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의 큰 목소리, 바둑이야기7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들 반상에 몰입하여 승부를 다툰다.

"야 이 쓰x놈아 이렇게 놀지 말아"
가장 젊은 축인 ㄱ 은 또다시 무지막지 한 욕설이다.
최소 20은 연상인, 노상 마스크를 쓰고 있는 k농산물센터 상인인 ㅇ 은 대꾸도 못하는 채
"그런 게 아니잖아" 라며 변명에 바쁘다.

옆자리서 대국을 하던 최고고수 ㅂ사범 은
"그게 무슨 말 이유~ 좋게 서로들 해야지" 말리며 나선다.
"넌 또 뭐야 쓰x랄놈아, 왜 참견이야?"

끽해야 5급 이하의 기력에 자신보다 더 약한 상대만 골라 항상 내기만 그것도 크게만 하기를 좋아하는 ㄱ,
얼마 전에도 대국중인 상대방 나이든 이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바둑판을 쓸어 엎고 극악한 모습을 보이던 기억이 새로운데 역시 제 버릇은 개를 못 주는 것인지,

주변에서 그때그때 야단을 치거나 할말을 못하며 나이든 이들이 제 역할과 할 일들은 안 하는 못하는 풍조의 탓인지..

정말 요지경이다.
道 와 禮를 중시한다는 바둑인 중에 어찌 저런 인사까지 있을 수 있는 것인지..ㅊㅊ
나 역시 속으로만 분했지 나서서 제제나 참견을 했다가는 더한 봉변을 당할까 걱정되어 소리 죽인 다수 의 한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저런 사람은 기원 원장이 나서서 못 오게 해야지..


속으로만 생각 하는 건 뒷전에 숨어서 법과 제도가 모든 악을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소시민의 한계인가?

언젠가 前에 다니던 다른 기원에서도
10여 년씩 서로 얼굴을 마주치며 바둑을 두던 이들끼리
비디오방을 하는 이가 모 국영기업체 퇴임간부 에게
"야 이 씨X놈아 네가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어?”

“나도 너만큼 있어. 이 씨x놈아 네가 뭔데 말끝마다 당신 당신 이야!"

그런 해프닝 이 있은 후에도 두 양반 다 계속 기원을 다니며 둘이서 는 안 두어도 상대가 다른 이와 대국하는 것을 옆에서 관전하는 것을 보노라면 내가 속으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는 내가 나서서 말리기라도 했었는데..
이제는 세상일에 흙탕물이 튀는 것을 더욱 겁내게 된 것인가?

지조 와 절개!

옛사람들의 고리타분한 유훈인지는 몰라도
삶의 의미와 멋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흔한 예기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다고 생각 한 것은 주장을 지속하고
조폭 들의 미학인진 몰라도 의리를 지키며 설령 틀렸어도 택했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용기..
이런 것들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인가?

촛불로 뒤덮인 세상에서
옳고 그름 시시비비의 가름 은 뒤로 미루더라도..
욕설을 앞세우는 젊은이의 큰 목소리 앞에서는
이것은 아닌데 싶어도 다들 뒷전에서 목소리를 죽인 채 말없는 다수에 그치고 마는 것인가?

벌거벗은 임금님 의 우화 속에서처럼
다들 알면서도 아무도 이야기를 못 할 때

"임금님은 빨개 벗었대요~!"
소리치는 소년이 될 수는 없을까?

망상 속에 반면의 다음 수를 내려놓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