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와 TV를 켜니.. 최백호가 노래를 부릅니다.

<낭만에 대하여>..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하고 게다가 끝까지 부를줄은 모르지만..

최백호가 부를 때.. 따라 불렀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찡~하는 마음이 됩니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 늦은 항구에서...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노래가 끝났습니다.. 나는 생각해 봅니다.. 낭만에 대하여..

<이수일과 심순애>..<우미관의 김두한>이 먼저 떠오릅니다.

각진 모자에 검정 교복과 망토를 두른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말합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 

김두한과 구마적이 우미관 앞에서 결투를 하기 위해 마주 서 있는 장면을 봅니다.

다방에서는 축음기를 통해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흘러 나옵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전차를 타고 가는 어린 내 모습이 보입니다. 한강에서 여름이면 물놀이를

하면서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떼어 내던 모습.. 겨울이면 동네 형들이 만들어 준 썰매를 탑니다.

언덕 위 기차 길로 가서 레일 위에 대못 여러개를 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친구들과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로 딱지로 쓰기 위해 노란 껌 종이를 줏으러 다닙니다.

동네에서 팽이 시합을 합니다. 찍기로 동네 친구들의 팽이를 엄청 박살 냅니다. 

방학이 되면 어머니를 따라 시골에 갑니다. 그 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 저녁이면 모여 앉아 어른들 몰래 화투를 칩니다.

시골 친구들에게서 시골 집 앞에 있는 항구 앞 바다에서 수영을 배웁니다..

장영철과 천규덕이 레슬링을 하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한창 전성기 때의 남진과 나훈아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장발의 내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도망가던 모습이 보입니다... 

아내가 밥 먹으라는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 왔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아쉬움과 즐거움 모두 느껴 보았습니다.

밥 먹으면서 나 혼자 몰래 다시금 노래 가사를 더듬어 봅니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