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없어요.

나이는?

35세.

주소는?

봉덕동요

봉덕동 어디?

봉덕동 000-00번지요.

모니터 앞에서 형사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여인의 품세가 불량하다
진한 마스카라 짙은 화장에 껌을 씹고 있었으며 노출도 심하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중년의 남자는 연신 한숨만 들이키고 있고
좀 떨어진 대기실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웅성 거린다.
형사가 돌아보고 손짓을 하며 한마디 한다.

“거기 계시는 분들은 잠시 나가 계세요”

서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나가는데 한 여인만은 당차게 노려보며 앉았다
눈에는 노기가 등등하고 살기마저 느껴지는 눈으로 잠시도 이쪽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중년 남자의 부인이고 나이는 40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인다.
나간 사람들을 불러 뭔가를 지시하고 20대의 남녀와 귓속말을 주고받고는
일행을 보내고 곧은 자세로 앉아 다시 형사 쪽으로 돌아보고 미동도 않는다.
가는 뿔테 안경이 단아한 이목구비를 더욱 범상치 않게 하고 다소곳이 모은 손은
여리다기보다 날카로운 칼날을 보는 듯 하다

공무원 생활을 은퇴하고 소일삼아 시작한 택시 업에 평소 소극적이며 대인기피 증세마저
있었던 김 팔 공씨는 차츰 일에 대한 즉응이 빨라지고 성격도 활발해져 드디어 작심하고
개인택시를 구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현실은 항상 예외가 있는데
그 와중에 흔히 말하는 꽃뱀의 작전에 희생자가 된 것이다.
아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부인으로서는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세상 보는 눈은 비슷하였고 세상은 두 사람을 기만 한 것이다.
어떻게 사람으로서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팔공 씨와 부인은 기가 막히는 것이다.

기름쟁이.

택시업도 한때는 유망한 직종 이었지만 지금은 영 아니다
은퇴한 사람들과 다양한 사유로 이길을 걷게된 사람들로 이제는 질적으로는
상당히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 옛날 무식한 사람들의 단순직종의
선입견으로 보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적 결함이 문제가 됨은 부인할수가 없다
교장선생님도 신부님도 스님 목사...사회교욱의 종교의 중심에 있는 분들도
예비군복만 입혀 놓으면 시쳇말로 돌아서면 바지를 내린다 하겠는가.
이것을 환경에 넘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 해야 하는가 ?
인간의 이중성과 가식에 대한 솔직함이라 해야 하는가 ?
환경에 묻혀진 자신을 인정하고 포기하려는 자격지심으로 보아야 하는가 ?

2000년 12월20일

시내에서 젊은 여인을 태우고 봉덕 동으로 향하던 팔공 씨는 여느 때처럼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연말이라 밀리는 시내를 통과 하면서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이력을 늘어놓게 되었다.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처음엔 근성으로 듣던 여인은 차츰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 오는데 차는 밀리고
말이 나온 김에 두 사람은 아니 팔공 씨의 일방적인 가족 관계와 경제적인 문제까지
자연스레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것이 팔공 씨의 영웅심과 여인의 노련함이 만든 작품이 될 줄이야.
평소에 10여분이면 갈수 있는 거린데 이날은 거의 30여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팔공 씨는 이런 직업이 더없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고 돈도 벌고 일하면서 건강도 되찾았고
왜 지금까지 그렇게 움츠리며 눈치보고 살았던 가 후회막급이었는데.
 
아 뿔 사 !!!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던 것이니 팔공 씨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을 당한다.
봉덕동의 원룸 골목 관제탑에 이르러 “요금이 좀 많이 나왔네요.끝자리는 떼고 주세요.
생각보다 많이 나온 요금에 양심고운 팔공 씨는 요금 끝자리를 깎아주려 했는데.
아니 ? 이건 또 뭔가 ?
조금 전까지 얘기를 나누던 여인이 곤히 잠이든 게 아닌가.
대략 난감해진 팔공 씨는 계속 여자 손님을 불렀고 여인은 묵묵부답.
남자도 아니고 여자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지라 팔공 씨는 계속 손님. 손님
하면서 깨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하자 팔공 씨는 은근히 부아도 치밀고
한참. 바쁜 시간에 조급증도 났다. 남자 같으면 파출소로 갈 건데 이런 일로 여자를
파출소로 데려 간다는 게 그렇고 해서 결국은 흔들어 깨우기로 하였는데....

여기서 잠시.

선달이의 경험을 먼저 소개 올리겠다.
벌써 5~6년 전의 일이라 기억 하는데 겨울이 깊어가는 어느 날 망우공원에서 호출을 받았다
호출은 남자가 했는데 승객은 여자였고 고기 값 할만한 두어 명이 나와서 배웅 하는데..

" 아재 잘 모셔주소. 이쁘다고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 십탱아  온몸이 무긴데 뭔 걱정이야 니놈이 꼼짝 못하는데.
 
사장님 맞죠 ?

선달이는 멋젓게 웃고 말았고 속으로... (기래 기래 니눈이 앵경이다)

목적지는 5~10분 거리의 파티마 병원 뒤 보성 아파트 후문이고 별 생각 없이 달렸다
선달이의 영업방침은

1. 절대 룸 밀러를 승객 눈높이와 맞추지 않는다
2. 여자승객 특히 혼자 타는(이쁜) 고객과는 통상적인 인사 외에는 묵언.(소득없음)
3. 절대 승객과 시비하지 않으며 바로 파출소로 내달린다.
4. 찜찜한 곳으로 가거나 얼굴이 나와 비슷하면 무조건 우는 소리부터 한다.
   (손님..잔돈 있으세요. 제가 말입니다 농땡이를 치다가 인제 나왔거든요)
   (담배 값만 가져 나왔기에....(돈이 없으니 잡생각 말아라. 는...^^:)

여튼 목적지에 도착하여 돌아보니 깊이 잠들어 있는게 아닌가 ?
별 생각 없이 손님 손님 하면서 불렀는데 아무 인기척이 없다. 순간. 이것 봐라.!!

"이기이기 시방 내 한테 작전 들어오는 거 아이가 나참. 그래 ...

선달이는 차를 보성 아파트 후문에 대고 뒤로 돌아가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소리를 질렀다

" 어이 아가씨 인제 그만하고 집에 가야져. 다 끝났어요."

타이밍을 놓쳤는지 묵묵부답이다. 기가차서.  할수없이 수위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몇번을 더 불러 보아도 여전히 임전태세. 기래 기래.
할 수 없이 마지막 작전을 펼 수 밖 에 없었다. 경비 아저씨도 고개를 절레절레.

" 112죠 여긴 신암보성 아파트 후문이거든요 여차저차 하니 빨리 경찰...?

' 우~~~웅 여기가 어디예요 ? 아이 추워 !

으아아~~~~악.

5분여 오는 동안에 20여분을 깨워도 못 일어나던 아가씨가 112 나이트 콜에 베 시시 ?
돈은 받았고 거스름돈도 안받고 그렇게 깊이 잠들었던 아가씨가 골목길로 냅다 달아난다
한밤중에 경비 아저씨와 선달이는 서로 마주보며 할말을 잃었다.
차에 오르며 선달이는 중얼거린다.

" 벼룩의 간을 빼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