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과거.

기억하면 즐겁고 좋았던 것들이 있는 반면에.. 기억하기 싫은 과거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있어 과거라는 것은 그저 지나간 아련한 그 때의 추억이 될 뿐일까요?

시간이 지나버린 과거라는 것이 의외로 현재 시점에서도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이죠.

예를 들어서 어렸을 적에(저희 세대나 윗 세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우리나라가

가난한 시절이기도 했죠. 6.25 전쟁도 겪은 세대 사람들도 계시구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감자나 고구마..수제비 같은 것을 많이 먹은 과거를 가진

사람들 중에.. 그런 먹거리를 너무 지겹다거나 싫어했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나중에 그런 먹거리를 멀리하기도 합니다.

또는 부모로 부터 구박이나 학대받은 기억이 있다든지.. 친구들로 부터 괴롭힘을

당한 기억.. 선생이나 주위로 부터 공부 못한다거나 머리 나쁘다고 조롱을 받았다거나..

처음 든 예와 비슷하지만 돈이 없어서 고통을 받았다거나.. 외모로 인해 이성으로 부터

무시당했다거나.. 등등 좋지 않은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좋지 않은 과거가 당사자들의 삶과 사고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과거의 영향을 받았다고 곰곰히 깊게 생각해 보면 인지할 수 있습니다만..

보통의 경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따금 나쁜 기억도 생각날 때가 있지만.. 곧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좋지 않은 것을

떠올리는게 자신에게 도움이 전혀 안되죠. 반면에 좋았던 과거에 대한 기억은 기분이

좋아지며.. 때로는 기분나쁜 일을 당했을 때도 그런 기억들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있습니다.

최근에 인터넷 카페를 서핑하던 중에 신입회원 자기 소개란을 보는데.. 질문 항목에

<여행을 좋아하세요?>가 있는데 답을 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일반적으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죠. 

그런데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생각해 보지 않았죠.

어렸을 때 겪었던 여행(?)의 좋지 않았던 과거가 나의 내면에 서서히 은연 중에 여행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여행에 좋지 않았던 기억은 이렇습니다.

어렸을 적에 방학때가 되면 어머니를 따라 고향에 가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부모님의 고향은 경북 영덕이라는 곳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영덕까지 가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기차로.. 대구에서 포항까지 버스로.. 포항에서 버스를 갈아 타고

영덕까지 가는 길은 어린 나에게 즐거움은 커녕 고통 그자체였습니다.

어머니는 짐도 많이 가져 가고..철도 승무원이나 버스 안내양들이 핀잔을 주거나 엄청

눈총을 주었죠.. 짐값을 안내고 봐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짐을 공짜로 가지고 가니 말이죠.

어린 나이에 철도 승무원이나 버스 기사나 안내양들의 핀잔이나 비웃는 모습에 많은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어떤 때는 요금때문에 싸움도 일어나기도 했죠.

더욱 중요한 것은 어렸을 적에 장거리 여행만 하면 어김없이 멀미(구토)를 하였습니다.

동대구 역에 내리자 마자 구토하고.. 버스로 포항에 도착해서 또 한번 더 구토..

영덕에 도착해서 내려서 마지막으로 또 구토를 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버스 안에서도 한 적이 있었죠. 그 뒤로 버스에 탈 때는 꼭 비닐 봉지를 가지고..

그 당시 버스 길은 비포장 도로가 많아서 버스는 계속 쿨렁거리면서 달렸죠.

이 구토 증세는 다행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슬그머니 없어졌습니다만..

이런 장거리 여행에 대한 좋지 않은 과거가 지금의 내가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본 글의 시작 내용도 더불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은밀히 영향을 주고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나의 습관이나 사고 방식에 좋았던, 좋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따금 지나온 과거를 기억해 보면..현재나 미래에 도움이 혹시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PS) 또 그 때 어머니가 항상 많은 짐을 갖고 다니시던 영향으로 짐 많은 거 싫어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게 될 때는 짐을 최소한으로 가볍게 달랑 작은 가방 한개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