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5, 虛와 實!

꿈의구장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는 걸음은 휘청 거리는 듯 싶은 곤한 몸과 마음이고 초라한 기분이다..

드문 경우인데 스트레이트로 세 판을 따블로 바가지를 쓰고 네 번째 판은 다행히(?) 바가지는 안 쓰고 지기만 해서인가?

여간 해선 실수가 없는 차분한 바둑이라는 평 은 허명 이었고
이렇게 무참히 무너지는 것이 실제 실력이었나?

투지가 샘솟고 컨디션이 좋아야 바둑도 잘되는 법인데..

4시경에 일어나 이른 출근에 강도 높은 근무로 극도로 피곤한 몸을 스트레스 해소와 위안을 찾는답시고 퇴근 후 찾는 꿈의구장은 또 하나의 졍글이다.

잔돈이라도 따야 생계가 되는 준 뿌로들과의 대국은 한판한판이 신경을 곤두세운 채 찰나의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다들 세상풍파를 겪은 선수들이고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손속들이 아닌가?

평소 거의 지질 않던 오퍼상 박사장에게 20여 호를 첫판에 진 것이 계속 네 판을 지게 된 것 같다. 약한 상대라 방심을 해서였던가?
불리하거나 조금 부족 할 때는 거기서 인정을 하며 마무리를 지어 패배를 최소화 하는 것이 뿌로의 기본인데 우습게 보며 부족한 만큼 더 무리를 한 것이 차이만 벌려 편 전체에도 피해를 입힌 것이다.

세상일도 실수가 있을 땐 즉시 인정을 하고 개선을 하는 것이 최선인데 억지를 부려봐야 제 손해만 더하는 것을 무수히 겪어보았지.
한판한판 에서 항상 세상일을 교훈을 되새기게 되는 맛에 바둑을 두는 것인가?

병원 일도 봉사하는 자세로 임한다 해도 사람간의 일 이어 동료간 상하간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직급의 위세만 내세우는 편협한 이들, 간호사 임상병리사 서기 사무원등 여자들이 태반인 특성상 쉽게 마음상하거나 등을 돌리는 경우를 당하고 무참한 느낌이 들 때도 많다.

환자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는 허상 이고
월급 받는 직장일 뿐인 것은 실상인가?

두 판째 따블을 당하곤 오늘은 바둑이 안 되는 날인가보군 싶어 일찍 귀가 하려던 것을 그 순간 일어서지 못한 것은 평소의 우유부단 함 때문이었나?

뿌로 새끼마귀 들의 기본은 안 된다 싶으면 철저히 물러나 포기하는 것 인줄 알면서도..

평소 바둑이 몸에 배어 진퇴의 시기를 알고 예측과 대비를 미리 함이 나의 장점이라 생각하던 것은 허구 였었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면 더욱 깊이 들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침착 치 못한 것이 나의 실상이었나?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며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친 흡연 때문이군 생각한다. 판에 몰입 하다보면 담배를 연신 물고 있게된다. 며칠동안 담배를 끊고 인단을 먹으며 바둑을 둘 땐 역시 여러 판째 되면 훨씬 컨디션이 좋은 것을 느끼며 백해무익한 것을 왜 피나 자문을 하면서도 오늘은 더욱 지나친 흡연을 했군 생각에 가슴의 답답함이 더한다.

일어설 때 일어서지 못하고
끊을 때 끊지 못한 것이 위안대신 피로감이군!

8월4일 출발예정인 해외봉사단의 준비를
1월1일 공지를 시작한 이래 준비하며 대원들을 선발하여 왔지만
아직도 준비가 미진한 것은
대원들의 참여도 가 미약한 것을 내심 탓하여 왔지만

기실은 나의 노력부족 아닌가?
대원들이 모두 완벽하게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나만의 헛된 바람 아니었던가?

설마 하다 네 판을 연속 질 수도 있듯이
봉사단의 일정이 좌초할 수도 있는 것일까?

초라함!
초라함의 극치를 몸으로 느끼며 피곤한 몸은 전철 속으로 들어선다..

오로 홈 전면 매니아 광장 글 소개 리스트 에 올려져서
열흘도 안되 조회수가 1700 에 무수한 격려의 댓글을 보며 나 자신의 허상에 만족 하던 것이 불과 엊그제인데..

실상은 제 할 일은 미룬 채 바둑만 좇는 초라한 중늙은이인가?
(5편 끝)


바둑일기 목록:
1)김수영 사범님을 애도하며
2)모교교정에서
3)불우한 고수!
4)바둑 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