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둥실 고추로다
동네방네 알리시고
정한수를 떠다놓고
시시때때 빌으시네

뜨거울까 식을세라
아궁이불 토닥이고
어딜가도 업고안고
눈길한번 떼지않네

자나깨나 내새끼
먹고자고 먹고자고
어화둥둥 내새끼
어화둥둥 내새끼

내가 기억하는 울 할머님의 손주(선달) 사랑이다
몇줄의 글나부랑이로 그많은 사랑을 어찌 옮길수 있으랴

험한말 입에 담지않고 하늘에 순응하며 쉰에 홀로되어 딸하나 의지하며 살아오신
일백년의 세월에 얼굴엔 그많은 고난의 수읽기가 19로의 19로가 겹치고
머리는 그많은 밤을지샌 인고의 세월이 쌓여 백년설로 덮였다

몇일전부터 할머님이 많이 편찮으시다
일어나지도 못하시니 대소변도 불편하고 어머님이 밤새 수발 하시는데
나는 애만 태우고 있다

힘들어 고개도 못드시면서도 일나갈때나 들어올때 손을 내미신다
나와 늘 하던 하이파이브를 하시자는 것이다
마이 벌어온네이...마이 벌어왔나...

엊그제만 해도 힘차게 부딪치던 할머님의 손바닥은 이제는 힘이 없어 그냥 내미시고
나는 그위에다 손을 부딪친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다
마이 벌어오께...그런데 어째 끝말이 떨리고 눈이 침침 해지는가...

앉안 있기도 힘드신데 나만보면 웃으시고
나서기만 하면 돈벌러 가는줄 아신다
고생 해레이...마이 벌어 온네이...

▲내 나가는 인기척에 일어 나셔서 손을 드신다. 용케 한컷 잡았다 ^^:

소파에 어머님과 앉아서 뭔가를 드신다
화장실 가는 나를 기어코 불러서 손에 쥐어주는 밀감 하나.
컴퓨터에 앉아서 할머니 글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한입 넣은 밀감한쪽

우씨...
요즘 밀감은 왜이래..?
눈물 콧물 다 나오네. 빌어먹을...

할머니.

이제는 각오도 하고 마음의 준비도 되었건만 왜이리 서러운가
피덩이라고는 어머님 밖에 없으셔 모신지 30여년
10여년 치매 수발도 이제는 하룻밤 악몽같이 지나갔고 천수백수가 낼 모래다

어젯밤 꿈에서 생전 입에 담지않던 외가 친척들을 늘어 놓으면서 화전놀이 하더란다
당신께 이것저것 권하고 오랜만에 모두 인사했다고 하신다.얼굴과 옷매무새 까지...
어머님이 "당신도 오라 하시더냐" .하시니 그런 소린 안하더란다.

아직은 시간이 조금 있는듯 하나 나의 108사찰 순례도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지금이 71회니 올해안에 100회를 마무리하고 나머지 8회를 내년초에 마치는 일정으로
용맹정진(?)해서 저승길 108계단 외롭지않게 하려 한다

108사찰 순례길을 담아 가시는길 적적하지 마시라 넣어 드리려 나선길
갈수록 길은 멀어지고 세상은 이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하지만 50여년의 우리의 교감을 믿는다 할머니는 지금껏 나를 기다리신다

한많은 인생을 빨리 접지도 못하신건 선달이가 백수를 지켜 드린다 했는말을
당신이 지켜 주시려 기다리신것 같다 내가 미안해 하지 말라고...
"니가 우리 때문에...그래서 죽기전에 니가 알콩달콩 사는걸 꼭 보고 갈란다"...

불효막심한 놈은 그것을 108배로 떼우려 한다
나의 모든 허물을 그것으로 정당화 시키고 그리고 위안을 삼고 자학하고...
살아서 애태우듯 가신 뒤에도 이놈이 굶을까 지켜보고 챙기 시리라.

젖꼭지 빨던 시절부터 지금껏 50여년
당신은 내마음의 고향이요 안식처 였읍니다
당신의 눈에서 고향의 언덕과 정자나무를 보았고 실개천을 떠올렸읍니다
당신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는 언제나 당신의 가슴에 쓰러져 쉴수가 있었읍니다

야구연습 한다고 장독대 성할날 없고 씨암닭 가마솥으로 후송 시키고
태권도 자랑하다 동네애들 코피내고 몰래 쌀을 퍼다가 건빵으로 바꿔먹고
온동네 서리하러 다니며 말썽 피워도 내새끼는 절대 그럴애가 아니다
안아주고..감싸주고...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그눔에게 시집가가 지만 고생하지 내까지...
전답 다 팔아묵고 죄받아서 중풍 왔는거 아이가. 내는 니만 믿고 살아 왔데이".
그래도 니는 내한테 잘했데이. 고맙데이...진짜 고맙데이...
뭣이라도 내놓을라 치면 늘 하시는 말씀에 우리는 또 눈물 바다가 된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어머님 조차도...
집밖을 나설때는 내가 없으면 죽어도 안나가신다
우리 선달이는 믿는데이...절대로 나를 버릴 아가 아이제. 다른놈은 다 안믿는다.절대로...
이게 우리의 50년 믿음이었다.

할머니
부름 만으로도 포근하고 아늑한 이름이여
내 시린 마음을 밤낮으로 데워주던 따뜻한 가슴이여

할머니
아직은 아닌것 같습니다 부디 훌훌털고 일어나 마지막 밝은 모습을 보여 주시어
백수천수 이루시고 자는 잠에 편안히 가소서.

할머니
가시는길 모두 놓아 두소서
이제는 이몸이 업고안고 거두리다 안타까워 마소서.

벌써 어둠이 밀려오는 내마음의 고향노을을 바라보며 저어둠이 덮기전에
마지막 남은 붉은 옷자락을 부여잡고 마음에 깊이 새기려 하는 어리석음이
허접한 글나부랑이로 젖은 짚단에 불을 지핀다.

***어저께 벌이도 영 아니었지만...
오늘 좋아하시는 통닭으로 일어 나시게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