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어느 분이 내게 물어 보시길.. 클론 아이디 있어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네..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알려줄 수 있습니까?  네..그러죠. XXX입니다.

이 대화를 한 뒤에 잊고 있었던 나의 클론 아이디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클론 아이디를 만들게 된 동기는 오래 전에 어느 분과 베팅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베팅하는 사람들에게 클론 아이디는 아주 유용하니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클론 아이디에 대해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고.. 포인트도 그리

많지 않던 시기라 필요성을 못 느껴 별 생각없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처음부터 클론 아이디에 대해 왜 부정적이었나.. 그것은 한 사람이 여러개의 이름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입니다.

여기서는 A로.. 저기서는 B로.. 또 다른 곳에서는 C로.. 아무리 익명의 사이버상이라도

한 사람이 여러개의 대명을 가지고 그때 그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신뢰>하기 어려운 사이버 특성이 있는데.. 더욱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위험이 많다는 우려가 들더군요.

그러다 베팅이 잘 되어 포인이 많아지면서 <비밀금고>용으로 클론 아이디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클론 아이디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클론 아이디를 만들고 난 뒤에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상 글 쓰는 사람은 같고 글 내용도 비슷하게 썼을 경우에.. 즉 3쿠션이라는 이름과

3쿠션인 줄 모르는 클론 아이디로 내용이 비슷한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 지더군요. 그래서 클론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 확인해 보니 5번 썼더군요.

클론으로 쓴 글이 5개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3쿠션 때보다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5개 글들 중에서 2개가 추전점수 1,000점이 넘었고.. 하나는 1,800점 정도까지.

3쿠션 이름으로 광장에 쓴 글이 수십개 정도인데.. 1,000점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3쿠션>이라는 대명이 광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재삼 다시

확인했습니다. 저로서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밝힌 바대로 클론 아이디에 대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은 지금도 물론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뒤로 클론 아이디 제도 개선이 있었고.. 특히 게시판 글 쓰기는 대국 수가

10판(?)인가 되어야 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클론 아이디는 대국 수가 10판이

안되어서 글 쓸 자격도 없습니다. 물론 클론으로 10판 대국이야 몇 시간만 수고하면 되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현재 대국 수가 5판인가..)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또한 베팅에 실패하여 포인트도 다 없어졌기 때문에 비밀금고 역할도 못하죠. 

그래도 클론 아이디라는 것이 나의 제2의 이름인데도.. 지금은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광장에 쓴 글이 소란이 되어 처음 보는 아이디들로 부터 이런저런 악담을 들을 때..

이에는 이로.. 나도 클론 아이디를 이용해서 감정을 마음껏 노출해 볼까.. 하는

이런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더군요. 그러나 그래 봐야 순간적인 기분 풀이는 되겠지만

결국은 그런 사람이나 저나 마찬가지이고.. 또 저의 기본과 신념에 역행하는 것이 되기에

잠깐 그런 생각만 했다가는 마음 속으로 씁쓰레한 웃음을 짓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