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기본기

“천혜의 장소네”

관악산 밑자락 의 대학 캠퍼스 내 테니스장 에서 선배는 말한다.

선배 부인이 준비해 온 사과주스 크기의 캔 막걸리를 몇 개 꺼내서 맥주대신 더운 몸을 식힌다.

오후 5:30인데 눈이 날릴 듯 하던 날씨는 벌써 테니스 장 양끝의 수많은 라이트 까지 켜 있어도 어둑어둑한 느낌이다.

테니스 복식시합의 전위는 앞에서 발리나 스매시로 상대의 방어를 끊어줘 승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파트너 이 약사 의 서브 나 스트로크 가 강해 상대의 볼이 떠도 나의 실수로 매듭을 짓지 못한다.

기회가 왔을 때는 움켜쥐고 매듭질줄 알아야 하는데.

“2만원 은 크니 만 원짜리로 하지”

“그 실력이면 저는 5 만 원짜리도 하겠어요”

바둑은 상수건 하수건 치석을 하니 승부는 실력 차이 보다 자세와 기세에 달린 것 일까?

이기는 지든 몇 집 안팎이고 승률이 높아 같은 편이 되면 편안하니 하는 말 일까?

다양한 정석이나 포석 중반경험 등이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야 승리로 이끌거나 혹여 지더라도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 이겠지.

체대 교수 이자 미국에서 박사학위 까지 땄다는 이 교수는 테니스 반바지만 40여벌 이라는 매니아 이다. 복식 한 게임은 2,500 내지 3 천 보의 효과가 있다는 다양한 통계와 경험을 자랑하며 끔찍이도 사랑하는 테니스에 승부욕도 강하다.

“서브 의 토스 가 너무 낮아.”

“서브 가 슬라이스 형식이 되니 파워도 안 실리고 보기에도 좀 어색한데”

“파워가 실리지 않은 서브 후 서브&발리 로 무리하니 상대의 passing 에 무책 이지”

이교수의 시합을 보며 관전평을 한다. 이 교수 팀이 6:0으로 졌다.

이론을 검색하고 이론을 실천하여 기본기를 다지는 것도 필요한 일일텐데.

“서브 가 안되면 under로 해”

“언더 는 더 안될 것 같아”

더블폴트 세 개를 하면서도 자존심은 버릴 수 없고 이 약사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기본기를 더 다져야 하는데 세월엔 약이 없나 보다.

강하게 들어간 서브 는 상대가 막지 못하고 혹여 막더라도 볼이 떠 전위가 매듭을 져 포인트를 따야 하는데 더블폴트 라니.

서브 의 기회가 왔어도 기본기 가 다져지지 않아 무용지물이군.

매월 첫 주의 테니스 모임은 이제는 큰 낙 이 되었는데 평소 연습할 장소나 시간이 마땅치 않아 벗들과의 시합에서 버벅 거리니 마음만 더 급해진다.

중요한 매치 는 월간바둑 바둑세계 두 곳의 기보 를 비교해보고 바둑포탈의 해설까지 비교해보던 정성과 노력을 테니스 는 젊은 시절 이래 가까이 못해서 일까?

“쟤는 선수들을 가르치던 앤데” 송교수 가 저 멀리서 하는 말이 들린다.

“폼은 점점 좋아지는데”

젊은 시절 테니스를 좋아해 외국의 신 이론이나 외국기사들을 번역해 태릉 선수촌에 갖다 주던 무용담을 술자리에서 했더니만 미덥진 않아도 기억은 좋아 그 소릴 하나 보군.

기본기 도 자전거나 운전은 한번 익히면 잊혀지지 않는다지만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을 할애해 연습을 하여야만 하는 것 이겠지.

맘속으론 내가 그래도 대학 때 선수였는데 하는 과거에만 묻혀 있었군.

목적을 달성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세상사인데

많은 곳을 다녀보고 많은 경험을 해 봤다고 자처하던 자만과 노력의 결핍이 최근 실수 연발 이었던 내 세상살이 의 모습과 원인 이었던가?

기회가 왔을 때 조차 평소 기본기를 다져놓지 못해 결과를 이루지 못한 것 이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따라가려 노력을 부단히 했어야 하는데.

강원도 고교를 졸업 후 실업 팀 에 들어와 어려 보이기만 했던 그 선수 들도 언젠지 아시안게임에서 삼관왕이 되어 연금을 타며 지금은 한 분은 모 대학 교수 이고 다른 이는 친구의 처 이자 유명인사 가 되었지.

나는 과거에만 사로잡힌 망령이 되어 스스로 잘 한다고만 생각 했었나 보군.

꿈의구장 에 만 사로잡혀 있었던 것 일까?

오늘부턴 가지 말아야지 했던 구장엘 못 가는 아쉬움이 돌 대신 타이프 를 두드리는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