의 아름다움이 힘들어 헉헉대는 나를 위로해 준다.

(무너져 내린 돌들....나무는 단풍이 든다.)

(이청 아우를 모델로...ㅎㅎㅎㅎ 모델료는 공짜)

  오로바둑에 바둑에 관한 칼럼과 소설을 기고하는 이청 아우는 사람이 참으로 겸손하다. 등단작가라는 위치에 걸맞게 한학에도 조예가 깊다. 훌륭한 식견과 고매한 인품을 가진 이런 사람을 호형호제 하는 나는 참으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산에 오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나와 보조를 맞추어서 함께 천천히 오르는 배려에 나는 또 힘을 내서 걷는다.  이청 아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 부근에 다다른다.

  장관이다.  한마디로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는 없다. 내 발밑에 펼쳐진 태백의 위용을 바라보노라니 이 엄청난 광경을 보지 못했으면 평생을 후회 할 것이다. 정산에는 이미 단풍이 곱게 들어 내 눈은 아리다운 여인에 매혹된 듯 이리저리 그 광경을 눈에만 담기에는 아쉬워서 카메라를 연신 들이댄다.

(천제단에서 바라본 태백의 준령들....)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 거리는 이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으면 정서가 매마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