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대체로 취미가 다양 하시더군요.

저도 이리 저리 잘 하는 것은 없지만, 몇 년 전 한창 플라이 낚시와 루어 낚시에

쫓아 다닌 때가 있습니다.

출근 안하는 토요일 아침.

오랜동안 출조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루어대와 플라이대를 어루만지며

지난 열정을 떠올려 봅니다. 아래 글은 그 당시에 느낌을 몇 자 적어본 것입니다.

지금도 한강에서 루어 낚시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루어맨에게 한강이 주는 실망과 매력

                                                            저니

한강은 참으로 매력이 있는 강이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 암사동 앞에서 피라미 17마리 (잊혀지지 않는 숫자이다)를

낚고 기뻐하던 그곳에서 아직도 난, 무언가를 낚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꾸물 꾸물 구데기를 사용해서 낚던 대낚시가 아니라

가짜 미끼로 유인해서 잡는 루어 낚시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 당시엔 아버지의 멋진 한 칸 반짜리 낚싯대를 빌려 사용했었는데,

곁에서 동네 아이들이 낚는 낚싯대는 나무 가지에 찌도 달지 않은 민둥낚시로

나보다도 훨씬 효과적으로 낚는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도 같은 웜과 스픈에 큰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니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나의 모습을 상기하게 된다.

한달 전 즈음 삼성동 탄천에 갔을 때 풍겨 나는 악취에 실망하여 돌아 나오는 길에

어느 할아버지가 찌도 없이 한 마리 두 마리 낚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 분은 그 잡은 물고기를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 연못에 넣어주는 일로 즐겁게

소일 하고 계셨다. 그분에게 이곳은 악취가 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취미와 욕구를

만족하게 하는 곳 일것이다.

맞다! 실망스러운 이유는 내가 이곳에 오는 까닭을 모르고 온 것이 아닐까?

이유..WHY가 강하지 않으면 해야 할 목적을 잃어 버리는 것이다.

난, 무엇 때문에 한강에 가는 것일까?

얼마 전 반포 인공 섬에서 쏘가리 한 마리를 낚아 올린 일이 있다.

설마 하며 던진 웜에 후드득 생명 하나 나의 얼굴 보려 육지로 올라온 것이다.

루어를 하는 초자에겐 크나큰 선물이고 멀리 무주나 홍천에 가서도 보지 못한

그 친구를 보면서 한강 이 곳은 참으로 매력을 주는 곳임을 확인 시켜주었다.

이젠 주위에서 무언가를 낚아 올리는 모습뿐만 아니라, 물위를 솟구치는

크고 작은 생물들을 볼 때 마다 잔잔한 기쁨이 인다.

가을 밤에 바람에 덜덜 떨면서 선유도의 분수자락을 향해 던지는 루어맨에겐

바닥에 걸리는 밑 걸림도 잃어버리는 스픈이나 웜도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내 마음을 깨우는 몸짓이며, 내 안의 포부를 키우는 꿈이 있는 것이다.

한강!  이곳은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꿈과 더불어 흘러 갈 것을

믿는다. 난, 그런 꿈을 찾기 위해 한강에 간다.

한마디로 미쳤다 라고 할 정도로 플라이 낚시와 루어 낚시에 쫓아 다녔다.

대어를 낚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낚기 위한 시간이었다.

나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곳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