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헬리베비씨앤오에프, 네나마알규...

                                                                                                                      저니

3큐션님과 팔공선달님에게 전화를 걸고도 그 번호를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나의 기억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부터  외우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구구단은 음율이나 박자가 있었지만, 국기에 대한 맹세나 국민교육헌장 같이 문장으로 된 것은

외우는 것을 싫어하던 나에겐 고역이었다.

영어 단어나 수학공식을 외우기 싫어서 손바닥에 써 놓고 시험을 보는 것도 한계가 이른

고등학교때에는 공부는 뒷전이고 탁구장에서  땀이나 흘리는 것으로 나름대로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내었다.

그러나 몽둥이의 위력을 내세우던 과격파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외우는 척이라도 해야 했으니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금도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다.

지리시간에 외운 24절기. 국어시간에 외운 상춘곡, 화학시간에 외운 원소기호...

수학정석책은 아에 통으로 외웠다. 그때이후 계산과 관련된 문제는 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바둑둘 때 계가를 전혀 안하는 것은 순전히 수학시간에 두들겨 맞는 것을 피해 공식 대신

문제를 외웠기 때문이라는 나의 구차한 변명이다.

그 당시에는 학력고사 시험에도 나오지 않던 것을 왜 매를 맞고 외워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 외우고 버티다가 눈물이 찔끔 나오게 흠씬 매를 맞고 결국 외웠다.

시험에 상관없는 것을 외운 덕에 돈이 없어 좋은 시계는 차고 다니질 못했지만,

절기가 바뀌는 것을 즐겨 알게 되었고  미남이 아니라 얼굴이 무기였지만,

운치 있는 말 몇 마디가 방패의 구실을 하게 되었다.

바둑도 실속을 파다보면 세력을 잃고 대세를 그르치기도 하고 집과 상관없이 묵묵히 세력을

얻으면 훗날 효자가 되기도 한다.

지금 배우는 학생은 아니지만,  나에겐 곧 쓰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알고자

행하는 배움은 계속 해야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영어 회화책을  잡고 계시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걸 왜 보세요?" 하는 우매한 나의 질문에  "재미 있잔아" 하고 웃으시던 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우산대는 말한다
                                                    저니

태풍이 지나간 뒤

널브러진 우산대.

초조함의 휘청거림도

격정에 흐르던 빗물도

남아 있지 않지만

손때 묻고 꺾인 손잡이가

지난 밤을 말하고 있다.

"할일 했노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