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바둑일기39


최근 행복을 느껴본 일이 느껴본 적이 언제였을까?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 라는 노래가사처럼
멀리 있는 것 이어서일까?

5호선 지하철역에서 오른 종로 삼가 는 옜 시장터 마냥 북적 이는 활기찬 분위기이다.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남루한 건물의 유리창엔 기료 2,500원 금연석구분 100석 이란 안내쪽지가 붙어있다.

대학시절 댐뿌라(일본식튀김)를 싼 안주로 유명하여 와 본적이 기억나고 중학시절 To Sir With Love 라는 흑인 시드니 포이티어 주연의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난다.
그때가 행복했던 것일까?

탑골 공원 안은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있고 단정한 복장의 노인들이 이곳 저곳 모여 앉아있다.
바둑장기 등의 금지와 입장객은 한 시간 내에 돌아가달라는 안내.
송파 호변 처럼 노상의 기반에서 여유를 가져보려 부러 등산복을 입고 왔는데 야외대국이 안 된다니 아쉽군.

13층 석탑은 어린 시절 도덕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처음 보았다. 유관순 누나의 만세데모 부조 들과 일본군경의 총검부조.

13층 대리석 석탑은 려말 다른 사찰의 같은 재질크기방법의 것이 있었다 한다. 몽골제국의 쇠락 무렵 세계를 제패한 몽골기병의 병법과 군비 기술 등을 갖춰 몽골의 하부관리 였다던 이태조의 조상..
당시로선 대단했을 거대한 불탑의 위용에 몽골과 려말선초 의 역사를 그려본다.

두 시간 반째 인 바둑은 아무리 계가를 해도 덤을 낼 수 없는 모양이다. 긴 바둑으로 가려고 처음부터 잘게 쪼개며 난전을 피했지만
하변 백모양의 어깨를 짚어 놓은 것이 움직이며 양곤마가 되어
전판에 걸쳐 동서남북으로 피해를 보며 운신에 제약을 받은 것이 패인이 되었나 보다.
중앙 집을 짓기는 했지만 곳곳의 백 집도 60 여 호 여 이어서 덤이 안 나온다.

마지막 노림수는 두 곳 이어 우상귀의 메겨 치고 되 따면 네 집, 역시 덤이 안되고
백 역시 좌 중앙의 20 여 호 집안에서 패가 나면 이길 수 있지만 가 일수 하겠지. 두 번째 노림수는 무위일 것이라 체념하며 아쉬워하는데 백은 무심코 손을 빼 패가된다. 두 시간 반의 대국은 기나 긴 노력이 무심하게 결말 지워진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천라지망 님
"제가 진 내용인데요~" 소라네

종로거리가요제를 잠시 본다.
8순은 되셨을 듯한 영감님께서 열심히 부르신다.
파전과 막걸리를 팔고 각설이 행상, 가판대들.. 북적거리는 수많은 인파는 무엇인가 한가지가 다르다 평소와.
깔끔하고 잘 정비된 가로와 영어간판, 젊은 처자들의 시선을 끄는 패션이 아닌
70년대 시장의 이웃들의 익숙한 푸근한 모습이다.

거리의 화상은 열심히 설명한다. 늘어놓은 액자들과 표구전의 화폭들. 소싯적 이발소에 가면 꼭 똑같은 싸구려액자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브랜드 는 이발소그림.

종로2가 인파 속을 헤치며 커피숍의 한자리를 차지 했다.
모카커피 는 기대보다 맛이 있다. 미국 살던 시절 아르바이트를 햇던 헐리우드 차이니스 시어터 옆 커피숍에서 이태리제 기계로 카페올레와 모카 등을 직접 만들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 난다.

청계천을 복구 후 처음 보며 기대보단 적지만 그 위에 있었던 사라진 고가도로를 그려본다. 바로 이곳 삼일 빌딩 앞에서는 명동 쪽 좌회전으로 2층의 더 높은 회전로가 있어 소싯적 그 위에 접어들 땐 스릴을 느끼곤 했지.

10시반 부터 11 시 반 까지 탑골 공원 에서의 담소.
11시반 부터 네 시 반까지 5시간 동안 세 판의 대국.
점심은 자장면으로 때우며 방내기 꾼 처럼 심혈을 기울인 대국들.

조령새재 에서의 바둑이 아쉬워 천라지망 님과의 진검승부를 기약했던 약속을 지키며

바둑보다 만남을 즐기는 것 이겠지.

아침에 일어나서야 생각이 정리가 된다.
행복이란 가까운 곳에 주변에 있는 것 이라고..

어제는 참 행복 했었군! 끝.

행복이란, 바둑일기39 0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