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실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응급실을 라운딩 하는데 중년부인은 반갑게 인사한다.

아침에 119 구급차에 실려온 남환은 B구역 집중관찰 구역의 Bed 에 누워있다.

40후반일까? 점잖은 모습의 남환은 누운 채 눈을 감고 계시다.

이른 아침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진 후 C/T촬영을 하곤 마냥 기다려야 하는 초조함과 두려움 속에 복도의 대기용 침대에서 고3 딸과 부인은 기다리며 신경과 닥터들의 회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걸을 수 있다는 환자를 E/R담당 요원을 시켜 장애인용 화장실로 보냈는데 돌아 오지를 않는다. 아차 싶어 화장실 앞으로 가니 부인과 딸은 기다리고 있다.

“작은 건지 알았더니 큰 것 인가 보네요”

“괜찮은지 물어보세요.”

화장실로 걸어갈 때 발걸음이 어눌한 게 정상 같지 않았는데 힘을 주다 뇌 쪽에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이제야 걱정이 된다.

중증 구역으로 옮겨져 옆의 환자들을 봐도 보통들이 아닌 게 이제 더 걱정도 많아지는데 아침의 일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졌나 보다.

응급실의 C/T기계가 고장이 나 며칠 전부터 더 바쁘다. 추가 지원 할 인력이 없어 나라도 자주 가 있는 중 이었다.

점점 바빠지는 중환자실과 회복실도 문제이다.

8시간의 근무 중 평균 25~30명의 수술을 마친 환자를 병실로 올리는데 와중에 중환자실의 이송신청이 겹치면 네 명을 배치한 인원이 부족해 같이 일을 돕느라 허리가 빠지는 듯 하다.

안정이 되었더라면 순찰이나 돌고 감독을 하던지 실상 잘 돌아갈 때는 사무실에서 데스크 워킹이나 하면 되는데 아직은 Set-up도 마무리가 잘 안된 상태인가 보다.

“Call Center 중앙 콜만 받으면 되는 거지요?”

“그렇게 말씀 하셨잖아요”

“여기 증인들도 있는데”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2층에서 일하던 사람이니 하던 대로 상식적으로 판단 하면서 하면 되지.”

젊은이들은 악의적인 함정이 담긴 질문을 뱉었다가 말꼬리를 잡고 여럿이 모였을 때 선동 조로 들이댄다. 심지어는 소장에게 직소를 하지만 호락호락 당할 내가 아니지.

형평의 원칙을 지키며 공평하게 배분을 하고 회사에도 손실을 줄이는 개선을 끊임없이 연구 시도해야 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선 인기에 영합하기 보다는 후일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박 반장의 편애 하에 8명의 검사실 젊은 직원들에게만 오버타임을 주어 다른 직원들의 원성을 들으며 그들의 봉급이 평균의 두 배가 지급되게 한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잘못된 처사이다. 그들의 밥그릇이 깨지는 위기감을 느끼고 내게 노골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적의를 표현하는 것일까?

원칙과 올바름을 중시하는 나는 원성을 들으며 경원을 받는 악역이 불가피 한 것일까?

10일이 월급날인데 일요일이니 토요일 그리고 그 전날인 8일엔 월급이 나오겠지.

같은 관리자인 박 반장과 동일한 호봉과 직책수당을 받기로 소장에게 말씀을 들었는데 차이가 많다. S의료원 전배자들은 조정수당이 부여되는데 나는 퇴사 후 복직 이어 그것이 해당이 안 된다. 직원들 중 최고의 금액이지만 적은 금액이기도 하다. 이 정도를 받으려고 그리 여러 가지 신경을 써가며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일까? 이 나이에 그나마 다행이니 국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일까? 뒷 정강이가 후들거리는 것과 허리가 빠지는 듯한 느낌에 열심히 하자니 적지 않은 나이를 느끼게 되고 안 하자니 처에게 면목이 없을 것 같고 진퇴양난의 느낌이다. 우선 몇 년은 꾹 참고 지나봐야 겠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이실 가는 젊은 여환은 목에 삽관(인투베이션)을 하고 산소공급을 한다. 베드의 머리 쪽을 평평하게 하여 옮기려 하자 고통을 호소하는 낯빛 이어 응급대처를 한다. 보호자 에겐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넨다. “어제 남자 보호자께서는 극진히 간병 하던데 가족이신가 봐요?” “녜, 동생이에요”

젊은 여환은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내게 지어 보인다.

오늘 지나치다 보니 그녀는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와 무슨 검사를 가는 길인데 고통스러운 표정이다. 우리 요원들의 숙련도와 정성스런 손길들이 저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선사 할 수 있는 것이겠지. 맞아 내가 할 일은 더욱 직원들을 다그치며 숙련도를 높이고 더 능동적 자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교육하는 것 이겠지.

“잘 하실 것 같아요”

아침에 감사하다고 하셨던 여 보호자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그저 평소대로 하면 잘 하는 것일까?

아침마다 교만하지 말자 더 잘 해야지 스스로 다짐하던 자세가 아직도 더 필요한 것 이겠지. 끝.

2009/5/9/토