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동기, 바둑일기81

동문바둑대회 개회를 기다리며 주최측 앞쪽에 앉아계신 분들은 거의 모두가 허연 백발이시다.

그 중 소장파는 넓은 홀 우 켠 뒤쪽에 바둑을 두는 이들이 검은 머리 이다.

“2003년3월 이래 이런 저런 일을 해 왔습니다.”

돋보기를 쓴 채 백발인 11년 선배는 부회장 이어서 대회보고를 한다.

“출연회비 400 동창회찬조 200 기수 별 모금120등 입금 칠백몇십에..”

9시 반에 시작예정이었던 개회는 10시 반도 넘어 시작한 채 이젠 지루한 경과보고

등으로 11시에 다가서고 있다.

“그럼 총동창회장님 인사가 있으시겠습니다”

아직 오지 않았어.

“그럼 찬조금 전달식 이것도 빼야겠네요?”

“마지막으로 회장 이취임 식 및 기념패 전달이 있겠습니다”

전임회장 13년 선배의 인사는 왜 그만두는지 에 대한 설명 등은 없이 그저 길게 끌다 맺는다.

신임회장은 누구인가 싶어 궁금히 쳐다보니 부회장이 승계를 받으셨다며 인사말.

“임시로 제가 맡고 누구든 하실 분이 있으면 그분에게 드리겠노라” 는 인사말.

아련한 마음으로 옛 교가를 부른 후 입구 쪽에 서서 진행을 듣고 있노라니 이건 아닌데 싶은 느낌이다.

신임회장을 사전에 섭외 결정 후 정기모임이 되어야 하고

동창회장이 참석하던 관례조차 없어지며 당일아침까지도 모르고 있는 것 인지

모든 것이 그저 축소되고 동문들의 참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춘계모임은 산악회는 천 여명 이상 모이고 골프 등 다른 모임에 동창회장이 안 가실 리가 없는데.

당장 이 바둑모임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던 주력들 중에서도 빠진 이들이 많다.

퇴락해가는 정원을 지키는 노인들만 모인 노인정인가?

기수 별 최강 세 명씩 단체대항전은 주로 주장들의 승패가 중요하다.

우승을 자주하던 46, 47, 48 회 등은 모두 탈락했다.

48회 주장에겐 반 집의 역전승으로 내가 속한 49회가 준결승전에 올랐다.

동기인 친구는 s대 대표였다던 54회 주장을 방내기하듯 중앙대마를 잡아 투료케 한다. 고교대항전 등에는 언제나 선발로 뽑히는 실력이다.

준결승 내 상대인 52회는 몇 해 전 동문대회 개인부문 우승자이다. 바둑학원을 운영하는 그의 행마와 운석 등은 과연 교과서적이다. 대형 바꿔치기로 상호 대형가를 가진 채 중앙의 접전과 삭감 경계선의 설정에서 승패가 갈릴 상황 이어 신중히 둔다. 이제 중반에 돌입한정도 인데 우리 편 둘이 모두 졌다. 단체전의 결과가 나 버렸으니 나도 그만 두며 중간에 던진다.

씁쓸한 마음으로 일어선 채 뒤에서 관전을 하며 기다리던 교수인 후배와 대회장 밖으로 나선다. 2년 후배인 그의 기수도 전보다 잘 모이지 들을 않아 이제 정기모임을 수시로 갖기로 했다며 최초 총동문 바둑모임을 만들어가던 시절들의 이야기에 빠진다.

세월의 흐름은 진정 역류가 없는 것인가 보다.

그날 그날의 운세 등도 영향이 있겠지만 모두 굉장한 실력들인데 개인전 우승 경력 등은 38, 43, 46, 47, 48기에 모두 포진해 있고 모두 대학시절 각 대학의 내로라 하는 대표는 물론 국제기원 프로 의 전력까지 갖춘 이도 있고 막강하지만 세월의 큰물엔 휩쓸려 떠내려가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세월을 역행 시킬 수는 없겠지만 세월에 순응하려면 운영의 묘를 더욱 살리며 배전의 노력을 더 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축제로 승화시켜 동문의 자제들을 프로기사들과 다면기를 시키던 일, 바둑클럽 젊은이들과의 십 연승 교류전의 주최로 매일 밤 온라인에 몰려 중계를 듣던 동문들은 오로에만 2백이 모였었지, 편하게 절로 모이고 싶게 만들어 수많은 동문들이 오프라인으로 매달 밤새워 모이던 추억들.

과거보다 진보를 해야 하는 것이 미래일 텐데 과거만큼도 못하는 것은

바둑의 인기가 위치가 시들어 가기 때문만은 아니고

운영의 묘를 살리며 열정을 투자할 젊음이 필요한 게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