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항상 티브이 앞 의자에 앉아 잠들고 있다.

24시간 오픈하는 식당의 주인 이어서인지 밤새 주문을 받고 배달을 지시하다가 아침이 되면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일까? 그는 점심에 한 판 정도 만 바둑을 둔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항상 메모지에 적어 놓았던 반찬 리스트를 재료를 사러 나가는 것 같다.

그가 바둑을 둬주는 상대는 어떤이 들일까?

일순위는 자신의 식당 꿈의구장 1층의 식당에 가끔이라도 와서 밥을먹는 사람이겠지.

저녁에 술을 팔아주는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언젠가 연휴에 꿈의구장 1층 식당앞 오터바이 7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것에 놀랐다.

한 두대도 아닌 7대면 엄청 큰 기업수준일듯 싶다. 오토바이 유지비야 별것 아니겠지만 인건비는 일인당 150만 잡아도 천이 넘는데. 아니지 2층의 중국집도 있으니 각각 몇대일까?

중국집은 나름 노하우로 장사가 엄청 잘된다. 점심시간엔 인근 직장인들로 자리가 없어 점심시간을 피해가야 할 정도이다. 같은 건물에 있어도 2층 중국집은 정말 깔끔하다. 1층 식당은 배달전문이어 지저분하고 지하 술집은 못 가보았지만 시장상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곳 이겠지. 4층은 술집 여종업원들의 숙소이다. 떼거리로 딸깍딸깍 빼딱구두 소리를내며 3층 기원앞을 지날땐 노인들은 소리를 내지 말라한다.

시끄러워서가 아니고 아랫돌이가 동한다고.

3층기원은 정말 지저분하다. 나는 못 가보았지만 누가 예기하기를 3주째 변기가 막혀있는데 그대로 라나. 소변은 베란다쪽에 있는데 몇년은 최소 청소를 안 한듯하다. 구역질을 참으며 소변을 보며 서비스정신은 고사하고 저런 배짱으로 장사를 해도 먹고사는 것이 신기하기만하다. 바둑인들이 불쌍한것인지.

1츨 식당 사장은 세 점에 고미 다섯개를 주는 치수 이지만 뒤집힐곳이 없겠구나 싶던 막판에도 오히려 제가 흔들며 정확한 수순으로 끝내기나 필살기를 보일때는 기가 막힌다. 이렇게 치밀하고 한 방이 있으니 그 어려운 식당도 운영하나 보군.

K시장엔 엄청나게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식당은 약 200 곳 이란다. 정확히는 몰라도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의 숫자가 그렇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배달을 하는 식당의 수가 그렇다는 것인진 몰라도 예상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이다.

세 사람이 식사를 하는데 매운탕과 막걸리이다. 셋의 억양은 모두 조선족이다. 주문도 받으며 일도 지시하는 이는 사장의 친구라는 조선족이다. 최사장도 조선족인가? 성공한 모델인가?

"아까 영어학원에 배달 했던것은 내가 올때 들려봤는데 한 사람이 아직 안 먹었다고 하더라고"

"내가 그릇 가져왔어 걱정마"

"서비스를 뭘 줄건지 결정하면 그 집은 한 번에 2~30 그릇씩 시키는 집이야"

'그래 알았어"

조선족 말씨지만 그들은 이미 배달은 물론 영업에도 나름 일가견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전에 네 잡을 뛰던 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저녁에는 치킨 집에서 오터바이 배달을 하고 낮에는 한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새벽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아침에는 무엇인가 다른 알바를 해서 네가지 잡(job)을 한다던 그는 형제가 돈을 모아 신발가게를 차렸다지. 잠은 언제 자는지 새벽에 세 시간인지 잔다는. 처에게 18만원 짜리 속옷을 선물했다고 자랑하더 그는 치킨집 아줌마 사장이 마음이 좋은 것을 간파하고는 퇴근길엔 마누라 먹일 치킨도 한 마리씩 얻어간다.

나름 처세인지 무게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인지 배달에만 신경을 쓰는것이 아니고 괜스레 치킨집 주문장부를 들여다 보거나 다른 젊은 학생 알바들에게 오늘 배달을 얼마나 했는지 묻곤한다. 마치 자신은 경영에 조언을 해주는 없어서는 안될 CEO로 착각하는 것인지.

막걸리를 마시던 조선족들은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막걸리는 포천 막걸리를 먹어야지" "아냐 그건 옜날예기지 요즘은 서울 막걸리야" "맥주는 카스 하고 하이트가 있으면 사람들이 카스만 먹고" "포천막걸리는 통만 크고 요즘은 서울 막걸리만 빠져" 배달을 하고 음식점에 근무해서 인지 몰라도 어쩜 저리 나름 판단들을 하고있을까? 나는 저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10시 넘으면 문을 안 열어줘"" 난 가야겠네"

부부인지 알았던 남녀는 일어서 헤어진다. 농담도 걸쭉하게 하길래 부부인줄만 알았더니 국제화 시대의 첨병으로 해외근무를 하는 앞선 이 들인가?

안녕하세요 하며 큰 소리로 인사하며 기원에 들어서는 최사장을 배달이나 하다 돈 모아 출세한 지저분한 식당이나 하는 이로 여겼더니만 최사장은 물론 그 밑의 배달직원들조차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저렇게 세계화 지구촌의 첨병들 이었군.

바둑 한 판을 이겼다고 좋아하던 내가 부끄럽다.

이기던 지던 승부에 올인하며 이기던 지던 배우는 것이 있다며 바둑을 예찬하던 나는 과거속에 추억만 곰씹던 남들은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며 도전할때 바둑판에나 매여있던 초로의 늙은인가?

조그만 네모의 바둑판 보다는 큰 판 이세상 저 세계로 나설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겠지.

바둑도 안 두며 바둑판 주변의 가십에만 신경쓰는 이들은 또 얼마나 더 한심한 것인가?

판 앞에선 졸려 잠자건

판 위에서 신문깔고 밥을 먹건

판 위에 나를 담아보자.

왕년의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 내가 되고싶은 나를 담아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