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州나들이

선비만석

  글머리에

  (10월 들어 나들이가 많아졌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서 그런가 보다. 이번 여행은 공지된 바와 같이 나도 작가들이 공주에서 모임을 가지는 것이라 길 떠나는 나는 즐겁다. 공주는 백제의 유물이 많은 도시이다. 한 때 18만인가 하던 인구가 점차로 감소되어 지금은 11만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나들이의 즐거움과 만남의 기쁨

  그동안 일에 매여서 또는 갈 형편이 못 되어서 변변한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제 현역에서 벗어날 날이 슬금슬금 다가오니 나들이라도 자주 하고 세상 돌아가는 안목을 넓히는 것이 은퇴 후의 나의 삶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어찌 되었거나 그리운 사람들이 아무런 가식 없이 모이는 자리에 오고 싶은 사람들이 그냥 모이는 자리다.

  엊그제 공주로 가기위해 동 서울 행 버스를 아침 여덟시 십오 분에 탔다. 아침버스를 탈 시간에 타지 못할까봐 아침운동도 포기하고 이것저것 챙기고 거기다가 양주 한 병을 첨가하여 짐을 꾸리니 제법 무겁다. 버스를 타고 진부령을 넘을 때부터 졸리기 시작한다. 차만 타면 졸리는 나의 습관은 오늘도 여지없다. 하지만 내가 운전을 할 때는 안 졸리니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동 서울 터미널에 도착할 무렵 당근돼지 형님이 전화를 주신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전화를 다시 통화하기로 하였다. 동 서울 터미널은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다. 예전에는 마장동 터미널을 이용하였고,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  동 서울 터미널은 처음이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당근돼지 형님에게 전화를 하여 터미널 부근에서 만났다. 여전히 인자한 모습으로 반가이 맞아주신다.

  당근돼지 형님의 차를 타고 공주를 향해 떠나는 차안에서 형님은 차창 밖의 신도시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자상하게 설명해 주신다. 한데 이거 참 차만 타면 졸리는 나의 습성이 또 발동을 한다. 겨우겨우 참아서 기흥인가? 어디인가 휴게소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형님이 잽싸게 점심 값을 내신다.

  점심을 좀 과하게 먹었다. 아침에 우유 한잔을 먹고 출발한 것이 허기진 탓이다. 음식을 자꾸 과하게 먹으니 이놈의 뱃살이 언제 빠지겠냐? 음식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 차를 타고 공주까지 가는 동안 내내 졸았다.

  공주에 도착하여 태평역 형님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벌써 와 계신단다. 심심해서 어느 PC방에를 들어가서 계신다고 한다. ^^* 이 청 착가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랬더니 터미널 부근이라고 금방 갈 터이니 기다리란다. 당근돼지 형님과 음료수 한잔씩 하면서 기다리는데 이 청 작가가 걸어온다.

  “이 청 아우 여기야. 여기.......”.

  시월 초에 태백산에서 본지 겨우 두주가 지났건만 왜 이리 반가운지....아마도 이 청 아우랑은 전생에 많은 연이 있었나 보다. 잠시 후에 태평역 형님도 오신다. 우리는 이 청 아우가 마련한 숙소에 들어갔다. 엄청나게 큰 방을 두개를 잡아 놓았다. 호텔 같았다.

  방에서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하는 사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대그시절 형님, 박 민식 시인과 저니, 소라네 부부, 선비무도 부부, 선달이와 도리아우, 용마형님, 태평역 형님, 당근돼지 형님, 이 청 아우 그리고 선비만석이 모이니 천군만마가 모인 듯 하다. 보는 사람마다. 우리는 안아주기를 한다. 그 사람의 심장 박동소리를 느끼며 그 사람의 품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사람의 마음이 전달되는 그 포옹이 그냥 악수로 끝나는 인사와는 너무도 다름을 우리는 안다.

  허기진 배가 꼬르륵거린다. 저녁 만찬은 순두부 전골이 준비되어있다. 즐거운 만찬과 오가는 소주잔에서 우리의 정담은 끝이 없다. 나도 몇 순배의 소주를 마셨다. 술을 끊기로 하였으나 오늘 같이 즐거운 날 즐거운 마음으로 마시는 술 몇 잔은 보약이 될 것 같다.      

  두어 시간에 걸친 저녁 만찬이 끝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담 속에 그동안의 회포를 담아서 정을 나눈다. 바둑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바둑을 두는 애기가로서 나는 정말 바둑을 배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바둑이 없었으면 이런 만남의 연이 있었을리 만무다.

- 수담을 나누다.

