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27, 사랑한 죄

월간바둑 11월호의 뒤쪽 권말부록의 대각선포석 초반전개 강좌를 두 번째 흥미 있게 읽는다. 평소 알고 있는 정석, 포석들이라 생각하던 것들인데 도해와 자세한 해설은 새로움과 느껴짐이 크다. 돋보기를 쓰곤 복잡한 부분은 바둑판에 늘어놔본다. 책으로만 보는 것 보다 판에 놓아보면 이해와 기억이 더욱 쉽다. 선착의 흑은 유리해야만 하는데 그동안 선착의효를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었던 이유를 조금 더 알게 된다. 축구의 골 결정력일까?

수십 년 째 알고 있었던 소목 날일자 걸침에 두칸 협공. 중앙으로 두칸 뛰어둔 후 변으로 두칸 벌린 흑의 어깨를 날일자로 짚은 후의 변화를 예시한 부분에서 수십 년 전의 정석사전에선 보지 못했던 신수들의 응접과 교환에서 깨달음이 크다. 중국기사들이 공동연구를 하는 증거를 국제대회에서 중국 기사들의 신형정석들의 진화 사례를 보여주는 대목은 마치 장안의 인기 미국드라마 범죄 수사물 CSI에서 과학수사를 하며 DNA증거 등으로 입증을 하듯이 집필자의 노고와 구상에 감탄을 한다. 신수와 신형을 최신기보를 공부를 게을리 하면 기력은 퇴보를 하는 것이겠지.

1982년 인지 첫 미국출장에서 LA 의 거대함에 놀라며 당시 36층인지 고층건물의 꼭대기층 전체가 관망대로 회전을 하며 LA 市 야경을 보여 놀라는 가운데 더 놀라웠던 것은 현지에서 일하는 컴퓨터 엔지니어가 “일주일만 최신 연구 결과 등을 공부를 안 하면 뒤떨어진다.”라는 말씀이 평생 안 잊혔었다.

아마추어는 약한 상대를 만나면 그저 두던 대로 뚜벅뚜벅 두어 이기면 좋고 쎈 상대를 만나 지면 김새고 그저 그럴 뿐일 텐데 프로의 세계에선 더 나은 한 수를 찾기 위하여 국가적 공동연구까지 하는 것이 현실이니 최선의 다음 수를 찾는 노력은 불굴의 의지일까?

기원의 TV화면은 LG배 준결승전의 이창호와 구리 의 대국을 중계중이다. 초반진행중이지만 어쩐지 이 국수가 질듯한 느낌이다. 순리를 거스르면 화가 되는데 변화를 찾으려다 화를 자초하는 느낌이다. 내 실력으로 알 수는 없는 일이고 결과를 나중에 봐야지.

더 나은 한 수를 찾기 위하여 평생을 바쳤을 저들 세계챔피온들 끼리도 누군가 한 사람은 패자가 되어 그 한 수가 패착이었어! 하며 회한이 들겠지.

자그마한 전기난로를 껴안듯이 바짝 둘러앉은 원장은 옆의 국방부에게

“밤에 난로를 1단으로 약하게 트세요. 전기 값이 많이 나와요.” 하신다.

조끼를 두 겹으로 껴입곤 아직 안 춥다며 가스난로들은 켜지도 않으며 그 쪼그만 난로를 2단으로 켰다고 타박이니 쌀독에 인심난다더니 쌀독이 비어 저러시겠지 싶으면서도 바둑계의 암울해져가는 현실이 추위로 다가오는 듯하다.

평생을 국방부 연구소 연구원으로 지내시고 몇 천 짜리 방내기도 마다치 않으셨다던 저 분은 이제 갈 곳이 없어 기원에서 숙식하며 추위도 물리칠 수 없으니 평생 바둑을 사랑한 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