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9, 출사표

오퍼상 박사장에게 세 집을 졌는데도 편이 이겨 첫판부터 운 좋게 팀이 이긴다.
약한 상대인 둘째 판도 방심하다가 초반부터 대마가 죽는 상태가 되어
그럼 그렇지 어째 잘 나가더니만..
싶었는데 상대의 실수를 짚어나가며 역전으로 우리 팀 전체가 다 이겨 더블이다. 기료도 상대가 내게 되었으니 오늘은 스타트가 참 좋군^^

타이젬6단이라는 젊은 청년은 얼마 전 부터 가끔 꿈의구장에 오기 시작했다.
훤칠한 키 와 멀쑥한 외모는 가히 얼짱 에 손색이 없는데 젊은 나이에 불구하고 기력도 상당하니 호감이 간다.
편 바둑에 끼워 다른 이들과 인사를 시키며 어울리게 하려 하나
다들 꺼리는 눈치여서 나와 개인전을 한다.

병원 바둑동호회 의 올해 첫모임인 내일 2/9은 평시의 프로기사 초빙 대신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이나 청아모 회원들을 초빙하여 젊은 기사 들의 참신함을 새해 첫모임에 불어넣기 위해 지난달부터 준비를 했다.

s그룹의 포탈 커뮤니티 에 이상하게도
바둑 동회회로 등록 된 곳은 병원 한 곳 뿐 이어 그룹전체의 기우들이 병원동호회 에 등록이 되어있다.
전자, 조선, 전기 등등 전국각지의 수많은 기우들이 병원기우회 홈피에 자기소개와 등업 등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바둑이 아직도 그룹 내 에서는 그만큼 활성화 되어있지 못해서 인가 싶으며 나라도 열심히 해보고 싶었는데..

바둑학과 학생들과 청아모 회원들을 초대하니 동참을 바란다는 공지메일을 전국의 회원에게 기쁜 마음으로 이미 보냈다.
아쉬운 점은 바둑을 상당히 좋아하시며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하시던 이해0 부원장이 최근 s그룹 사회봉사단 사장으로 이임 하여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점 이다.

병원 바둑동호회 회장이신 이교수 가 이번에 임상병리 의국 장으로 승진 발령 되셨으니 모임의 활성화 에 더 도움이 될는지..

줄기세포 가 그리도 인구에 회자 되더니
Adult Stemcell 은 막상 smc 임병에서 지난 몇 년간 큰 업적을 이루었었다는 데 과문하여 전혀 모르고 지냈었다. 바둑인 들은 조용하여 역사와 뉴스 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내색들을 전혀 안 하여서 였던가?

타이젬6단 이라는 청년은 역시
한 수 도 빈틈이 없이 매끄러운 솜씨이다.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은 듯싶어 5천 원짜리로 평소 안 하던 작은 내기로 한 것이 다행이고 두 판을 내리 졌다.
내가 졌다니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바둑인데~ 라며 의아해 하는 황 사범과 다른 이 들의 경탄 속에 젊은이는 조금씩 마음을 풀며 자신의 퍼스널 히스토리와 커리어 등도 이야기 보따리를 조금씩 풀어놓는다.

평소 노상 꿈의구장 에서 보며 지내던 바둑 벗들과의 대국과는 전혀 달리 힘도 써보지 못하고 두 판 다 불계패로 던졌다.

역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려야 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노상 보는 이들과 아는 이들과 만 아웅다웅 했던 것인가?

넓은 세상에서 젊은이들과 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내일 병원 모임에 청아모 와 바둑학과 학생들을 초빙한 것은 역시 잘한 일이군..

엊그제 병원 동호회 총무 인 원무과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기억난다.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근데 제가 이번 15일에 그만두어 미리 인사를 드립니다~


안색이 변하며 당황한 기색의 원무과장 모습에
지난 7년간 보사부 장관 배 바둑대회에 병원대표로 나가던 생각,
1박2일로 바둑캠프를 가서 밤새 바둑 두던 기억들,
프로기사 들을 초빙하여 다면기를 하고 저녁에 같이 술을 나누던 기억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서운해 하시는 모습에 내가 그 동안 잘못 한 것은 아니군.. 하며 자위를 한다.

넓은 세상에 나아가 젊은이들과 어울려봐야지..
편한 맛에 안주 하던 생활은 이제 접어두어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