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 스포츠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바둑에 있어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하나의 전환점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수들에게 고함"이란 글을 적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제대로된 세계대회를

열어야한다는 글의 취지는 밝힌 것 같지만 내용에 대해서 스스로도 불만 스러웠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현재의 상태를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바둑의 스포츠화"란 것이, 바둑계의 생존을 위해서 억지로 빌려온 개념입니다.

스포츠계에서도 이견이 있었고 바둑계 스스로도 바둑이 스포츠가 맞느냐?는 의문과

반대의견이 있었고 또 찬성하는 바둑팬들도 바둑과 스포츠에 대한 고민보다는

바둑도 스포츠가 되면 지금보다 이익이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둑이 스포츠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라는 심정으로 미소띄며 긍정을 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바둑에 스포츠란 개념이 들어온 덕분에 우리는 바둑에 대해서 스포츠라는

새로운 시각과 잣대를 가지고 보는 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스포츠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바둑은 여전히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자각없이

과거의 바둑 개념과 모습을 고수하고 발전하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바둑'은 어쩌면 이용하려던 것에 의해서 발목이 잡혀

이용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의 탈만 쓰는 무늬만 스포츠가 되어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려고 했는데, 바둑의 몸과 정신이 모두 스포츠가 되기를 강요

받는 것입니다.

동양증권배 등 세계대회가 처음 생겼을때 그야말로 대단한 화젯꺼리였습니다.

분명 당시에도 세계정상이라고 인정되는 사람은 있었지만, 거의 국가간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기깨문에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국의 경쟁적인 세계대회 설립으로 바둑계는 많이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그 세계대회라는 것이 더 큰 대회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있습니다.

각국기원에서 개최한 태생적인 원인으로 세계대회가 난립하고 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세계대회가 다양화는 되었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대형화되는 길이 막힌 것입니다.

이제는 다시 다른 구조의 세계대회가 보고 싶습니다.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정말 그 사람이 세계 1위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회말입니다.

각 세계대회의 우승자가 다르면, 누가 제 1인자인지 모르잖습니까?

지금처럼 세계대회가 이모양으로 난립한 것은 각 스포츠에 있는 세계기구가 없기때문입니다.

이름이 '세계바둑연맹'이든 바둑에서 사용하는 기원이라는 말을 그대로 이용해

'세계기원'이던 세계대회를 관리할 기구부재때문입니다.

이제는 세계기구(추진중이었던가?)를 만들어 세계대회를 관할할 필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계대회는 이렇습니다.

1년에 한번 또는 2년에 한번쯤 열고 기존의 대회는 세계대회를 위한 하부대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국도 어떻게든 세분되어야합니다..

지금처럼 단 한명의 1인자를 뽑는다는 것은 너무나 심심합니다.

육상대회도 달리기 잘하는 1명만을 뽑지는 않습니다.

100미터, 200미터도 있는가하면 마라톤도 있습니다.

바둑은 제한시간에 따라 나누면 몇명의 1인자가 나올 것입니다.

보통은 바둑 잘두는 사람이 속기도 잘 두고 긴제한시간의 바둑도 잘두지만

지금 대회가 속기화 되고 난 후의 현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각 분야의 기사중에 최고수를 뽑는 방법도 연구해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왜! 이때까지 대규모의 세계대회가 생기지 않았는가?

이런 대회를 상상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런 대회를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의 부재를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기원의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기원에 그런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기원 = 프로기사 라는 등식이 성립됨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프로기사들의 인식문제입니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들이 만든 조직이고

또 프로기사들의 의사를 반해서 일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이기때문에

결국은 한국기원 = 프로기사인 것입니다.

요즘은 프로기사라는 말 보다는 전문기사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좀 더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프로기사라는 말과 전문기사라는 말을 구분해야 할 것같습니다.

노국수라는 말이 있었듯이

전문기사는 바둑을 예술적 관점, 미학의 관점 등을 가지고 반상의 기도(棋道)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프로기사에게는 게임, 스포츠 등의 개념을 가지고 바둑을 스포츠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구분해본다면

지금의 프로기사들은 앞에 말한 "전문기사"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정말, 스포츠화된 바둑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라면 바둑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할 것입니다. 세계대회라는 것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고전적인 바둑관으로 바둑에서의 한수를 찾는다면, 지금의 바둑대회로도 충분할 것이고

어떤 형식이든, 세계의 고수를 만나서 대국을 하면 만족이 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스포츠화된 바둑관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스포츠 대회에 수준의 경기장에서 바둑을 두고 싶어해야 할 것입니다.

각 스포츠가 팬들의 환호성 속에서 생명력을 가지는 것처럼

바둑도 반상에서 두 대국자간의 것이 되어서도 안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중도 소외된 모습으로

이방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아마 스포츠화된 세계대회는 기사들의 바둑관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