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15, 지방축제(태백1)

겨울 山行복 입기를 권유하던 태백 당골 바둑축제는 화창한 날씨에 웃옷은 벗은 채 그늘을 찾게 된다. 태백산의 870m 지점이라는 전광판안내와 널찍한 산중광장이 조성되어있고 옆에는 석탄박물관이 있다. 산 정상 대국장소 까지 여기서도 두 시간 반이 걸린다는 그 높이가 실감이 된다.

태백시는 강원도 5대도시중 하나이고 전에는 더 市勢가 컸었다지만 오래전 사북탄광사건이나 황지 등의 지명으로 더 낯익다. 이제는 인근 정선의 카지노 가 더 사람들의 발길이 많겠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여주(가남)휴게소에서 길안내를 받아 1km전방의 감곡에서 38번 도로로 제천을 지나 태백까지의 길은 태평역 님의 네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량인데도 목적지는 멀기만 하다. 네 시간을 소요하여 도착한 목적지는 다음번 길에는 한 시간은 줄일 수 있을듯하다.

돌아오는 길에도 4:30 떠난 것이 사무실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도로망과 지도 속 목표지와 인근 도시 등의 확인 등을 거친 후 길을 나서야 함을 절감한다. 네비 는 가까운 길을 제시하는 것만 목표인지 멀쩡하게 달리던 고속화도로에서 시골 샛길로 나가게 만들어 황당하기 짝이 없다.

거리상으로는 240km남짓이어 두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라던 예상은 지연 속에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더해진다.

10시에 개회식후 시작한 바둑대회는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한 팀 5명의 단체전이다. 90명 정도 참가한 선수들은 뙤약볕 밑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대국을 한다.

한 팀당 10만원의 참가비를 낸다니 개인당 2만원, 원거리 교통비,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출전선수들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거나 진정한 바둑 매니아 들 이어야 가능할 것 같다.

2회전이 끝난 후 인근 식당에서 중식, 1시경 3회전이 시작되어 3시경 끝난다. 오후1시에는 바로 옆의 숲속 그늘에선 어린이 한밝뫼 바둑대회가 열린다.

3시경 주최 측은 드럼통 바비큐 삼겹살을 대국장소 옆에 참가자들을 위해 차리나 지나던 등산객들이 어른 아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돼지고기 한 점을 먹고 가려고 아우성이다. 바둑대회 참가자들에게 그 흔한 목에 거는 네임카드를 주었으면 쉽게 구분이 되고 참가자들끼리도 상호 이름이라도 알 수 있고 숙박배정 관리 등도 쉬웠을 것 같은데.

s대 이름으로 출전한 이들은 시합 전부터 밀짚모자를 쓰고 와서 서민적인 면모를 위해 저러나 싶으며 의아했는데 예년에도 출전한 경험들이 있어 뙤약볕을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5명의 선수 중 2명이 주니어가 연구생 출신인 듯 하여 요즘은 젊은이들이 총명하고 출중하여 바둑의 길을 포기한 후에도 저렇게 s대에 입학하는 훌륭한 노력하는 청년들이 많나 보구나 싶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용병이란다. 그렇다면 s대 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닌가.

주최 측에 밀짚모자를 요구하는 선수들에게 가게에서 4천원에 팔고 있다고 알려주거나 뙤약볕 밑의 노천에서 목이 말라 생수를 요구하는 선수들은 각자 사다가 먹고 있다. 눈에 보이는 바비큐도 좋지만 세심한 배려의 생수 모자 등을 사전에 안내라도 했었으면 싶다.

10시의 개회식은 산정에서 11시에 열리는 천신제와 그 마무리 후 2시 개최예정인 이창호국수와 유창혁 왕위의 산상대국에 주안점을 두어서인지 조촐하고 간략하게 진행된다. 지역구 의원이라는 이모 의원은 개회식이 파한 후 티셔츠차림에 와선 인사말의 요구에 사양한다.

원거리를 감안하여 관계자들이나 출전선수들이 거의 대회전일 10/2/목 18:00에 현지도착으로 안내받았다. 숙소는 태백시 민박촌으로 깔끔하게 잘 지어진 대규모의 시설에 큰 불편은 없었으나 저녁식사와 식사 후 여흥 이벤트 등의 준비는 없었다.

가을 연휴여서인지 인근의 정선에도 억새풀축제가 있고 태백시 에서도 길을 찾아 오다보니 인근에서 무슨 축제가 있던데 저녁 후 원하시면 가보라고 알려주든가 해도 좋을 텐데 주관부서가 달라서일까? 안내와 준비 등은 없다.

허겁지겁 밥 한 공기를 마당에 서서먹곤 삼겹살에 소주를 남들 먹던 자리에 서서 먹는다. 이 국수께서는 마당에서 참가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서 명인께서는 전문가용인 듯싶은 비디오카메라장비를 삼각대에 올린 채 인근에 주차된 트럭 뒤에까지 오르시며 촬영에 열심이시다.

바둑티비에서 프로기사의 관전해설을 같이 진행하는 티브이에서 많이 보던 아마고단자 유명인사들도 여럿이 와 계신다. 심우섭사범, 임동빈사범..

삼겹살을 굽던 드럼통을 캠프파이어마냥 나뭇조각을 많이 넣어 불길을 올린다. 태백산 850m 식당앞 작은 광장은 바둑인들의 열기에 쌀쌀함도 녹아버린다. (1편 끝)

주)태백 바둑축제 주최 측과 참석하신 바둑팬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수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잔칫집에서 잘 얻어먹고 흉보려는 것이 아닌 바둑 지방축제의 정착화와 발전을 위해 뒤안길에서 느끼는 점 등도 내년 대회나 다른 지역대회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두 세 편으로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