  승부를 가른 다기 보다 만나서 서로의 정을 담은 수담이 우리의 마음을 따사롭게 한다. 선달이는 사진 찍기가 바쁘다.^^* 우선 상품이 걸린 대국을 한다. 1회전 내 상대는 태평역 형님이다. 아이고 짠 바둑인데.....걱정이 앞선다. 헌데 이게 웬일이람....석 점 접바둑이긴 하지만 초반에 대마를 잡았다. 마음이 흐낙낙 하여서 자꾸만 양보를 한다. 어라 어느새 계가 바둑으로 흘렀다. 계가를 하여보니 겨우 한집 승 이였다.

  바둑이 계가가 시작될 무렵에

“제가 한 세집 정도 이긴 것 같은데요....”

  정확한 계가도 아니 하고 요런 입바른 소리를 하였는데...겨우 한 집을 이겼다. 태평역 형님 망연자실한 표정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에공......그렇다고 져줄 수는 없지 않나......

  태평역 형님이 나 겨울에 춥지 않게 운동하라고 겨울 모자도 하나 사가지고 오셨는데......이궁 미안해유 성님~~~~^^*

  2회전 상대는 용마5 성님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인 S대 상과를 나오신 형님의 바둑은 오로에서도 쟁쟁한 공인 5단이다. 선으로 두시기로 하고 두었는데.....어이구 이런 얼마나 침착하게 잘 두시는지..에혀..여섯 집이나 졌다. 에공...이럴줄 알았으면 호선으로 둘걸.....^^*

  결국 나를 이기신 용마 형님은 승승장구 하여 결승에 진출 하고 소라는 B조에서 결승에 올랐다. 에공.....할 말이 없어서.....

  “내가 1회 대회 우승이고 선달이가 2회 대회 우승이고.....”

  요런 중얼거림으로 그냥 어물쩍 넘긴다. 저니도 2회전에서 탈락하여 탈락자 끼리 바둑이나 두자고 치근거린다. 오랜만에 저니와 호선으로 바둑을 둔다. 저니가 흑번이다. 어쩌다 보니 막판에 대마를 잡았다. 사활을 착각한 저니...ㅎㅎㅎㅎㅎ 오픈에서 나한테 지니 열 받을 거다. 하지만 바둑은 져야 는다고 하던가. 저니도 쟁쟁한 오로6단인데.....

  바둑들을 끝내고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며 술 한 잔을 주고받고 하는 정겨운 모습인데 나는 열시가 넘으니 졸려서 못 견딘다. 평소에 열시에 잠을 자던 습관이 몸에 배인 탓이다.

  침대 방으로 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머리만 땅에 닿으면 30초 이내로 잠드는 나의 신통한 잠버릇을 남들은 너무도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의 코 골이 덕분에 나보다 늦게 잠이 들어야 하는 분들의 고통을 ........에고 죄송합니다.

  - 공주 박물관과 마곡사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다. 다른 사람들은 새벽 두시까지 진지한 토론과 술잔을 주고받느라 피곤한 모양이다. 이 청 아우가 어느새 일어나 컴퓨터를 보고 있다.

  “일어 나셨어요. 형님. 아침 산책이나 나갈까요?”

  항상 예의바르고 깍듯한 이 청 아우가 인사를 한다. 참으로 속 깊은 사람이다. 아침 안개가 자욱하여 그 아름답다는 공주산성이 안보이긴 하여 아쉽지만 이 청 아우와 용마 형님과 함께 아침산책을 나갔다. 금강에 쌓은 제방을 따라 길을 만들고 홍수가 잦았던 이 지역이 대청댐 때문에 홍수는 거의 없어졌으나 아침에 물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아진 것 같다. 잘 꾸며진 고수부지의 산책로를 따라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모두들 일어나서 씻고 있다.

  아침식사를 하고서 일정이 빡빡 하다고 하여서 아침을 서둘러 먹으러 갔다. 아침은 해장국이다. 여러 가지가 해장국이 있으니 각자의 기호에 맞게 해장국을 시킨다. 나는 우거지를 넣은 뼈 해장국을 시켰다.

  아침 식사 후 공주박물관을 관람을 갔다. 역사의 고장 공주에서 백제의 성군인 무령왕의 유물을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사진 찍고 하다보니 정신이 없다. 박물관 내에서는 카메라 후랫쉬를 터트리면 안 되어서 후랫쉬 안 터지게 카메라를 조작 하느라 한참을 끙끙거린다. 에구 기계치라니........ 선조의 뛰어난 유물을 보느라 시간이 언제 가는지도 모른다. 

