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기원 사람들 (3) 족발 3형제

                                                                                                                저니

사람들이 K 소장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의 직업이 건설분야 일명 노가다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인듯 했다. 지방에 있다가도 저녁 늦게라도 기원에 들려 바둑을 두던 아니두던

사람들과 지긋이 어울리는 호남형. 사람들은 그가 그 기원의 고수라기 보다 푸근한 맘을

좋아하는 듯 하다. 또 밤이 늦도록 바둑을 두는 일 또한 없으니 바둑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다.

K소장의 기풍은 두텁게 두면서 상대를 압박하여 실리의 균형을 맞추는 전형적인 고수의

기질을 갖춘 바둑을 둔다. 단지 그의 최고의 약점은 계가를 하지 않고 둔다는 데 있다.

대충 눈대중과 기분으로 형세판단을 하는 그의 대국관은 종국으로 치닫게 되면 종종 역전의

바둑이 나오곤 한다.

사실 그의 그런 실력에 비추어 나는 그리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는 않아

나의 전략은 사이드 스텝을 돌다가 그가 바나나 껍질에 밟아 쓰러질 때 승리를 훔치는

술수(?)로 승률을 맞추고 있다

그런 나를 얼마전 오로에서 섹션별 기력 진단을 해보았다.

아래 진단표가 인터넷에 뜨는 순간 난 심장이 얼어 붙는듯 할말을 잃어버렸다.

학교 다닐때, 종아리 맞을 성적이 나왔을 때도 이리 떨리지는 않았다.

난 형세판단이 안되는 인간형이다.

어째서 형세판단 문제를 하나도 못 맞춘단 말인가?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아무튼 그와 내가 승률을 맞출 수 있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런 그와 나 사이에 정확하게 끼여있는 맞수가 한 사람 더 있다. 그는 S형 이다.

전형적인 모범고시생 스타일의 S형.

그는  7-8년 이상 K소장과 우정을 다지고 있는 전직 기원 원장이다.

알아주는 S대 집안에 맞형인 그는, 그가 말하는 고시병에 오래 헤매인 전력의 소유자로

직장 은퇴 후 잠시 기원을 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S원장이라고 부른다.

S형. 그의 계산력 하나는 1급으로 봐주어야 한다.

그와의 바둑에서 종반을 역전 시킨다는 것은 나에겐 불가능하다.

그가 계가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나이든 이창호가 연상이 된다.

S형 역시 호인형인데다가 서글서글한 언변이 좋아 과거 여인네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나이든 사람들 또한 그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K소장이 계가를 하지 않는 틈에 뇌관을 집어넣는 치밀함과 모양에 치중해서 형세를 그르치는

나의 약점의 틈에서 그는 캐스팅 보드를 잡고 있다. S형의 눈빛에는 승부욕이 넘친다.

나도 S형을 보면 묘한 투지가 생겨서 대마가 잡혀도 악착같이 수를 내어 이기려고 하는 졸렬한

마음이 있다.

이렇게 셋이 얽히고 설킨 관계는 묘한 인연이라고 할까.

그렇게 나는 가장 막내이고 형세판단이 되지 않는 삼파전에 주인공이 된다.

셋의 삼파전은 한마디로 족발 쟁탈전이다. 족발을 누가 사는가...

누군가 셋을 이른다면 족발 삼형제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족발을 둘러쌓은 비계와 살코기와의 관계가 땅거미가 사라진 이 금정기원에서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가고 있다.

                발자국 남기기

                                                 저니

 ..Oooo　
　(　 )　 널 찾아 가는 내 발자국.
　 ). /　
　(_/
..Oooo　
　(　 )　 널 찾아 갔었어.
　 ). /　
　(_/　
..Oooo　
　(　 )　 널 만날 수는 없었지만, 너무 행복했어.
　 ). /　
　(_/　
..Oooo　
　(　 )　 널 찾아가던 길에 날 찾아왔던
　 ). /　
　(_/　
..Oooo　
　(　 )　 너의 발자국을 보았거든.
　 ). /　 
　(_/　

이모티콘에 글을 덧붙여 보았다.

발자국은 모래사장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도 남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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