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순리대로 흐른다.

다만 우리의 바람이 돌부리가 되어 갈라 치고 소용돌이를 만들 뿐

심신이 평온한 사람은 그것이 사는 맛이라고도 한다.

아니면 돌 맞은 개구리가 되어 보지 않았거나 맞아보니 별거 아니라 느꼈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말로 떡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고.

어쨌든 우리는 상식이라는 틀에서 살고 자의든 타의든 완성도를 높이려 살고 있다

그 틀이 완벽함에도 늘 불량품은 나오고.

“아니 왜 안 된단 말이야.”

“내말이 왜 틀렸어,”

“선생님 경찰은 술주정 받아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 저 택시기사 놈 말은 들어주고 나는 술 먹었다고 안 들어준다는 거야.”

“당신과 저놈 모두 고발하겠어.”

“네 그러세요.”

“옵빠 고발해.”

“경찰이 저 모양이니 세상이 이 꼬락서니지. 당장 해.”

몇 년에 한 번씩 하는 몸살이 하루사이에 15도씩이나 떨어지는 날 들이 닥쳤다

3일을 드러누워 있으며 간혹 바둑 한판씩 두고 그 잘하는 배팅도 기웃거려보고

이곳저곳 게시판을 기웃거렸지만 마음은 스산 했다.

하루살이가 3일씩 누워있다는 건 그 부담이 차라리 3번 죽었다 살아나는 고통보다 심하다

약을 털어 넣고 샤워를 하고 어리바리한 상태지만 코 수건을 챙겨 나섰다

뭔 놈의 감기가 바둑 두고 놀면 괜찮고 일을 나서면 열이 나고 콧물이 나고 어지러울까

왕자 병이란다.

직업적으로 단순노동이지만 사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고 위험하며 책임감도 높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직업이 얼마나 되며 그것을 인지하는 당사자들은 또 얼말까.

택시기사는 알까 손님은.

기사는 그저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손님도 그렇게 승차를 한다.

그리고 바쁜 마음에 지금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다음을 생각한다.

손님은 무사히 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자기 일만 생각한다.

무료함을 달래려 모바일로 음악을 듣거나 수다 떨거나 요즘 드물지만 생각에 잠겨 있다

잘 모시겠다는 안도의 인사도 잘 부탁한다는 감사의 마음도 경제논리에 묻힌다.

뭔 목숨 걸 일이라고 돈을 받으면 되고 주면 되지.

나선지 두어 시간 만에 열이 나고 한기마저 느낀다.

목 위로는 달아오르고 그 아래론 어슬하다

안 되겠다 싶어 귀가하기로 하는데 호출기가 난리가 아니다

보통은 3번으로 끝나지만 단골 고객일 경우엔 본부에서 협조차원에 반복한다.

귀찮아 죽겠는데 모니터를 끈다는 게 승인을 눌러버렸다

아뿔싸.

일단 승인을 하면 책임을 져야한다.

아니면 거짓보고(차량사고 및 고장)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운영진의 사실 심문까지 따른다.

그래서 대개 그냥 진행을 하게 되고 때로는 당근을 때로는 무 뿌리를 받아든다

상습적인 골통 손님은 인근에 자주 가는 회원들은 받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동하면서 빈차로 이동하는 몇몇 회원을 보는 순간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만취 손님은 보호자가 없으면 모실 수 없습니다.”

“술은 취했지만 정신은 말짱하니 걱정 마쇼.”

도착하니 식당 옆에 쭈그려 앉은 사람이 있고 안에도 일부 있었다.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나의 바람은 기우가 아니었고 식당 안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수고하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차에서 내려 기다렸다가 인사를 하고 차 문을 열려는데.

“아 제가 가는 게 아니라 저 형님을 모셔드리려 합니다.”

그가 가리키는 사람은 식당 옆에 쭈그려 앉은 사람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를 일으켜 데려오는데 중간에 쓰러진다.

한숨이 나온다.

왜 내가 오늘 일 하러 나왔으며 왜 그때 덜컥 수를 놓았는지 한심해진다

시비는 시작 되었다

보호자 없인 안 된다고 했더니 여자 분이 오빠가 같이 갈 거라며 억지로 태웠다

그리곤 그 오빠는 안 간단다.

집사람 기다려서 안 된다며 나보고 잘 모셔 드리란다.

대개 술집에서 만취 손님을 우리에게 떠맡기는 사례로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다

“안 됩니다.”

