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말씀>

남자 불자  한분이 법회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오더니, 가지고 온 책한권을 펼치면서 '좋은 말씀' 을 한마디 거기에 적어 달라고 했다. 

나는 방금 좋은 말이 될것 같아 쏟아놓았는데 그에게는 별로 좋은 말이 못된것 같았다.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화두 삼아 지낼테니 부득부득 써 달라고 했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써주었다. 

그는 이말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시 좋은 말씀을 써달라고 했다.  말귀를 못알아 듣는 이런 사람에게 더 할말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수없이 그의 요구대로

"좋은 말씀" 이라고 종이에 가득 찰만큼 크게 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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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스님의 유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스님으로 부터 "좋은말씀"을 받은 불자의 얼굴이 어떻했을까... 생각할수록 웃음이 키득 키득 삐져 나온다...

오늘 아침 부시시 눈도 채 못뜬채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먼저 일어나 책을 읽고 있던 아내가 "청소불공" 한마디를 던진다.

"뭐? 뭐라구...어디 불이났어? "

"청소불공 이라구요"

난 비몽사몽간에 그게 무슨말인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자 아내가 힌트를 하나 더 준다.

"청소불공, 설거지불공"

그래도 잘 못알아듣자...

"이게 바로  법정 스님이 권장하신 불공법이래요"

그러면서  자신은 이미 이 두가지 불공법에 대해서는 득도 했으니 오늘부터는 당신도 좀 연습해 보라고...

헐 ~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란 책을 읽고 있었나보다...

나도 뭔 이야기 인가 하고 주섬주섬 일어나 찾아서 읽어 보았다.

"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 하라 - 신수 계송"

그는 우리 마음을 밝은 거울에 비유한다.  구석구석 쓸고 닦아 내는동안 바깥에 쌓인 티끌과 먼지만 닦아내는게 아니라 우리 마음도 맑고 투명하게 닦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말씀" 을 아내와 법정스님으로로 부터 듣고 행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선 아침에 채소밭에 나가 정성껏 "풀뽑기 불공" 을 드렸다.
심지도 않은 잡초들은 어찌그리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밭에 나도 모르게 자라난 잡풀들도 뽑아달라는 기도을 올리면서...

시금치가 잘 자랐길래  좀 따놓고 보니, 열무에 벌써 꽃이 다 피었다...
할수없이 열무도  다 수확하고 보니 양이 제법 된다. 
벌레먹은 열무 잎사귀들을 보니  더 정감이 간다.
정성껏 열무뿌리와 잎사귀를 물로 닦아 부엌으로 가져갔다.

아내가 시금치에 된장을 풀어 시금치국을 시원하게 끓여주는 "아침불공"을  맛있게 먹었다.

잘 먹었으니 밥값에 대한 보시를  또 해야겠지...

지금 부터 슬슬 "방청소 불공" 이나 드려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