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창호 프로가 바둑을 두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공인회계사(CPA)로 일하고 있었을때 이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창호야 말로 이직업에 딱맞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회계학을 공부하면 어떤일들을 하게되는지도 잘 모른체 회계학을 전공 했고 또 몇년간 그놈의 면허장 따느라 고생한게 아까워 내 적성에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할수없이 오랜시간동안 회계사로 일을했다.

 회계학이란 한마디로 다른사람들이 이미 다 장사하고 난후의  사업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해주는 일이다.  바둑으로 치면 포석과 전투가 다 마무리된후 끝내기에 해당하는 직업인 셈이다.  그런데 나에게 바둑의 끝내기는 지루할뿐만 아니라 별로 관심도없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내가 진바둑들을 보면 끝까지 계가로 간것보다는 불계패로 끝낸바둑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나의 적성에 정반대되는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그저 먹고살기위해 일을 했지 일을 통한 보람과 기쁨을 별로 느낄수가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미쳤냐고 말리기도했지만, 40대 후반에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포석을 다시 깔았다.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군에서 겪었던 고생보다 몇배 더힘든 고난의 길을 걸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끝내기의 일이아니라 포석과 전투의 일을 할수있기에…

타고난 천성은 거의 바뀌지 않기에 각각 타고난 본성에 맞는 일을 할때 비로소 인간은 참 만족과 행복감을 누릴수있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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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면 두뇌발달, 인내심등등 여러가지 좋은점들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익한점이 자녀의 타고난 자질을 알수있다는것에 가장큰 점수를 주고싶다.

포석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끝내기에 해당하는 직업을 갖게 하거나 전투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전투적이고 외향적인 직업을 갖게한다면 그아이는 지겹고 재미 없는 인생을 살게될것이다.

끝내기나 전투보다 포석을 더 잘하고 즐기는 자녀는 예술가, 디자이너, 탐험가, 벤춰 사업가등 창조적인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일을 할때 행복할것이다.

또  얌전히 집 짓기를 좋아하는 자녀라면 위험부담이 적은 경영(management)이나  전문적인(professional) 직업이 좋을것이다.  반대로 전투를 좋아 하고 즐긴다면 마케팅이나, 군인, 법정 변호사, 정치가 등 진취적이고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 잘어울릴것이다. (창호가 마케팅이나 세일즈분야의 일을 한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

나는 자녀들에게 꼭 이런 직업을 가지라고 하지는 않을것이다. 물론 원한다면 조언은 해주겠지만 구체적인 전공과 직업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할것이다.  그러나 부모로서 큰물줄기 만큼은  잡아주고 싶다.  첫째아이는 확실히 포석쪽이여서 창조적이고 예술적이며 둘째는 집짓기와 끝내기 형으로 모험적인 일보다는 전문직이 어울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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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한판 저래도 한판의 바둑이고 인생이다.

그러나  저마다 타고난 장점과 하늘이 내린 성품은 분명히 다 각각 다르다. 

자기가 하는일에서 만족을 느끼고 행복할수 있다면 출세나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를 떠나 그는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것이다.

판을 뽀개듯 바둑돌을 놓는 폼도 맘에 않들고 무엇보다 창호를 괴롭혔다는점에서 난 요다를 무척 싫어했었다.  그런데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말하길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배우고싶은 기사는 이창호였고 자신은 백번 다시 태어나도 백번 다 바둑을 둘것이라고 했다.

다시태어나도 또 다시 이일을 하겠다고 할정도로 자신이 하는일에 만족과 보람을 느낄수있는 일을 찾아 나의 모든것을 쏟아 부을수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리라.  그래서 이땅을 떠나 하늘본향으로 돌아갈때   “아, 나는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 라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