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이 된 바둑 벗

성남 J병원 영안실에 있다며 K시장 문사장이 전화가 왔단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 백혈병까지 확인 되 스턴트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다더니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김사장.

지난 여름만해도 건강해 보이고 종합검진 받으러 병원을 간다는 소식만 무심히 들었었는데 예기치 못했던 부고이다.

중국에 거주하며 농산품을 한국에 보내는 일을 한다며 자주 한국을 오가며 기원에 가끔 들르던 그를 본지는 몇 해 전부터 이다. 연기를 같이 두기도 하고 초봄 회사를 퇴직한 아들이 너무 의기소침 한 듯 하다며 아들을 해외봉사에 동행을 청해 데리고 동남아에 다녀온 후 같이 다녀온 여대원 중 한 명 과 가까워진 듯 하다며 그녀의 소식을 내게 자주 묻기도 하였지.

바둑과 관련된 지인들의 부고는 네 번 째이다.

고교기우회의 신설에 큰 역할을 하던 후배가 수술 중 급서한 일과

S병원 기우회 에 초청기사로 활약해 주시던 김수영 사범의 부고. 신예프로 였던 어린 여 기사의 사고 사.

위수술 은 별일도 아니라 무심했는데 의료사고였는지 용산 역 인근 J병원에서 수술 중 사망한 후배,

다면기 외에도 진료 차 자주 병원에 오시며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번 했던 김사범 님 은 정작 췌장암으로 급서하셨고, 급작스런 차량사고로 현장근처 병원에서 S의료원으로 옮기는 문제를 상의하던 중 세상을 떠난 어린 여류프로, 스턴트 혈관조영술 정도는 이젠 흔한 일인데 별도의 항암치료까지 겹쳤어도 심각히 걱정은 못해본 김사장의 부고.

인명은 재천 이라더니

한 분 한 분 의 부고 는 모두 아쉬움과 두려움을 남긴다.

나는 과연 건강 한 것인가?

나는 과연 언제까지나 살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후회 없는 언행을 하고 있는가?

“중국 김사장이 죽었대~”

“나이도 많지 않고 건강해 보이더니~”

“아프지 말다 죽어야지~”

“병원엔 오래 안 있었다던데~”

“빨리 가면 편할 것 같아~”

옹기종기 모여 앉아 편 바둑을 하던 꿈의구장 식구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어쩐지 종일 지기만 하던 바둑이 더욱 반상에 집중이 안 된다.

한 판의 바둑을 마음 편히 둘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 인가?

한 수 한 수 소신껏 두어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승패를 떠나 유감은 남지 않는 것 이겠지.

추석 무렵 까지도 몇 백만 빌려달라던 김사장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었다.

구정 무렵 수입을 위해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달라는 청에 지인을 소개했더니 지지부진 유야무야 하는 모습에 실망하여 더 이상의 관련은 끊고 원만히 해결되기만을 일말의 기대를 하던 것이 이제는 종국이 되었다.

바둑 벗 은 바둑 벗 일뿐 세상사와는 연관을 맺지 말아야 하는 것 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