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파워, (고려인4세 프로초단 올가킴 16편)

닥터 알렉스 는 우즈벡 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타슈켄트 의 유누사밧 장애아동센터 의사로 부임하였다.

센터에 명색이 의사로 혼자 있지만 약품이나 장비 등 아무것도 없이 심지어는 간호사들의 월급조차 정부에서 지급을 못해 형식적인 책상만 지키고 있다.

가진 것은 달랑 의사면허 한 장 이랄까.
서방 의료시스템 마냥 의대 졸업 후 큰 병원에서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 배운 내용조차 러시아 의 구식 의학지식 이어 서방의 60년대 수준 이라고 같이 졸업한 스베타 황은 전해 들었다 한다.

우즈벡 은 물론 러시아 전역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콜호즈(모범농장)으로 뽑혀 외국원수들의 소련 순방 시 시찰코스 였던 폴리티잘 콜호즈 를 일구어 냈던 아버지 황만금 씨 의 명성은 작고하신 후에도 후광을 이어주셨다.

우즈벡 에 갓 진출하기 시작한 한국 NGO에서 설립한 병원에 미국에서 은퇴한 교포 의사들도 동참하고 기독교재단의 후원으로 영어와 서방 의료시스템과 임상을 교육하는데 참가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여름 휴가 때 단기 의료봉사 활동을 온 S병원 의료진과 인연을 맺어 Ngo 김 간사 의 소개로 타슈켄트 의대를 수석졸업 한 스베타 황은 그리웠던 고국 한국에 전공의 과정을 공부하러 가게 되었다.

한국 NGO 는 타슈켄트 에 세운 병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은 물론 집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방문치료 와 함께 고려인 간호사들을 교육하여 현지에 물리치료법의 전파를 시작하였다.

김 간사 는 매년 두 세 차례 해외의료봉사를 다니며 장애아동과 그 부모들을 위한 물리치료법의 전파에 열심이다. 게다가 스베타 황의 소개로 알렉스 의 병원처럼 장애아동이 몰려 있는 곳에 왕진을 가서 치료를 하고 약을 갖다 주고 심지어는 러시아간호사들의 일부 월급까지 지급하여 간호사들이 능동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게 되고 센터에서의 알렉스 의 위상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해 냈지만 그는 스베타처럼 한국에 가서 최신의료지식과 임상 을 더 배우고 싶었다.

몇 달짜리 단기 실무과정이고 유명 병원이나 대학이 아닌 인천의 중급규모 병상의 병원에 한국으로 오게 된 알렉스 는 김 간사 와 올가, 스베타 등의 도움이 컸음을 알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울 일이 없을까 궁리 중이다.

서울 S의료원 흉부외과:
병동으로 들어서는 알렉스 를 스베타 와 김 간사 는 반갑게 맞이한다.

s의료원에서 지난해 우즈벡 동부 오지 안디잔의 의료봉사 활동 후 현지 심장병 어린이 둘을 선정 후 이제야 초빙하여 수술을 하여 완쾌를 기다리는 중이다. 스베타 는 소속 의국 의 일이 바빠 아이들의 병실에 자주 들리지 못하고 통역과 따라온 보호자 젊은 우즈벡 여인들의 뒷바라지 등을 김 간사와 NGO소속 회원들이 하고 있다.

알렉스 는 통역을 자원하여 가끔 들리게 되었다.
타슈켄트 의 의대 재학 시절에도 스베타 를 마음속에 두고 있었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 였지만 이곳 한국에서 보는 스베타 는 더욱 자신감 넘치는 사랑스런 모습이다.

올가, 엘레나 등과 여럿이 러샤 식당 등에서 같이 모이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스베타 는 속내를 전부 들어내지는 않는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걸 까? 우즈벡 에 돌아가서 같이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일까? 한국을 떠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까?

천 여명의 의사들과 생활을 하니 좋은 사람이 생긴 것은 아닐까?

김 간사 는 심장수술을 마친 아이들의 보호자들 젊은 우즈벡 엄마들과 대화를 한다.

S의료원의 호텔 같은 격조 높은 시설 설비와 예쁜 간호사들의 친절함, 무엇보다도 비용부담 없이 불가능 해 보이던 심장수술을 마쳤다는 안도감인지 보호자들은 웃고 떠들며 자유로이 예기하고 묻는다.

“우즈벡 에 있을 때 보면 한국남자들이 장가들러 많이 오던데 여기 한국에 저렇게 예쁜 여자들이 많은데 왜 우리나라까지 오느냐?”

“우리도 여기 온 김에 일해서 돈을 벌어가지고 가면 안 되겠느냐?”

S병원의 초청장이 있는데도 아이들과 입국할 때 공항을 통과하지 못하고 김 간사 가 가서 보증을 선 후에야 나올 수 있었던 것을 벌써 잊었나 보다. 체류 허가기간 한 달이 다 되고 공항까지 배웅을 나선 김 은 그들이 탑승 후에야 마음이 놓인다.

서울 대학로:

닥터 양은 헬기추락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군의관으로 입대하여 홍천부근의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휴일인데도 부대 내에 급한 환자가 발생했다며 장교 관사에서 나와 운동복 차림으로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중환의 서울이송을 지켜보겠다며 헬기에 동승했다가 심야의 안개 속에 헬기 가 추락한 것이다.

올가 는 최근 보드카 가 부쩍 늘었다.

바둑은 잘은 몰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승훈 오빠에게 들었는데 계속 비극적인 일만 겹치니 올가 가 안쓰럽다.

아프간 에서의 피랍사고로 폴리티잘의 어린 시절부터 벗이자 애인이던 지마 가 탈레반 에게 처형 당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정신적 지주이자 미래를 약속한 듯이 보이던 닥터 양 까지 갑자기 가버렸으니 한국에 온 이후 모든 꿈이 이루어 지는 것 같던 올가 는 이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느낌일 것 같다.

비극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던 승훈 오빠의 말이 되새겨지며 아 아직 승훈 오빠가 남아있었지 하고 안도를 한다.

김승훈 9단은 최근 좋은 성적으로 바둑 프로리그 와 중국 갑 조 리그 에도 선수로 뛰고 있으시다지.

올가 가 마음속으로 연정을 품고 있는 것을 친구로서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

머나먼 조국 한국 이곳까지 같이 온 세 명의 친구, 올가 와 엘레나 그리고 나 스베타.

파랑새를 찾고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엘레나 는 좋아하던 안드레이 최 가 같은 NGO 출신의 환경단체 간사 와 결혼을 하였고 올가 는 고향의 지마 와 이곳의 닥터 양 모두를 잃어 버렸고 나는 어떤거지?
닥터 알렉스 가 나를 기다리지만 아직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어렸을 때부터의 우정이 애정이 무엇일까?
승훈오빠, 김 간사, 안드레이 최, 지마, 닥터 양.
우정이 애정이 어느 것이 행복일까?

올가 가 세계챔피언이 되는 날까지
내가 연수과정을 마치고 자랑스런 닥터가 되는 날 까지
스베타 가 동시통역사의 역할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때까지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겠지.
16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