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41, 신관이전완료

신관2층의 왼쪽으로 돌면 1층 로비에서 보이는 좌측 벽면의 십자가 형상 뒤로 예배 장소 가 보인다. 새로 지은 22층의 거대한 병원이지만 잊지 않고 가톨릭 재단의 위상을 나타내는 성소인 듯 하다.

3월23일의 Open은 언론에 홍보가 많이 되었나 보다. KBS, SBS 등 유명 방송사외에 이십 몇 개 인지 방송 언론사에서 취재진들이 촬영과 인터뷰에 북적거린다. 아마 홍보에 정책적인 치중을 한 것 이겠지. 수요일의 내과 계 환자 이동 외에 오늘 금요일에 외과 계 환자의 이동이 무사히 끝났다. 연이어 외래와 부속 부서들의 이동에 종일 병원은 장터 같다.

수녀님의 마지막 오더를 이행하고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다.

이른 아침 수녀님의 기도 속에 시작됐던 환자 이송 과제가 무사히 마친 것이다.

수녀님의 기도는 정말 오랜만 인 것 같다. 고교시절 가톨릭 학생회장일 때 기도 인도를 한 기억은 있지만 수녀님의 기도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새삼 생각해본다. 신부님과 성당 속 사택에서 바둑을 두었던 기억은 뚜렷이 있지만 수녀님들껜 고1때 종로 어느 성당에서 교리문답을 통과하여 영세를 받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저 수녀님은 직함이 어떻게 되세요?”

“간호 행정의 팀장님이세요.”

격의 없이 순수한 모습으로 3200직원의 병원 신관이동 작업을 지휘하는 수녀님은 병원의 꽃이라 할 간호행정의 책임자 이신가 보다. S의료원에선 간호행정은 S대 看護과 출신들로만 구성되어 병원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핵심부서로 기억했었는데 이곳은 착한 분들이 모질지 못하게 이끌어도 사랑과 신뢰 속에 평온을 선사하는 곳일까?

그저께 내과 계의 신관 이동 때엔 신부님의 기도와 원장님의 훈시 뒤에 이동을 시작했었는데 무사히 모든 환자의 신관이전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신부님 수녀님 하나님 등 뒤에서 보살펴 주시는 분들의 덕 이었을까?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해가며 준비에 만전을 기한 행정부서의 사람들 덕 일까?

신경외과 중환자실과 병동이 있는 4층에서 이동을 준비하던 환자 중 한 분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벽에 댄 채 진통제를 놓아달라고 울부짖는다.

6명씩 휠체어로 이송하던 중 각 조 마다 의사, 간호사, 보안요원, 행정요원, 이송요원, 앰블런스 운송 요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주시하며 사고를 방지하려 애쓰건만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했으니 난감하다. 조별 한 명씩 배정 된 이송책임 간호사가 환자의 무릎에 놓여있는 브랑켓(담요)을 바닥에 닿을까 봐 조금 올려준 것이 ‘절대 환자의 몸을 만지지 마세요.’ 라는 표식을 단 환자의 주의표식을 미처 보지 못한 죄로 브랑켓이 발가락을 건드렸다며 환자는 울부짖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병동 간호 수 선생(Head Nurse)은 놀라 달려온 후 낯빛이 싹 변하는 것이 보인다.

이동 책임자중의 간호부 고위 팀장도 안색이 변한다. 손을 댔던 이송 간호사는 얼굴이 시뻘겋다. 수녀님은 다른 곳에 계셔서 보지를 못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해당 병동 간호사가 달려와 통증 마취제를 주사한다. 그 환자를 제외한 후 다른 환자들의 이동이 계획대로 진행된다.

마지막 이송이 끝나며 2층의 보안해제가 되어 오가지도 못하던 의료요원들이 이동한다.

응급 팀과 기타 모든 팀들의 원상복귀가 시작된다. 산소통과 중간에 발생됐던 응급환자를 옮겼던 이송베드의 원위치 후 상황은 종료된다.

환자이송이 끝난 후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부서의 잔잔한 물품들의 이동으로 병원 신관 구관은 북새통이다. 이제 월요일 3월23일부터 는 신관에서 모든 업무가 시작된다. 구관은 호스피스병동으로 600 병상의 운영예정이고 총 1800병상 시대가 시작되는 것인가.

종일 분주했던 와중에 우측 엄지발가락을 찧었는지 다쳤는지 이제야 아픔이 느껴진다. 이곳 새 병원에서 70명 우리 요원들의 중간 관리자로서 나의 새로운 과업은 시작되는가?

어쨌던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날들 중 의 하루로 기억에 남겠지.

마무리를 하는 중에 S의료원 바둑 동호회 회원인 원무과의 직원과 수하인 듯한 직원 둘이 지나쳐 반갑게 인사한다. Open에 앞서 적정을 탐지하러 온 것인가? 거대한 로비 2층의 장기이식 상담실 앞에서 s의료원 원무 팀 수하직원은 저 뒤에서 디카 사진을 열심히 찍어댄다. 원칙으로 보면 이곳 보안요원에게 신고를 해야 할 텐데. 바둑인들 끼리니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 나도 s병원소속이니 그러면 안 되는 것일까? 오늘은 꿈의 구장(기원)에 들리지 못 하였다. 너무나 피곤한 심신에 방앗간에 들릴 생각조차 못해본 첫 날일까? 끝.

200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