  그 다음 목적지는 면암 최 익현 선생의 생가를 방문하였다. 최 익현 선생의 생가와 유품을 둘러보면서 일제에 대항해 나라를 위해 싸우신 선조의 높은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 다음 행선지는 마곡사이다. 사찰의 유래는 생략하기로 한다. 여행을 가는데 필수품인 수첩과 필기구를 안 챙긴 탓이다. 사찰내의 연못에 엄청나게 큰 잉어 떼를 보면서 왜 잉어회가  생각날까........아이고 이러니 배만 나오지........ 오래된 사찰이라 문창살도 옛 방식이고 이것저것 보면서 돌담길과 추녀 창살 등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마곡사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가에 진을 치고 더덕이나 마, 감과 밤 등을 파는 시골 할머니들 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할머니 한분이 눈에 띠어 결국 감을 만원 어치나 사고 옆에 계신 아주머니의 밤 사라는 부탁에 밤도 오천 원 어치를 샀다.

  점심은 비빔밥이다. 허기진 배에 비빔밥 맛이 일품이다. 거기에 동부 콩 전을 부쳐서 서비스를 하시는 식당 아주머니의 인심에 동동주 한잔을 곁들인다. 그리고는 우리는 피곤을 핑계로 다시 숙박지인 모텔로 돌아왔다.

  당근돼지 형님과 태평역 형님은 약속이 있으셔서 먼저 가신단다. 이렇게 만나기도 어려운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시지 못해서 못내 서운해 하신다. 두 분을 보내드리고 우리는 모텔에서 잠시 쉬고는 또 수담을 나눈다. 나는 그대그시절 형님과 수담을 나누었다. 형님은 노익장에도 불구하시고 바둑이 오로 4단이시다. 한수 한수에 정성을 다하신다. 승부야 고수가 이기는 확률이 많으니........ 민식이 하고도 한 판을 두었는데 팔공산에서 내게 진 빚을 갚으려는지 만만하지 않다.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선비무도 아우와 바둑을 두었다. 잡초바둑인 무도 아우에게 혼이 난 선달이...^^* 하지만 나도 잡초 바둑이라서....석 점에서 시작한 치수가 넉 점으로 올라가자 선비무도 아우가 열 받았나 보다. 오로지 공격 일변도다. 나는 그의 공격을 피해 역공을 가하여 대마를 함몰시킨다. 한판에 한점씩 치수 고치기를 한 바람에 다섯 점으로 치수가 오르자 선비 무도 아우 정색을 하고 신중히 둔다.   다섯 점은 무리다. 석 점에도 정신 차리고 두어야 할 판에...... 항복을 한다.

  “형님, 담에는 넉 점 이유.......”

  하고 다짐을 받고는 무도 아우는 피곤한지 골아 떨어졌다.

  선달 아우와 청동 조각을 상품으로 걸고 바둑을 두었다. 헉 그런데 상품이 걸리니 선달 아우의 바둑이 갑자기 힘이 붙는다. 팽팽하게 맞서다가 내가 유리한 바둑을 한 순간의 방심으로 지고 말았다. 아~~ 멋진 청동조각상 상품을........흑흑흑..........선달이 밉~~~당....ㅠㅠㅠ

  -돌아서는 길목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거늘 왜 헤어지려면 가슴이 미어지는가? 우리들의 이연이 무엇 이길래......전생에 어떤 연이었기에.......공주에 갈 때 내가 선물 받았던 양주 한 병을 가지고 갔었다. 그 양주 나는 겨우 한 모금 마시고 다들 마시지를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양주는 이미 바닥이 나 있었다. 밤새도록 두주불사한 용감한 우리의 형님과 아우 그리고......으흠...... 만나면 마음을 터놓는다.

  나는 이제 집으로 가야한다. 밤새도록 술잔과 더불어 정담을 나누던 사람들은 하나 둘 골아 떨어 진 아침에 늦잠들을 자고 있다. 나는 마지막 날 아침에도 이 청 아우와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다행히 물안개가 많이 끼지 않아서 공주 산성을 볼 수 있었다. 용마 형님을 먼저 보내드리고 나는 아침 식사 후에 차마 떨어지기 싫은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으로 안아줄 때 나는 그들의 심장의 소리를 듣는다.

  (사랑 하네~~~만석아우, 사랑 합니다. 형님,)

  그들이 전해주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내 심장으로 전해 들으면서 오랫동안 포옹을 마치고 마치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처럼 그리 발걸음을 돌린다. 버스를 타고 남부 터미널에 내려서 3호선 전철을 타고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가 버스에서 기나긴 숙면을 취하고 집으로 도착한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이었다.

  다음 만날 기약을 정해놓고 헤어진 발걸음이건만 또 만남이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아참 박 민식 시인이 고성모임에 못가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해외에 다녀온 기념으로 시바스리갈 한 병을 슬쩍 내게 주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 애용하셨다는 시바스리갈.....이 양주를 고이 모셔 두었다가 ....음흐흐 누군가 날 찾아오면 한 판의 수담과 함께 한잔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