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40, 반상의 폭탄들

폭탄 둘이 대국을 한다.

양복 최 사장과 요양원에서 나온 심 씨 이다.

편 바둑에선 다들 조심스레 두어 한 방(10집)이상만 지면 보통 더블로 벌금을 내는 꼴찌가 되기 십상인데 50집 70집씩도 지기 예사여서 같은 편이 되면 싫어하는 이들을 폭탄이라 부른다. 같은 편 서너 명이 열심히 성의껏 두어 몇 집씩 이겼어도 한 사람이 몇 십 집씩 져버리면 허사가 되는 것이다.

팀을 위하여 이기던 지던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잘게 길게 가는 운석이 편 바둑의 상식이다.

제 돈 잃으면 상관없으니 더블 벌금도 제가 내는 것이니 제멋대로 입맛대로 마구 두다 왕창 져도 내 돈 내면 그만이라는 배짱은 돈 푼이나 있어서일까? 승부야 어차피 운이지만 최소한 성의껏 둘 수 있는 아량도 없는 것일까?

십년 이십년씩 얼굴을 봐가며 같이 바둑 두던 사이들이니 의례 다 같이 모여 편을 갈라 바둑을 두는 것이 관례이고 같이 즐기는 것인데 굳이 편 바둑을 깨가며 둘이서만 따로 바둑을 두는 것은 서로 만만하고 편하기도 해서이겠지만 타인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안중에 없다는 저 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겠지. 저런 마음 새니 폭탄도 되는 것이겠지.

둘 다 바둑을 무던히도 좋아하고 돈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 이들이다.

양복 최는 이태리에서 무공해 연료 관련수입상인지 자영업자이고 심은 빌딩에서 세를 받는다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말에도 기원에서 항상 잃어주는 좋은 손님인 최 사장은 항상 조롱의 대상이다. 밤샘이 일수여서 아들을 데리고 기원으로 찾아 나선 처에게 원주의 요양원에 보내졌을 때 한 달에 한번 나오는 휴가에도 기원엔 거르지 않던 심. 이제 요양원에서 나와 밤샘은 안 하는 대신 기원엔 매일 출근이다.

저리도 바둑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아직도 기리를 터득하지 못한 것일까?

폭탄끼리의 대국은 관심의 초점이기도 하지만 편 바둑을 못하게 된 다른 이들은 모두 둘러싸고 관전을 하며 곁에 서들 이리 두어야지 저리 두어야지 하며 더 성화다.

백인 최는 흑 세 중앙곤마의 꼬리를 잘라주며 좌변 흑 세를 삭감하여 반상은 미세하다.

황 사범은 곁에 서서 대국자들은 묻지도 않는데 백이 20집은 졌다며 꼬리를 잘라준 것이 흑 집 30호여서 삭감을 했어도 손해여 실책이라고 중계방송이다.

결과는 흑7집 신승이다.

“중앙 흑 집은 원래 10여 호에 끊어 먹은 것은 20여 호니 삭감이 잘 한 것이지.”

“어느 놈이 보면 다른가? 기리는 뻔 한 것이지.”

“미세했는데 사석 차이였나 보네.”

남의 대국에 잘했네 잘못했네 해대며 엉터리 계가에 가당치도 않는 소리를 해 대는 황 사범이 내심 괘씸하기 짝이 없다. 저런 이를 사범이라 부르니 참 우습기도 하다. 심정적으로 가끔 밥이라도 잘 사는 심을 응원한답시고 저러는 것일까? 당사자인 양복 최는 화도 안 내며 가만히만 있다. 맞고 살던 여자들은 익숙해진다더니 그래서일까?

저 치 황 씨는 다른 관전자들까지 우습게보아 저러는 것이 아닌가?

부러 평소에 쓰지 않던 과격한 표현을 섞어 “어느 놈”운운해도 그 치는 못들은 척 조용하다.

남은 함부로 조롱하는 이가 자신이 조롱당해도 말도 못 하는군!

기력은 정말 인품과는 무관한가보다.

위기십결만 생활에 적용해도 모나지 않는 현명한 처신과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데 바둑깨나 두어 사범 칭호를 들어도 저 모양인걸 보면 바둑책보다는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 확실히 더 많은가보다.

입단을 하면 어린나이에도 사범 칭호를 들으니 기력으로만 칭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실력 모자라는 나이 든 프로보다 어린 연구생들에게 사범 칭호를 붙여야 할 텐데.

바둑 기술의 제고 이전에 교양과 인격의 함양을 연마하는 것이 세상살이엔 더 필요하겠지.

바둑 기술자는 세상살이엔 더 뒤떨어지는 사회성이 결여된 낙오자들이 많은 현실을 극복 할수 있는 처방이 나올 때 바둑의 쇠락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