“왜 안 돼.”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만취 객은 보호자 없인 모실 수 없다고요.”

상대의 인상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뭐라고. “

“승차거부 하겠다고.”

“거부할 사유를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승차거부란 말이잖아.”

“네”

“고발해야겠구먼. “

어이가 없었지만 시비를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네 그러시고 손님은 내려 주세요. 저 영업해야 합니다.”

여자가 끼어들었다

“아니 왜 술 마신 사람은 안 태워주고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법은 어느 나라 법이죠.”

“맞다 야 그건 어느 나라 법이야.”

“이 새끼 진짜 무식한 놈이네 네 입맛대로 벌어쳐묵나.”

가뜩이나 열이 나는데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이 새끼 가만히 보니 술 처먹었네. 야 순아 고발해”

“예 오빠 이 인간 진짜 잘 걸렸다.”

주변에 식당이 10여개가 몰려 있었고 이미 고성에 구경꾼은 수십 명이 되었다

몇몇은 나서서 말리려 했지만 막무가내에 뒷짐만 졌다

어느 분은 나보고 참고가라고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만취 객이 차에 있으니.

그리고 경찰이 왔다

“일단 저 새끼 얼굴 좀 보소 음주부터 확인하소.”

다시 무전을 치고 지원차량이 한 대 더 왔다

먼저 온 차량에는 음주 측정기가 없었나보다

“이상 없습니다. 저희들은 먼저 갑니다.”

“야 그 기계 고장난거 아냐. 저렇게 얼굴이 벌건데.”

닦달에 못 이겨 결국은 성능검사로 자신이 불었다. 0.125

“그건 됐고.”

“아 저 새끼가 취객은 안 태워 준다고 승차거부를 하기에 신고했으니 끌고 가소.”

“내 나이도 만만찮은데 아까부터 자꾸 새끼 새끼 그러네 말조심해.”

“주둥이로 술 처먹고 똥구멍으로 지껄이나.”

“아 저 새끼 좀 보소 저렇게 무식하게 손님에게 욕까지 ...”

경찰이 다가와 말렸다

엄격하게 승차한 손님이 아니기에 승객이 아니다 시비를 건 동행이니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도 참아란다.

결국은 논리 싸움에서 어거지를 이기지 못했다

“저 새끼가 내가 동행 할테니 나를 다시 여기로 데려다 줄 수 있나 했더니 못한데요.”

“승차거부로 처벌해.”

경찰이 다가와 신상을 묻고 왜 그랬냐고 사실이냐고 물었다

사실이다.

다만 저 사람의 요구는 네 법대로 일행을 바래다주겠다.

대신 여기까지는 네가 태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은 당신들의 인간관계고 나는 영업이니 요금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저 새끼는 그런 무식한 법이 어딨냐는 것이고.

경찰이 말렸다. 욕하지 마라고.

“상황이 그런데 이 모욕감에 내가 부처요. 처벌할 있으면 처벌하소.”

고참 경찰이 시비를 마무리 하려 달래다가 한계를 느꼈는지 고발하라고 했다

“운송사업은 범법이 아닐 경우엔 구청 관할이니 사진 찍고 구청에 고발하시오.”

“그리고 경찰이 당신 같은 취객 술주정 받아 주는 한가한 사람이 아닙니다.”

“술주정이라고.“

계속되는 시비를 바라보는 젊은 경찰이 한숨을 내쉰다.

“일단 사장님이 가셔야 해결 될 것 같은데요.”

순간 내 자식 같은 그에게서 연민을 느꼈다

“그래요 일단 다시 한 번 시도 해봅시다. 끌어내려 놓고는 못가니.”

집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대구라 했다

집 전화번호가 알리 있으랴.

“사장님 사모님 전화번호가 몇 번이죠.”

“몰러. 걱정해 하지마.”

억지로 달래 보지만 속수무책.

그러다 전화기를 발견하고 경찰과 눈 맞춤으로 오픈을 하니 마누라 하고 나왔다

“저 택시 기삽니다.”

겨우 통화를 하고 아직도 시비하는 고참 경찰과 또라이를 보면서 젊은 경찰과 악수했다

“수고하세요.”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취객을 태우고 약속 장소에 도달했다

부인을 만나 인도 하고 팁으로 받은 천원. 십분이면 해결 될 일을 한시간씩이나...

나는 그 천원을 한참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