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반.
북적거리는 기원에 평소에는 마음의 위안을 얻던곳인데 지금은 좋은 기분을 혼자서 반추하고 싶다.
보통 8시 경에 나서던 것을 조금 일찍 일어선다.

근심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고 성경속 구절에도 있었지, 어제 일요일 11:00 예배에서 읽던 구절을 떠 올리려 애써보며 오늘 새벽기도에서도 다시 찾으려던 구절들을 생각하며 걷는다.

빌립보서 4장 이었는지 근심과 염려보다는 지난 일 속의 좋았던 감사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항상 감사하라는 취지였던가? 내게 처를 주신것 만으로도 감사하지 않는가! 근심과 염려보다는 처를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물질에서 해방되게 해 줄 것인지 생각하며 노력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근심이 아닌가?

모니터 속의 화면에 선달아우의 글에 만석형님의 글에 저격병님의 시에 공감하며 오늘의 행복에 깊이가 더해진다.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은 내가 아닌가?

입이 짧아 음식을 별로 탐치 않고 커피를 즐기는 처가 22일만에 오피스텔에 10:30경 오기로했다.
평소 자주 않던 설겆이를 큰 후라이팬 까지 깨끗이 닦아놓고 음식물 쓰레기 등 분리수거를 해 갖다 버린다. 딴에 열심히 청소와 빨래거리등도 정리해 장 속에 넣었다.
커피가 떨어진 후 사다 놓지를 않았는데 빨리 나가서 사 와야겠군.

작은 수퍼들은 명절이어 안 열었을것 같고 길 건너 대형마트 GS마트에 가며 10시이니 열었을까 내심 걱정된다.
불 꺼진 채 닫혀있는 문 앞에서 돌아서며 저 반대편 멀리 작은 수퍼들을 빨리 헛일삼아 가 보아야지 싶다.
아! 대형 주상복합상가의 가게는 열려있을지 모르지 싶어 발길을 재촉한다.
커피봉투 170 gr 짜리를 들고 나서며 안도한다. 담배를 피워 문다. 아! 처는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길 건너 뚜레주르 빵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저 쪽 끝편의 파리바케트는 혹 열었을지 모르지 싶어 한참 걷는다.
열긴 했어도 여늬때와 달리 빵이 거의 없다. 팔다남은 본사에서 보내온 레디메이드 케익만 몇개 덩그라니 있다.
처가 좋아하던 커피빵, 둥그렇고 큼직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둥그런 맛있어 보이는 케익 한 개를 산다.

명절날 아침에 커피봉지와 케이크 한 개를 손에들고 그나마 마음의 안도를 느끼니 이런게 바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일까? 그건 아니고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과 그녀에게 커피와 케익이라도 들게 하고 싶은 작은 마음이겠지.

오피스텔 입구에서 올라가지 않고 찻길에 서서 기다린다.
거의 올 시간이 되었을텐데 전화를 하면 내려오라고 했는데 큰 길가에 서서 많지않은 지나는 차량들을 유심히 살핀다. 날이 차가워 빵이 차가워질텐데 옷속에 넣으면 찌그러질까 싶다.

뒤편에서 크랙션 소리가 빵 울린다.
"왜 전화를 안 받아?" 큰 길가여서 시끄러워 소리를 못 들었나보다. 지나치는 걸 못 보았는데 처가 보곤 차를 세운것이다.
"커피는 왜 샀어? 가져왔는데."
"짐을 내려놓고 빌딩앞에 기다려. 주차하고 올께."
"이걸 다 내려? 이 박스까지?"
마트용 대형 비닐봉지 5개에 쌀 국수 박스까지 한 개다.

"커피 먹을거지?" 항상 나를 먼저 위하며 헌신하는 처는 커피를 끓여주곤 한참을 서두르며 전을 부치고 국을 끓이고 부산이다.
소파에 앉아 티브이에 눈을 둔 채 모처럼의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처가 마음아프다.
공연히 담배만 피워문다.

"자 이제 드시와용."
"찬이 적어 미안해."
"소주 한 잔 해야지? 나도 한 잔 해야지." 평소 소주를 않던 그녀는 고된 몸이 소주까지 찾나보다.

떡국에 전과 소주로 성찬이다.

"당신이 차려준 귀중한 음식을 먹기전에 하고 싶은게 있어."
싱크대 앞에 돌아선 처를 가만히 꼭 껴안아본다.
다소곳이 안겨있던 처는 한참을 가만있다 내 등을 한대 때린다.
지난 22일 밤 식사 후 주차장의 차 속에서 먼저 입맞춤을 해 준 처를 기억하며 그녀의 입술에 살포시 대 본다. 항상 풍성한 구정의 기억이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내겐 가장 소중하다.

"내가 치울게 조금 쉬어."
설거지도 평소 절대 못하게 하며 헌신하던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보답은 설거지라도 하는 것이지.

기원에서 소란속에 오늘의 기분을 혼자 조용히 간직하려고 일찍 일어서게 된 것이지.

그녀가 했던 한마디!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