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들이 담배를 끊었다 다시 피웠다하듯이 한동안 끊었던 독서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담배는 불굴의 의지로 피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지만 독서는 담배와 달리 의지 같은 것이 전혀 필요없이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과 읽을 책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끊어지는 것 같습니다. 독서도 상당히 중독성 강했는데 금독하는데 조금 허무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새로 읽고 있는 책은 유림6, 나의 형 이창호, 주역의 발견 그리고 저만 몰래 읽는 제목을 밝힐 수 없는 몇권의 책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제 며칠 몇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오늘 기사 하나가 손에서 모든 책을 놓게 합니다. “이세돌 절정의 24세 후계자 키우겠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기사를 제일 먼저 본 것은 바둑사이트가 아닌 포탈사이트인 “다음”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컴터를 켜고 메일 확인을 위해서 다음에 들어가는 순간 사진과 함께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조선일보 이홍렬 기자” 이렇게 되어있었는데, 바둑계에서는 특종인데 바둑전문 사이트에서 놓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건 바둑사이트에 먼저 올라오고 다른 쪽에서 인용해서 기사가 올라와야 제격인데 말입니다.

기사를 처음 읽고 드는 생각이 이세돌 9단의 생각이 여러모로 일리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성기일 때 후계자를 양성해야한다.

 -창의력에 중점을 두겠다

이야기를 듣고보니 기사생활을 은퇴한 후에 후계자를 양성해야된다는 기존의 생각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제 생각에도 전성기때의 스승을 앞지르는 제자가 역시 더 대성할 것 같습니다. 이창호 9단 역시 어떻게 보면 전성기때의 스승에게 배운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창호 9단도 후계자를 양성하고 기라성 같았던 기사들이 모두 후계자를 양성하면 바둑계가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누구 제자다”라는 이야기는 이창호 9단밖에 없는 듯한데, 각각의 기풍을 가진 기사들이 길러낸 각 제자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각종 기전에서 실력을 나타낼때쯤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는 솜사탕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머리 한구석에서 잡념이 서서히 올라오면서 그 폭신한 솜사탕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잡념의 시작은 "10-15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2-3명 정도의 내제자 생각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후계자 10-15명은 어떤 의미일까? 이창호 9단의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잠시 멈짓. 그러고 보니 일본에도 많은 후계자를 키운 도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런거구나’하고 멈짓한 생각을 닫을려는데 잡념의 뿌리는 깊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각각의 프로기사가 수십명씩 후계자를 양성하면 지금의 연구생제도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입니다. 연구생 제도라는 것이 한국기원에서 사범을 두고 연구생들을 직접지도하는 제도 아니었던가요?

지금 그동안 주워들은 생각을 정리해보면 초기에는 내 생각대로 운영이 되었는데 지금 얼핏 떠올려봐도 몇 개의 도장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각도장에서 본격적인 수업을 하고 연구생제도는 그냥 허울뿐인 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그냥 조를 가리기 위한 대국모임정도랄까? 그렇다면, 연구생제도는 공교육이고 도장제도는 사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지르는 것인데...

이건 폐단인 것 같습니다. 연구생제도가 바둑에 재능 있는 어린기사를 조기에 발굴해서 교육하자는 것이 목표일텐데, 지금은 발굴과 교육을 사교육에서 담당하고 연구생제도는 그냥 시험치는 시험주관기관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공교육의 중요한 역할이 좁은 문의 입시제도로 인해서 사교육기관에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죠. 그런데 그것의 피해가 한국기원이나 도장을 운영하는 프로기사에게는 없으니 그냥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늘 이야기하듯이 교과서 중심으로 착실하게 공부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얻고 S대를 갈 수 있듯이 연구생제도 내에서 착실하게 수업한 연구생 모두가 프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문이 넓게 운영되어야하는 것이 정석이 아닌가합니다. 프로기사 선발의 목적이 “바둑에 재능있는 어린기사를 발굴해서 소수만 프로로 만든다”는 아닐테니 말입니다. 한국기원으로써는 유능한 기사가 많다면 다 발굴해서 국가적인 바둑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정도일텐데 말입니다.

이상 잡념의 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