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건강을 위해서 걸어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8km정도의 거리이니 아침 출근길에 걷기에 쉬운 거리는 아니다. 그래도 겨우내 운동을 못해서 체중이 5kg 정도 불었으니 이건 아니다 싶어 마음을 다잡았다.

  새벽 다섯 시 십 분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하여 소식을 하려고 약간의 밥과, 삶은 달걀 세 개 김치볶음, 구운 김, 김치를 반찬으로 하여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허전한 느낌이 들어 우유 한잔을 더 마셨다. 결국 칼로리로 따지면 약 1,000칼로리를 넘은 셈이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드라이를 하고 분주를 떤 다음, 옷을 입고 점심으로 준비한 도시락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아침 여섯시 오십 분인데 아직은 어둑한 느낌이다. 인적이 없는 거리를 지나 외각도로를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새 화진포 호수가 보인다. 훤히 날은 밝았고 날씨는 내일이 입춘이라 그런지 추운 기분을 느낄 수 없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화진포 호수의 얼음이 녹고 있어 호수 가에는 잔물결이 인다. 철새들이 채 녹지 않은 호수의 얼음위에 줄지어 나란히 앉아서 꽥꽥거리는 모습을 보니 오리종류인가 보다. 화진포 호수 주변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는 벗나무인데 어느새 움이 트려는지 움이 제법 커 보인다. 요 며칠 연일 날씨가 영상으로 따뜻하더니 나무는 이미 대지 밑의 봄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나보다.

  입춘이 내일이니 예전에 어른들이 대문에 써 붙이던 글귀가 생각난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아마도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가지는 대지의 기를 받아 큰 길조를 바라는 선현들의 풍류와 멋이 글귀에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의 겨울이야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겨울답지 않게 푸근한 기후지만 예전 내가 어렸을 때는 정말 무지하게 추웠다. 그 추운 겨울에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연을 날리고 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요즈음 도심지의 아이들은 그런 추억을 가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골은 아이들이 자꾸만 줄어서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농촌은 오십대의 장년들이 청년회를 하고 있고 십년 후엔 우리 농촌에 40대 젊은이를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봄에는 산불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에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아직은 공인이니 어쩔 수 없는 걱정이기도 하지만 주말에도 산불 걱정으로 사무실에 나와서 대기를 하여야 한다.

  봄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주는 좋은 계절이다. 우리 기우여러분들도 봄엔 활기찬 마음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기리라 믿는다. 벌써 시장에는 냉이와 달래가 팔리고 있다. 물론 하우스 재배를 하여 출하된 것이지만 그래도 오는 봄은 내 가슴에 젊은 기운을 흠뻑 느끼게 한다. 출근길이 기분이 좋은 것은 아마도 봄기운 탓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