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원 인사가 있어서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오랫동안 입에 대지 않았던 술을 어제는 몇잔 마셨습니다.  마침 우리가 회식하는 옆방에 다른 사무실 직원들도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제가 나이 더먹었다고 자꾸들 술병을 들고 들어와서 술을 권하곤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나이 값을 하라고들 쉽게 말합니다. 나이값이란 세월 살아온 무게만큼 점잖아 지라는 이야기라고 보아도 되겠지요.  한데 천성이 점잖은 것과는 거리가 먼 내가 점잖을 빼려니 이거야 말로 고역입니다.

   어린 직원들에게 공직자로서의 사명 같은 케케묵은 이야기나 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을 하겠지요.  공직관도 시대에 따라서 변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안 변할 것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

   이거야 원 어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국민은 공무원에게 무한 봉사를 요구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한데 공무원의 자세가 국민의 요구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참 어려운 난관이 많습니다.

  술 몇순배 돌고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후배 공무원(아들과 딸같은)들에게 말하다가도 나역시 부끄럽습니다. 내가 무슨 한것도 없고 .......국민의 공복으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기에 부끄러운 내가 ....  하는 자괴감이 나를 억누릅니다.

  하지만 후배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공복이니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해야 하는 내 마음은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요즈음 예산조기집행을 하라고 마구잡이로 밀어 붙이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일이 잘되도록 시기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이건 정말 너무 모르는 답답한 사람들 같아서요......

  바둑도 세력만 믿고 마구잡이로 몰아 붙이다가는 실리 부족으로 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저는 기풍이 좀 두텁게 두는 사람이라 전투를 즐깁니다. 일요일날 팔공선달 님하고 바둑을 두면서 저의 그런 면을 선달님이 너무 상세하게 파헤쳐서 아무래도 우리 기우님들이 저하고 바둑을 두실때는 실리로 살살 두실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음....이건 선달이 때문이얏.....난 그저 대마잡을 뿐이고

  차분히 바둑을 생각하면서 두는 기풍은 제겐 정말 대단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그렇게 두는 대국은 거의 반집이나 한집반 승부가 납니다. 그거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 스케일대로 대마잡거나 대마죽는 전형적인 아마추어 바둑을 즐깁니다. 어차피 프로도 아니고 승부와는 관련없이 바둑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회식도 서로가 주고받는 술잔으로 정을 토닥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즐거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바둑을 둘 때 수담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면 회식과 같아지는게 아닐런지요?

  PS : 제 생각이 정말 엉뚱하지요......입춘이 지나고 나니 봄입니다.  즐거운 하루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